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세월이 엉켜 있는 어머니의 손칼국수-이향복 손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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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지금은 반죽의 시간입니다. 분분 흩날리는 밀가루에 물을 한 모금 두어 모금 서너 모금 부어가면서 개어 한 덩어리로 뭉쳐야 하는 시간인 것 입니다. 부르튼 발뒤꿈치 같은 덩어리가 밀크 로션을 바른 아이의 얼굴처럼 매끈해질 때까지 이기고 치대야 하는 시간이지요. 야무지게 주물러야 하 는......“
‘국수’를 소재로 여성화자와 의붓어머니의 이야기를 풀어낸 김숨 작가의 단편소설 ‘국수’에 나오는 글이다.
흩어진 밀가루가 반죽과 숙성의 시간을 거쳐 국수가 되는 조리과정은 주인공이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새 어머니와 오랜 시간을 거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는 것과 같다.
이렇듯 음식은 우리 삶에 있어서 어머니로 표현되기도 하고 응어리를 떠올리기도 하고 화해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김숨 작가의 ‘국수’를 읽고 있자니 당장 달려가 긴 면발들과 함께 어머니의 삶과 세월이 엉켜있는 국수를 먹고 싶어졌다.
금천동의 어느 뒷골목에 위치한 이향복 손칼국수는 자그마한 손칼국수 집이다.




손칼국수는 손으로 칼질하여 썰어서 ‘손칼국수’ 이다.
국수는 원래 반죽을 손으로 눌러서 풀잎처럼 만들었다는 ‘수인병(手引餠)’이었고, 도마와 칼이 생기고 나서는 얇게 밀어서 칼로 써는 칼국수가 된 것이다.
옛날 음식 책에는 칼국수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대개는 밀가루로 만들어서인지 ‘밀국수’라고 하였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밀국수를 만들려면, 밀을 가루 내어 소금을 조금 넣고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가늘게 썬 다음 삶아 건진다. 쇠고기를 두드려 좋은 장으로 간을 맞추고 끓인 국물에 채소를 넣어 다시 끓인다. 알지단을 부쳐서 채 썬 다음 대접에 국수를 말고 준비한 장국을 부어 오이나 호박 나물을 얹어서 먹는다. 또 제물칼국수가 있는데 칼로 썬 국수를 따로 삶지 않고 닭국이나 멸치장국을 바로 넣어 끓이는 것으로 국물이 걸쭉하다. 호박이나 감자를 저며서 함께 끓이면 맛도 더 좋고 푸짐하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처음에는 밋밋하지만 먹다보면 시원한 육수맛과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의 사랑도 그렇지 아니한가? 어릴 적 쉽게 깨닫지 못했던 어머니의 희생과 깊은 사랑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듯이 ‘이향복 손칼국수’에서 어머니의 정성 가득한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향복 손칼국수/☏25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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