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손으로 직접 만든 순대국밥, 담백함이 일품-금천 왕 순대
''




“요즘에도 이런 순대가 있네?”
멀리 안산에서 공사현장 목수 일로 출장 온 P씨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점심으로 우연히 맛 본 한 그릇의 순대국밥이 옛날 장터에서 먹던 추억의 맛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그는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 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은 삶의 따뜻한 위로가 되었지요.”라며 “그 당시는 모두 손으로 직접 순대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지금은 식품공장에서 대량으로 진공 포장된 순대를 받아쓰는 순대집이 많아요. 이 집은 직접 손으로 만들어 파니 맛도 좋고 인심도 후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요즈음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순대를 파는 집은 흔치 않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까닭이다. 돼지소창을 씻고 또 씻고 온갖 양념을 혼합해 순대를 만드는 공정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금천 왕 순대> 이명례(56)대표는 “일주일에 2~3번 새벽에 순대를 만듭니다.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 파니 손님들에게 양껏 드릴 수 있어 좋지요.”며 “장사를 하면서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가면 그것이 삶의 행복”이라며 활짝 웃는다.




아바이 순대와 전통순대

순대는 동물의 피와 내장을 이용한 음식이다. 1800년대 말의 <시의전서(是議全書)>를 살펴보면 민어 부레에 소를 넣어 삶아 익힌 ‘어교순대’와 돼지 창자에 돼지 피, 숙주, 미나리, 무, 두부, 배추김치를 넣어 삶은 ‘도야지순대’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순대는 추운 지방인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해 먹던 음식이다. 함경도 풍습에 도야지순대를 겨울에 얼려 두었다가 익혀서 먹었다고 전해지니, 그 관습이 북유럽의 소시지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북쪽지방에서는 잔치 때나 명절 등 특별한 날 돼지를 잡으면 고기는 삶아서 편육으로 먹고 뼈는 푹 고아서 탕으로 먹었다. 그리고 내장은 순대를 만들었다. 요즘은 순대가 서민들의 대표 음식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동네에서 돼지 잡을 때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특히 돼지의 대창(큰창자)을 이용해서 만든 아바이순대는 한 마리를 잡았을 때 기껏해야 50cm~1m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양이 많은 소창(작은창자)으로 만든 순대에 비해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병을 앓고 난 뒤 쇠약해진 사람들에게는 기력을 보해주는 보양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아바이순대의 ‘아바이’ 는 함경도 말로 ’아버지’란 뜻이다. 워낙 돼지 대창이 귀해서 예로부터 아버지한테만 대접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대창을 이용한 아바이 순대와 소창을 이용한 전통순대를 동시에 직접 만듭니다. 아바이순대에는 야채, 찹쌀, 두부, 계란, 선지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죠. 한 번에 약 50~70인분의 순대를 만듭니다.”라고 말한다.





얼큰한 순대국밥과 아바이순대의 조화

<금천 왕 순대>의 그릇은 보통 순대국밥집에서 나오는 뚝배기의 1.5배는 족히 된다. 거기에 담긴 수제 순대와 오소리감투, 염통, 암뽕, 머리고기 등이 푸짐하다. 일반 순대국밥의 국물은 뽀얗게 나오는 반면, <금천 왕 순대>의 국물은 육개장 국물처럼 붉고 맑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아, 이 맛이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넘치지 않는 간과 적당한 얼큰함이 조화를 이루고 목 넘김 이후의 끝 맛은 담백했다. 거기에 수제 순대가 주는 정겨움과 진한 맛이 한 끼의 식사를 그지없이 풍요롭게 만든다. 함께 간 동료도 기탄없이 말을 이었다.
“음, 깊은 맛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담백함이 살아있고. 특이한 것은 보통 사골국물을 쓰는데 이 집 국밥은 어머니가 해 주신 얼큰한 야채 된장국 맛도 있어요. 배추를 삶아냈나요?”
그것은 순대국밥 특유의 맛을 잃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담백함의 깊이를 강조한 의미였다. 그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보통은 사골육수로 국물을 내지만, 저희 집은 순대를 삶아 낸 물을 그대로 사용해요. 그러다보니 야채와 대창, 소창 그리고 선지 고유의 맛들이 섞여 나는 우리 집만의 맛일 겁니다.”
이 집 순대국밥은 굳이 다대기(매콤한 맛, 칼칼한 맛을 더하기 위해 주로 설렁탕, 냉면, 해장국 등 국물요리에 넣는 양념)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맑은 국밥에 다대기를 따로 준비해서 드렸는데, 손님들이 다대기를 넣고 다시 끓여달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얼큰한 양념을 넣어 순대국밥을 내었지요. 이제는 우리 집만의 특화된 메뉴가 되어 버렸어요.”라고 말한다.





왕순대 한 접시는 1만원, 아바이순대는 1만2천원이다. 모듬은 1만원, 암뽕 만 별도로 주문해도 같은 1만원이다. 얼큰한 순대국밥은 6천원이며, 암뽕이 추가된 국밥은 8천원이다. 머리고기 1만원, 오소리감투 1만원이다. 곱창볶음과 전골은 (대)3만원 (중)2만5천원, (소)2만원이다.


-금천 왕 순대 / 010-9218-0004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