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월오동 묵마을-안골 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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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톨밤 도톨밤/ 밤은 밤이나 밤은 아닌데/ 누가 도톨밤이라 이름 지었는고
맛은 차보다 쓰고/ 빛은 숯검정 같으나/ 굶주림을 막는데는 황정만 못지않다/
새벽 장닭 울음소리에 단잠을 깨어/ 하루아침이 다 가도록 도토리를 줍건만/
도토리는 광주리에도 차지 않고 양다리만 목나무 대같이 굳고/ 주린 창자는 소리쳐 운다‘
고려 말의 시 <상율가>에서는 도토리에 대해 이렇게 노래하였다.
도토리는 보리와 벼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주식의 자리에서 밀려났지만, 기근이 들 때마다 구황식물로 각광을 받아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도토리를 빻거나 맷돌에 갈아 찬물에 우려 떫은맛을 없앤 뒤 묵으로 만들어 먹었다. 도토리묵을 채 썰어 육수를 부어 밥과 함께 곁들여 내는 것이 오늘날의 도토리묵밥이 되었다.




청주에서는 월오동에 몇몇 묵집 들이 모여 있다. 월오동은 근처에 목련공원묘지가 있는 외진 마을이다. 예전에는 소를 키우던 농가 마을이 지금은 모두 묵집으로 변해 있다. 마을의 묵집들 중에서 원조라고 쓰여 있는 ‘안골 묵집’을 찾아가 보았다. 옛날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 같은 느낌의 가정집이다.
주말이라 손님들이 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손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마도 이제는 도토리묵을 직접 만들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되지 않으시는 부모님께 옛 맛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메뉴는 묵밥 6천원, 묵수제비 5천원 이지만 안골묵집을 방문한 손님들 대부분이 1인당 단돈 1만원으로 모든 코스를 즐길 수 있는 묵정식을 주문한다.
묵 정식은 묵, 묵전, 묵 쟁반국수, 묵수제비or묵밥 이 코스로 나오며 2인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





식당 들어가는 입구에 도토리묵을 소쿠리 위에 가지런히 펼쳐서 말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말린 도토리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묵 샐러드, 간장에 조린 묵 조림으로 만들어 반찬으로 내온다. 반찬 중에는 백김치가 있는데 이 백김치 또한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별미 중에 별미다.






묵 쟁반국수는 견과류가 뿌려져 있어 새싹채소들과 함께 비벼 먹으면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고 새싹 때문에 색감도 예쁘다.
묵전은 얇고 쫀득하게 잘 부쳐져서 쫀득한 식감이 좋고 도토리의 함유량은 일반 묵전들 보다 많이 들어가서 쌉쌀한 맛이 더 한다.




마지막 코스 식사는 묵밥 또는 묵수제비를 선택하는 것이다.
묵밥은 따뜻한 육수에 김가루와 채 썰은 도토리묵이 담긴 국그릇과 밥이 따로 나온다. 식은 밥을 국그릇에 반 공기쯤 말아 먹으면 옛날 시골에서 할머니가 해 주시던 그 도토리묵밥의 맛이 느껴진다.
묵수제비는 들깨가루로 국물 맛을 내어서 고소함과 영양이 듬뿍 담겨있는 맛이다.
‘안골묵집’은 월오동에 위치하고 있어 상당산성에서 등산하고 내려와서 식사하러 가기에도 좋은 코스이다. 이번 주말은 ‘안골묵집’에서 옛날 시골 할머니가 해 주시던 도토리 묵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안골 묵집 / ☏283-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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