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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의 테너 - 배하순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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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시골에서 젊은 청년이 아득히 펼쳐진 밭이랑을 바라보며 이 곡조를 아련히 뽑아내던 기억이 떠오른다. 늘 대중가요만 접하다 처음으로 들어본 이 새로운 발성의 노래를 성악이라 함은 나중에 좀 더 커서 알았다.
기악(器樂)과 대비되어 지칭되는 성악(聲樂), 그러므로 성악은 인성을 사용하는 음악이라는 뜻이다. 물론 악기의 반주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으나 일반 대중가요와 달리 특별히 성악이라 함은 그만큼 사람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또는 악기 이상의 가치를 발현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그러므로 성악의 오페라를 귀 기울여 들어보면 사람 목소리가 가진 신비함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성악은 가사로서의 말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성악이 문예(文藝)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고대나 중세시대에는 시와 음악이 거의 일치했던 것이다. 따라서 성악가는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청주가 배출한 미성의 테너 배하순 성악가 또한 그러한 인물이다.




내성적 소년, 노래로 넓은 세상과 만나다

-성악을 시작한 동기는?
“초등학교 시절 누구 앞에서도 노래를 불러본 적 없는 정말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선생님께서 노래를 잘 부른다고 칭찬을 하셨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음악 시간에 부른 ‘선구자’를 듣고 선생님께서 성악을 권유하셨다. 그런데 가정 형편상 음악을 할 수 없었고 또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를 때 성악을 전공한 교회 성가대 지휘자의 조언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6년 공연계획이 어떻게 되나.
“이미 봄을 맞이하여 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외에 크고 작은 연주가 여러 번 있었고 5월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공연들, 그리고 남성 4중창 ‘콰트로’의 정기연주회가 8월에 있을 예정이다. 가을 충북 예술제 기간의 공연들과 11월에 오페라 공연(작품 미정)이 있다. 그 외 청주음협 사무국장으로서 기획하는 공연은 지난 4월 10일 ‘봄의 향연’, 5월 ‘사랑이 꽃피는 가족음악회’와 9월 외국인과 유학생 그리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랑의 음악회’, 12월 ‘청소년 협연의 밤’이 있다.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요즘은 우리나라에 정말 훌륭한 성악 선생님들이 계셔서 유학하지 않고도 성악의 기본기를 잘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유학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것들도 있는데 바로 그 나라의 문화다. 일단 언어에 관한 것인데 단어도 알고 번역도 다 되지만 그 문장이 주는 뉘앙스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그 나라의 기후가 어떤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을 하며 사는지 그 나라 사람의 삶을 같이 느끼는 것이 유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것이다.”


-배하순 성악가를 흔히 ‘미성의 테너’라고 한다. 성악의 파트는 어떻게 정하나?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레쩨로’라고 하는 아주 가벼운 목소리로 기교적인 성악곡을 부르기에 적합한 테너를 말한다. 둘째는 서정적인 곡에 잘 어룰리는 ‘리리코’, 세 번째는 영웅적인 소리의 테너를 지칭하는 ‘리리코 스핀토’가 있다. 저는 ‘리릭 레제로 테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성악(노래)은 타고나야 하나? 후천적인 노력으로 불가능한가?
“일단 음감에 대해서는 타고나지 않으면 어렵다. 기본적으로 음정을 잡지 못한다면 노래를 배우기 힘들다. 하지만 음감이 있다면 노래를 배우는데 무리가 없다. 목소리가 좋고 나쁨이 있을 수는 있다. 제 생각에는 좋은 목소리는 타고 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훈련을 통해서 목소리가 변하기도 한다.”

-아직도 일반인들은 클래식에 대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반인들에게 클래식 하면 ‘어렵고 따분하다’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교향곡이나 실내악을 듣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품들을 자주 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우리 가곡들이나,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또는 쇼팽의 ‘야상곡’처럼 아주 듣기 편안하면서도 부담 없는 그런 클래식 소품이 좋다. 그러다 보면 클래식과 많이 친숙해진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또한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나의 철학

-배하순 성악가의 철학은 무엇이며,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철학이라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는 것’이란 신념을 갖고 있다. 사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제 마음에는 음악을 포기할까? 라는 생각이 항상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악만을 해서는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음악을 포기하면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없다. 늘 연습을 하면서 아직도 깨우치는 것이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깨닫고 터득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러다보면 앞으로 지금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르지 않을까. 감명 깊게 읽은 책은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비틀거릴 때 힘이 되어 주었다.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의 방황과 자유 같은, 어떤 가치가 혼재되어 있을 때 헝클어진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따르고 싶은 가치와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청춘을 응원하는 책이다."


-성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성악가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들은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산다. 내면의 감성을 예술로 표현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힘든 작업을 꼭 이겨내시기 바란다.
-운영하는 음악동아리 단체가 있는지?
“4월 초에 ‘VIVA(비바) 남성합창단’을 창단했다. Viva는 이태리어로 ‘만세!!’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기분이 좋을 때 외치는 소리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의 단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일과를 마치고 서로 한 목소리로 화음을 맞추며 노래도 하고 교류도 한다. 서로 웃음꽃을 피우는 대화의 장으로서의 합창단을 구상하며 창단했다. 구성원은 나이 제한 없이 음악을 좋아하시는 남성으로서 청주 또는 그 외 지역에 거주하셔도 연습에 참여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입단할 수 있다.
입단 문의는 010-5463-6023(총무) 010-4452-2501(지휘자)로 하면 된다.”


◇배하순 프로필
-청주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졸업
-이탈리아 비발디 국립음악원 졸업
-이탈리아 제노바 왕립 아카데미 졸업
-오리토리오 천지창조, 메시아 솔리스트 그 외 다수 미사곡 솔리스트
-오페라 'La Traviata' 'The little sweep' '직지' '봄봄' '쟌니스키키'
-'팔리앗치' '사랑의 묘약' '토스카' 주역 출연
-독창회 4회 및 수백여회 연주회
-청주시립합창단 테너 수석, 주성대, 청주대 출강
-현) 충청대. 청주 YWCA합창단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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