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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청주의 냉면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집-부민세숫대야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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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한여름이면 냉면을 향한 사랑의 정점에 오른다. 시원한 육수의 물냉면은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변신의 귀재처럼 평범한 음식점이 여름이 다가오면서 태양처럼 뜨겁게 손님으로 붐비는 곳이 있다. 바로 용암동에 위치한 부민세숫대야냉면(이하 부민냉면)이다. 간판의 맨 위에 ‘인천의 30년 전통’이란 글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원조는 ‘인천’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집은 물냉면, 비빔냉면 그리고 갈비탕과 만둣국, 물만두가 메뉴의 전부다. 아마도 냉면을 제외한 나머지 메뉴는 여름철이 지나면서 음식점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한여름이면 폭발적으로 문전성시를 이뤄 ‘1년 농사’를 제대로 끝냈을 터이니까.





“나는 이제껏 냉면을 제대로 하는 곳을 보지 못했어. 이상하게 냉면 국물 맛을 잘 내는 집은 드물어.”
함께 온 동료는 일명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식가다. 이런 동료가 느끼는 부민냉면의 맛은 어떨까 궁금했다. 점심이라고 보기엔 조금 이른 시각에 부민냉면의 문을 열었다. 좌석이 군데군데 비어있었지만, 예상 밖에 많은 손님들이 이른 시각부터 냉면을 즐기고 있었다. 부민의 냉면은 단연 물냉면이 대표선수였다. 물냉면을 시키자, 5분이 채 안되어 커다란 그릇에 담겨진 부민냉면이 등장했다. 마치 우윳빛 남극에 뜬 등대처럼 맨 위쪽 채 쓴 오이에 앉은 하얀 계란이 보인다. 머리에는 고소한 참깨를 가득 머금고 있다. 토핑도 단순하다. 담근 무와 오이 그리고 초록빛 열무가 전부다. 약간의 붉은 다대기가 꽃봉오리처럼 냉면 몸체의 화려함을 돋보여 준다. 젓가락으로 냉면의 검은 몸체를 풀어내 육수에 담그자, 군침이 가득 고인다. 얼음을 갈아 넣은 육수를 한 입 넣어보자, 부민 특유의 냉면 맛이 온 몸을 감싸온다.
동료의 반응이 궁금해 슬쩍 바라보자, 한참을 음미하던 그는 “괜찮네. 이 정도의 맛을 내기가 쉽지는 않지. 사실 오리지널 평양냉면은 ‘맛있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 맛이 없는, 무채색의 맛이라고 할까. 평양냉면에 비해 이곳 부민냉면의 맛은 대중의 기호에 딱 맞춘 ‘맛있는 맛’이야.”라고 결론을 내린다.




혀끝을 감치는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진 맛은 일품이다. 냉면이 주는 특유의 식감과 시원한 국물이 무더위를 금방 쫓아낸다. 뜨거운 여름이면 냉면을 찾는 이유가 명백해지는 순간이다.
사실 평양냉면의 면의 주재료는 메밀이다. 메밀 고유의 향은 기온이 낮은 겨울에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또한 평양냉면의 국물로 주로 쓰인 동치미의 주재료인 ‘무’ 가 가장 맛있는 계절 역시 겨울이다. 그런 연유로 평양냉면은 겨울에 최고의 맛을 내 ‘겨울 음식’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런 냉면의 원조 격인 ‘평양냉면’의 성수기가 겨울인데, ‘여름냉면’으로의 변신은 냉장고가 등장하면서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부민세숫대야냉면 메뉴는 간단하다. 물냉면 7천원, 비빔냉면 7천원이다. 갈비탕과 만둣국도 있지만, 여름철에는 거의 찾지 않는 메뉴다.



“어, 시원하다. 냉면은 역시 여름냉면이 최고야.”
문을 나서는 한 노인이 습관적으로 이를 쑤시며 중얼거린다. 슴슴한 냉면 맛이 아직도 입안에 감돈다. 아삭한 열무와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하고 달콤한 육수가 조화를 이루는 열무가 곁들인 부민냉면은 역시 한여름에 제격이다. ‘30년 전통’이란 말은 흔한 광고문구이긴 하지만, 가벼운 냉면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감하는 것이다.

-부민세숫대야냉면 / ☏043)298-7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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