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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사회적 약자들의 지식재산권 지키기 “공익변리사에게 맡겨주세요!”
'공익변리사센터 양지순 변리사'

온라인에서 의류, 잡화 등을 판매하는 A씨는 어느 날 동종업계 대기업 B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A씨가 판매하고 있는 물품의 디자인이 B사의 등록디자인과 유사해 침해에 해당하므로 판매를 중지하라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러운 경고장에 당황한 A씨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다 ‘공익변리사센터’를 알게 됐다. 공익변리사센터는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소속으로 2005년 문을 열었다. 개인발명가·기초생활수급자·청소년·학생·청년창업자·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심판·소송 직접대리 및 출원서류 작성 등 다양한 무료 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씨는 공익변리사와 상담을 통해 판매 중인 물품의 디자인이 상대방의 등록디자인과 유사하지 않다는 취지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심판·소송 대리 지원을 신청했다. 공익변리사는 이 사건을 맡아 대리 업무를 수행했고 특허심판원으로부터 A씨의 실시디자인이 B사의 등록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을 받았다. A씨는 다시 물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A씨처럼 디자인권이나 특허권, 상표권, 실용신안권 등을 침해당하거나 이로 인한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이다. 영세한 기업이나 저소득층, 학생, 청년창업자라면 당장 변리사와의 상담 비용부터 심판·소송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공익변리사센터는 사회적 약자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지재권 창출·보호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심판·심결 취소소송 대리 및 민사소송 비용, 상담 및 컨설팅을 무료 지원하고 있다. 특허 등록을 위한 서류 작성도 돕는다.

공익변리사센터에서 9년째 공익변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양지순 변리사 (사진. C영상미디어)



현재 공익변리사센터에는 15명의 공익변리사가 근무하고 있다. 2016년부터 공익변리사로 일하고 있는 양지순(56) 변리사는 “한 달 상담 건수가 80~100건에 달한다”며 “센터 전체로 보면 연간 1만 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13일 특허청에 따르면 2023년 공익변리사의 지재권 ‘상담 지원 건수’는 1만 934건, ‘심판·소송 지원 건수’는 151건에 달한다. 이용 대상을 분석한 결과 소기업의 지재권 분쟁이 91%, 상담이 55%로 이에 따른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재권 분쟁에 대한 심판·심결취소소송에서도 76.9%가 승소·합의 등으로 분쟁을 유리하게 종결하는 등 공익변리사가 사회적 약자의 지재권 보호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8월부터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으로 아이디어 탈취나 상품형태모방 등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공익변리사센터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3월 26일 서울 강남구 공익변리사센터에서 양 변리사를 만나 공익변리사의 역할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공익변리사의 역할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공익변리사는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에게 출원서류 작성과 심판소송 등 무료 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창적인 발명 아이디어는 있으나 경제적인 여유가 없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도 한다. 지재권 상담을 기초로 특허발명이 권리화되기까지의 출원 명세서 작성, 의견서, 보정서 등의 전 과정을 지원하고 지재권 분쟁 시에는 특허심판원, 법원 등의 심판·소송도 직접 대리하고 있다.
공익변리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이 취업문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공계 출신 여성은 더더욱 그랬다. 전공을 살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변리사 자격시험 설명회를 듣게 됐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1998년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고 특허사무소 등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웠다. 육아휴직을 하고 10년 가까이 일을 쉬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공익변리사센터’를 알게 됐다. ‘공익’이라는 이름에 끌렸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 발전이나 이익에 보탬이 된다니 이왕 하는 일이라면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개업하면 수익이 훨씬 많지 않나?
공익변리사는 수입은 적지만 대신 자율성이 보장된다. 개업 사무소에서는 특허 신청이 들어왔을 때 아이디어에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거절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곳에선 아이디어가 부족하면 개선할 점을 알려주고 수정해가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간다. 민원인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특허 발명을 좀 더 구체적으로 권리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도 발전하는 느낌이다.
공익변리사가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이유는?
사회적 약자는 변리사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를 말한다. 돈 때문에 지식과 경험, 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지식재산으로 등록을 받지 못하고 활용되지도 못한다면 개인의 손해를 넘어 사회적인 손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일반인의 경우 지식재산 관련법의 규정 요건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칫 권리범위를 잘못 기재하거나 너무 협소하게 기재해 사실상 쓸모없는 권리로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지식재산을 권리화하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익변리사가 필요하다.
가장 많은 상담 사례는 어떤 것인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문의가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특허 출원과 관련한 서류작성지원신청 방법에 관한 내용이 많다. 분쟁과 관련해서는 상표 또는 디자인권 침해로 경고를 받았다거나 쿠팡 등의 온라인 마켓에서 지재권 침해 신고로 판매중지처분을 당한 내용이 많다. 특허보다는 상표나 디자인이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쉬워서 이들 권리에 대한 분쟁이 많은 것 같다. 권리별로 보면 상표에 대한 문의가 많다. 상표 출원하는 방법, 상표 출원 시 등록 가능성, 심사관의 거절 이유에 대한 의견서 보정서 작성 방법, 상표권자인데 침해 시 권리구제방법 등 상표권을 확보하는 단계부터 권리 활용, 경고에 대한 대처 방안까지 다양하다.
특허 출원이 쉽지 않나 보다.
학생 발명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학생의 특허 출원을 도운 적이 있다. 달의 위치에 따라 매일 50분씩 늦어지는 물때 시간을 아날로그 시계에 침으로 가리키도록 무브먼트(기어열)에 연동시킨 아이디어였다. 심사과정에서 의견제출통지서가 나왔다. 선행 발명들 중에 디지털 방식의 표시 부분을 아날로그 시계에 접목한 시계들이 있었는데 그 기술들과 비슷해 등록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해결했나?
선행 발명들은 기존 아날로그 시계에 디지털방식의 표시부분을 추가한 것인데 학생의 발명은 물때 표시침을 아날로그식으로 접목한 것이어서 동작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해 의견서를 작성했다. 결국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특허 등록을 위해선 특허 명세서 작성부터 권리범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차이를 부각시키는 게 중요하다.
분쟁도 다양하겠다. 기억에 남는 사례를 하나만 소개한다면?
1~2년 전 중년의 신사 두 명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자신들이 디자인을 개발하고 등록을 받았고 협업을 위해 어느 회사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는데 그 회사가 디자인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기고 디자인 무효소송을 걸어왔다고 했다. 해당 회사에 토목공사에 사용되는 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대가로 협력 관계에 대한 약속을 받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디자인 등록을 해뒀다고 했다. 문제는 디자인을 출원한 날짜보다 해당 회사의 카탈로그가 먼저 발행된 것이다. 디자인 등록을 받으려면 디자인을 출원한 시점에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창작물이어야 한다. 출원일보다 앞서 공개된 동일한 디자인이 있다면 무효화할 수 있다. 다만 그 공개된 디자인이 출원한 디자인 창작자의 것이고 공개된 지 1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신규성 상실 예외규정에 따라 새로운 창작인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어떻게 해결했나?
카탈로그 발행인이 상대 회사였고 두 사람이 창작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아니었으므로 디자인 개발 사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도면 설계 과정에서 오간 이메일 등을 통해 결국 무효 방어에 성공했다. 상대방이 특허법원에 불복했지만 그 소송에서도 승소해 지금은 무효가 아닌 것으로 확정됐다. 이제는 그 디자인으로 제작된 기구가 전국의 토목공사에 활용되고 있다.
공익변리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마땅히 존중돼야 할 아이디어가 하나의 권리로 등록되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 그 아이디어를 잘 지켜내는 과정에 도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물론 고충도 있다. 특허로 등록되기 어려운 아이디어의 경우 구체적인 이유와 함께 지원을 거절하게 된다. 미완성의 아이디어이거나 이미 공개된 특허와 동일 또는 유사한 경우다. 이 경우 신청인이 수긍하고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면 좋은데 오히려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기운이 쭉 빠진다.
특허·지재권 침해나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방법은?
요즘은 특허나 디자인 등이 재산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사업적 모델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모방한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특허나 디자인만이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 등도 상표법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남이 하는 것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그대로 따라 해선 안된다. 나만의 독특한 창작적 아이디어로 사업을 해야 한다. 특허정보검색사이트(kipris.or.kr)에서 등록된 지식재산을 미리 검색해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상호만 등록하고 상표로는 등록하지 않은 경우 다른 사람이 상표로 등록해 사용을 중지당할 수 있으니 상표 출원을 반드시 하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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