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도서관은 종합문화공간이다 - 흥덕구 분평동 서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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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평동에 자리한 우리 동네 서원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고 조용히 책을 읽고 차분하게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철학, 역사 전문 도서관’으로 지정되어 ‘인문고전특강’ 등 다양한 강좌와 모임을 통해 새로운 도서관의 의미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도서관은 사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귀한 곳이기에 책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이제는 동네 문화의 구심점으로 변하고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가치 있는 공간으로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을 통해 교양 있는 문화시민계층이 두터워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선진화된 나라이다. 우리 동네 서원도서관이 그 일을 이루어가고 있다. 도서관은 여전히 진화되어 가고 있다.
서원도서관은 우리 지역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지성의 메카로 만들고 싶고 성장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은 주제 독서회원들과 북 멘토들이다. 현재 주제 독서회가 뜻밖의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 담아내지 못한 소망들이 많다. ‘직장인을 위해서도 그런 독서토론을 진행해 달라.’, ‘청소년들이 가장 시급한 것이 아니냐?’, ‘노인들이 참여한다면 자신의 생에 대한 성찰에 너무나 유익하지 않겠는가?’ 하는 요구와 조언들이 계속해서 들린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김주란 사서는 “요즘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비치하고 대여해 주는 곳이 아니다. 다양하고 풍부한 양의 각종 자료를 보유, 활성화하는 본연의 기능도 잃지 않으면서 독서토론, 동화 구연, 인형극 공연, 각계각층의 독서동아리 활동, 다채로운 주제의 독서 활동의 선도 등 인문 문화 공간으로서 거듭나고 있다.”라고 말한다.
‘철학, 역사 전문 도서관’으로 지정된 흥덕구 서원도서관은 ‘인문고전특강’ 등 다양한 강좌와 모임을 통해 새로운 도서관의 의미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풍경

만약 어떤 화가가 2016년 어느 날 서울 지하철의 풍경을 그린다면, 훗날 후손들이 그 그림을 마주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손바닥 안만 주시하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아마 시간이 많이 흐르면 그 스마트폰 대신 또 다른 문명의 이기로 대체될지 모른다.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종이책으로 회귀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한 켠으로 읽은 내용이 페이지의 두께로 쌓여가는 뿌듯함은 물적 육체를 가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천혜의 아날로그적 기쁨이다. 책 읽는 풍경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고스란히 그 정경이 살아있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 동네 도서관이다.
흥덕구 서원도서관 2층 아동자료실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자유롭게 아이들이 책을 보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그곳에는 단 한 개의 스마트폰도 보이지 않는다. 흡사 도심을 떠나 숲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친구와 만화책을 보고 있던 김주호 어린이는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 와요. 보고 싶은 만화책도 읽을 수 있고 동화책도 많아요. 스마트폰보다 책이 더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아동자료실과 연결된 ‘북 트리 방’에서는 책을 읽어주는 나무가 서있다. 그 곳에 열매처럼 열린 책을 따다 줄기에 대면 나무가 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책을 갖고 논다. 유아를 위한 다양한 그림책을 구비해놓은 ‘꼬마 책마루’와 지적장애 아동을 위한 그림책과 북트리(동화구연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곰두리 책마루’도 인상적이다. 3층 종합자료실에는 주로 다양한 교양전문 도서와 참고도서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4층 멀티미디어실에는 인터넷 정보검색, 원문DB활용 등 다양한 디지털 접근 및 DVD, CD 등 풍부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5층 문화교실에서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새로운 도서관의 기능을 열고 있었다.
독서는 고매한 이론이나 고급한 교양을 쌓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한 놀이다. 인문학이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면, 독서토론은 타인을 체험하는 자리다. 독서토론은 골방의 독서에서 광장의 독서로, 평면적인 독서에서 입체적인 독서로 나아가는 독후활동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치유의 자리이자,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세우는 성장의 시간인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서원도서관에서는 인문 ‘주제 독서회’도 만들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참여인원은 모두 45명으로 입문 2개 반, 심화 1개 반으로 운영하였다. 독서회를 구성할 때, 독서클럽 활동 경험이 있고 독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북멘토를 결성해 독서활동을 리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들 독서모임은 5층 문화교실에서 열리며 월 2회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또한 독서모임을 알차게 꾸미기 위해‘함께 읽는 철학’이라는 모임을 갖고 철학, 역사 교양서를 읽고 토론도 하며 문집발간을 위해 글쓰기도 시행하고 있다. 모임 때 소종민 문학평론가를 비롯해서 서원도서관 사서와 북멘토가 함께 토론의 중심에 서서 생각들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들 독서회에서 읽고 토론하는 책은 20여권의 역사, 문학, 사회, 철학 서적으로 다양하다.
독서회 김영숙 씨는“도서관을 이용하다보니, 독서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생의 지표가 달라졌다. 그전에는 편견 속에 살았는데 철학을 통해 바뀌었다. 사고의 영역이 종교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철학을 통해 종교도 사회속의 종교라는 사실을 깨우쳤다. 더불어 사회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통체적 삶을 알게 되었다.”라며 “도서관은 사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귀한 곳이다. 책의 공간에서 이제는 동네 문화의 구심점으로 변하고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가치 있는 공간으로 진화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도서관을 통해 교양 있는 문화시민계층이 두터워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선진화된 나라이다. 우리 지역 도서관이 그 일을 이루어가고 있다.





독서는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놀이

주제 독서회는 한 주제에 대해서 집중적인 읽기와 탐구를 위한 것이다. 현재 서원도서관은 3개의 성인독서회가 조직되어있는데, 2개반은 입문반이고, 최근 입문반에서 진급하게 된 이들의 심화반이 증설되었다. 서원도서관은 인문학도서관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독서회도 주제 독서회를 계획하여 ‘함께 읽는 철학 : 입문’, ‘함께 읽는 역사 : 입문’, ‘함께 읽는 철학 역사 : 심화’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20세 이상 성인이고, 모임별로 15명, 월 2회 운영하여 올 한해 운영실적은 43책 43회 535명의 독서와 토론을 도왔으며 적극적인 독서인을 육성했다. 주제 독서회라는 테마는 기존에는 없었던 파격적인 운영방식이고, 대중들과 함께 북멘토가 참여한다는 것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도서관만의 큰 특징이다.
북 멘토의 참여는 독서모임의 질을 높이고, 단순한 친목모임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를 멘토로 할 것인가 또, 그들이 대다수 아줌마들인 이런 소시민 모임에 함께 하도록 어찌 이끌 것인가? 고민스러웠다. 우선은 독서 멘토로 봉사해 주실만한 분을 모신다는 광고를 홈페이지와 게시판에 공고했다. 멘토로서의 자격은 상당한 수준의 독서력을 가지고 대중에 대한 교육경력이 있거나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는지 아무도 자청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맨투맨 공략으로 지역 내 학계와 원로분들 위주로 섭외를 시작했다. 메일주소를 알아내어 메일쓰기, 전화 드리기, 찾아가기를 반복해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7명의 멘토단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소종민 문학평론가, 연규상 소설가, 류정환 시인 등 문인들과 대학 강사, 장기 독서모임회장을 역임한 시민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였다.





먼저, 북멘토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서 도서선정을 위한 회의를 수차례 진행했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오고가는 차원이 다른 지적인 대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만큼 흥미진진했다. 더 놀라운 것은 멘토들 자신들도 즐거워 보인다는 것이다. 책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과 소통과 확장이 주는 즐거움이 행복했다. 그런 즐거움은 비단 평범한 시민들만 이 아니고, 멘토들도 똑같이 그러한 것이다.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멘토와 함께하는 독서토론’은 분명 참여하는 시민뿐 아니라 멘토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한 달 동안 우리는 철학과 역사관련 입문서 위주로 무거운 주제를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을 책을 논의하여 역사입문반, 철학입문반 목록을 만들었다. 모임 당 20책씩, 40권의 책을 선정하고, 모임 별로 참여할 멘토도 순번대로 정해 회원모집을 시작했다. 홈페이지와 게시판에 1년간 토론할 도서목록과 함께 “삶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인문학 책을 읽으라!”라는 다소 선정적인 광고 문구에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려와는 달리 문의도 많았고, 회원모집은 한주 사이에 대기인원까지 모두 마감되었다.
주제독서회는 1년간의 장기 독서프로젝트이다. 또, 수동적으로 수강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책을 읽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하는 적극적이고 집중적인 활동이다. 처음에는 모두 의욕을 보이겠지만, 그 의욕은 끊임없이 재충전해야할 소모성이 강한 배터리이다. 신청서와 함께 책을 성실히 읽겠다는 서약서를 낭독하고 서명하도록 했다. 모임일이 되기 전에는 회원들이 책을 잘 구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책을 꼭 읽도록 수시로 점검하고, 모임이 시작되면 되도록 함께 참여해 멘토와 회원들과 잘 어울리는지 토론이 잘 진행되는지 신경을 썼다.





주제독서회 입문반 회원들 대부분이 심화반으로 진급했고, 북멘토들은 더 많아졌으며, 그들과 작업을 마친 2016년 토론도서목록은 분명 올해보다 훌륭해졌다. 또, 목록을 공개하고 모집한 철학입문, 역사입문반의 회원모집은 올해보다 더욱 뜨거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우리사회에 책을 읽고 토론할 줄 아는 시민이 많아질 때 현대사회의 병폐가 비로소 치유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독서의 사회적 기능을 간과한 것이다. 독자는 독서행위를 통해서 사회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여론을 형성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인간소외를 가속화시키는 현대 자본주의를 해독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시대를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나 아닌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에서 우리 사회는 살만한 세상이 되어간다.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생각하며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이념을 배우는 그래서 가장 지혜롭고 윤리적인 성품을 가진 사람을 양성하는 인문학 책읽기에 대한 노력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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