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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닭, 전통을 먹다 - 대성 옻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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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닭 한 그릇에 철학을 담는다면 사람들이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웅크린 닭의 곡선은 펑퍼짐한 바위를 닮았고, 붉은 듯 검은 옻닭이 색은 호수의 작은 웅덩이 마냥 풍취를 준다.
누군가가 그랬다. 옻닭을 먹을 때에는 먼저 흠향하는 것이 순서라고. 정말 따끈따끈한 옻닭 삼계탕 뚝배기 그릇에 얼굴을 바짝 대고, 옻 향기를 맡아보니 옻닭 특유의 향기가 은은히 풍겨 나온다. 그런 행위는 어쩌면 양식을 먹기 전 나오는 크림스프 같은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속을 미리 준비시켜 미리 먹을 것이라고 예고하는 이치라고도 볼 수 있다.
무심천 변 아래쪽에 있는 ‘대성옻닭’은 옻닭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곳이다. 옻닭의 맛은 그게 그거라고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옻을 끓여내는 과정과 옻 물을 닭과 조화시켜 맛과 영양으로 이끌어내는 비법은 천차만별인 것이다.


“내가 알기로 이곳 대성옻닭은 거의 30년을 넘었다. 청주에 오면 꼭 들려서 먹고 오는 집이다. 과음을 하거나 몸이 피곤하다 싶으면 그곳에서 한 그릇 먹고 나면 내 몸이 다스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대성옻닭의 오랜 단골인 김칠규(58·춘천시)씨가 홀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청주에 오면 꼭 들려 한 그릇 먹고 간다고 한다. 그 사람은 어쩌면 옻닭과 함께 세월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시간의 흔적들이 옻닭에 담겨 있었을 테니까.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맛깔나게 생긴 김치와 한 입에 넣기 좋은 먹음직스런 깍두기가 먼저 나온다. 고추와 양파 그리고 마늘은 옻닭에 필요한 야채들이다. 칠흙같이 검은 옻닭이 뚝배기에 담긴 채 모습을 드러내자 저절로 군침이 돈다.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 빛을 띠고 있는 국물 속에는 옻닭 한 마리가 들어있다. 옻닭 안은 찹쌀도 한 가득 들어있어 닭과 함께 배를 채우기엔 안성맞춤이다. 우선 걸쭉한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 보니 지친 몸에 생기가 감도는 듯한 느낌이다. 야들야들한 닭의 속살을 발라내 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게 되면 입 안에서 녹는 맛 일품이다.


여름철이면 의례히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떠올리지만, 옻닭은 사시사철 사람들이 찾는 음식이다. 그만큼 몸에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옻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조금은 껄끄러운 음식이다.
‘성질은 따뜻하고 맛을 매우며 독이 있다. 어혈을 삭히며 산후통을 낫게 한다. 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회충을 없애며 뜬뜬한 적(積)을 해치고 혈훈을 낫게 하며 3충(蟲)을 죽인다. 전신노채(전염성 결핵)에도 쓴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옻의 효능이다. 옻닭은 옻의 껍질을 벗겨 닭에 넣고 함께 달여 먹는 음식으로 닭의 성질이 옻의 유독성을 해독시켜 주므로 약효가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양음식이다.
옻닭은 황기, 감초, 옻 껍질을 넣고 은근한 불에서 푹 달인다. 여기에 닭의 뱃속에 찹쌀, 대추, 밤, 마늘, 인삼을 넣는다. 약재 삶은 국물에 닭을 넣고 닭이 무를 때까지 푹 끓인다.



춘곤증이 몰려오는 요즘과 같은 봄날, 옻닭 한 그릇이면 심신이 편안하다. 이 집 옻닭과 엄나무삼계탕, 두 종류만 취급한다. 모두 1만1천원이다.

-대성 옻닭 / 043)256-7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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