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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수필문학회 이방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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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국어 교과서에서 접해 본 피천득 선생의 ‘수필’이란 글이다. 단아하고 깔끔한 수필의 이미지가 선명하다. 어쩐지 청량한 신록의 계절에 더욱 생각나는 글이기도 하다.
우리 고장에서도 ‘인문주의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 수필가가 있다. 바로 수필집 ‘풀등에 뜬 그림자’의 저자 충북수필문학회 이방주 회장이다.


수필집 ‘풀등에 뜬 그림자’-인문주의의 정수



Q.지난 해, 충북수필문학회 16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포부를 설명해 달라.
A.“충북수필문학회 회장이 되고 1년을 지냈다. 지난 1년 동안 충북의 중견 수필가 15분이 우리 충북수필문학회에 입회를 희망하여 이제 충북의 수필가 70명의 거대 문학단체가 되었다. 회장은 회원들이 문단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젊음으로 살아 있는 문학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변해가는 수필문학의 정보를 공유하고, 문단 신인 회원들의 작품 발표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개인적인 문학행사도 도와드리는 등 생기 넘치는 문학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그러다 보면 도민에게도 수필 문학이 확산되지 않을까?”

Q.이방주 작가는 '삶을 대하는 촉수'가 인문적이다. 근래 출간한 수필집 ‘풀등에 뜬 그림자’는 가히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어떤 내용인가.
A.“몇 분 평론가들이 그렇게 말씀을 한다. 그러나 ‘인문주의의 정수’라는 평가까지는 미흡한 점이 참 많다. 졸저『풀등에 뜬 그림자』는 자연, 인간, 문화 역사에 대한 인식을 인간의 삶과 관련하여 인식한 경향이 있다고들 한다. 인문학적인 색깔의 안경을 쓰고 대상을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주제를 정해 놓고 의도적으로 쓰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들 하시니 그런 것도 같다.”

Q.이방주 작가의 별명이 느림보다. 왜 느림보인가?
A.“멀리서 제가 걷는 모습을 보면 참 느리다고 한다. 그런데 따라오려면 땀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가 ‘완보緩步’라는 호를 지어줬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느림보다. 이름처럼 느린 삶을 살았다. 글을 쓴다 하면서 40대 후반에 수필가로 등단하고 환갑 넘어 평론가로 신인상을 받았다. 사회에서든 문단에서든 가정에서든 뭐 남긴 것도 없다. 그런데 느리지만 언젠가는 목적지에 간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 같아 기대하고 산다.”

Q.수필은 어떻게 써야 하나?
A.“여러 가지 문학 장르 중에서 수필만이 사실과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양식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깊이 사색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여 진실하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 발로 뛰어 다니며 글감을 찾아야 한다.”

Q.일상생활에서 수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시가 문학의 시작이라면 수필은 문학의 끝이다. 최근의 융합시대를 맞이하여 모든 문학 양식이 수필문학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수필 같은 소설, 수필 같은 시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시가 신에게 드리는 소망의 말씀으로 시작되었다면 수필은 인간의 삶에 대한 견해의 속삭임이기 때문이다. 수필의 주제는 결국 인간의 삶으로 귀결되고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해 주는 문학이다. 모든 대중이 수필적 안목으로 세상을 본다면 이 세상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애정이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수필은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삶



Q.일반인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가.
A.“처음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아주 잘 써서 칭찬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우리 고장의 훌륭한 수필가 목성균 선생도 ‘솔직하면 창피하고 감추면 의미 없다’라고 수필가로서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이 말씀이 명언이 되었듯이 꾸미려 하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 놓으면 좋은 글이 된다.”

Q.흔히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말한다. 또한 신변잡기라고 해서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수필의 가치는 무엇인가.
A.“수필이 붓 가는 대로 쓰면 된다는 말은 구성이 필요 없다고 하는 의미일 것이다. 구성은 작가의 의도를 독자에게 인상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저는 붓 가는 대로 쓰면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만다고 생각한다. 소재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자연에서 삶의 섭리를, 인간관계에서 인간의 정情을, 일상에서 삶의 진리와 의미를 찾는 것이 가치 있는 수필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Q.에세이와 미셀러니의 구별이 모호하다.
A.“아직도 한국문학에서 수필의 학문적 기틀이 정립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에세이나 미셀러니를 단순히 우리말로 번역하여 중수필이니 경수필이니 하기 때문에 구별이 모호하다고 본다. 우리는 고려시대부터 우리 나름의 전통 수필이 있었고 그렇게 수필 창작을 해온 수필가들이 많이 있다. 이곡, 이규보, 박지원, 피천득, 법정, 윤오영 같은 분들이다. 우리 고장의 목성균 수필가도 한국 전통 수필의 틀과 한국인의 정서를 잘 소화시킨 분이다. 우리 전통 수필을 연구하여 에세이 미셀러니에 얽매이지 말고 한국 전통 수필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저도 그 뒤를 따르려고 한다.”

Q.삶의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서로간의 다름과 차이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바탕 위에서 조화를 이루어 화합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Q.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노예처럼 작업하고, 서민처럼 생활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수필문학의 앞에 앉고자 한다.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느림보 걸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만나지 않겠는가.”




◇이방주 프로필

-청주 출생
- 청주교육대학교,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
- 초중등 교사(충북고 등에서 40여년)
- 한국수필 등단(1998) 수필가 창조문학 평론 등단(2014) 문학평론가
-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내륙문학회, 창조문학회, 비존재 회원
- 전 내륙문학회장, 현재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충북수필문학회장
- 현재 청주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 창작교실 강사
- 저서 : 수필집 『축 읽는 아이』(2003)『손맛』(2009)『풀등에 뜬 그림자』(2014)
칼럼집 『여시들의 반란』(2010) 편저 『고전소설 윤지경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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