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2대째 이어온 ‘도안’의 모녀분식, 청주에 오다.-우리밀 모녀손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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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에서 36번 도로를 타고 청주 방향으로 오다 증평과 도안 갈림길 전 300m에 허름한 단층 건물, 붉은 간판의 '모녀분식'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별다른 특징이 없는 오래된 분식집 그대로다. 하지만 이곳에 20년이 훌쩍 넘는 추억의 맛집이다. 세월이 흘러 집기류는 낡았지만, 변함없는 것은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다. 오랜 단골들은 옛날 그 맛을 찾아 고향을 찾아오듯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먹고 간다. 그 맛을 이제 청주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달 13일 ‘모녀분식’을 운영하고 있는 장순자(67) 여사의 아들 연제태(42) 대표가 청주시 수동에 ‘우리밀 모녀손칼국수’를 오픈했다.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보존해 살리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지켜봤고, 배웠다.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는 향이 다르다. 우리의 전통재료인 우리밀 칼국수를 알리고 싶다.”
기존의 ‘우리밀’ 칼국수에 홍어, 보쌈, 문어숙회를 추가했다. 퇴근 길, 애주가들이 술 한잔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우리밀 칼국수
“밀은 보리와 함께 대표적인 겨울 음식으로 찬 성질을 갖고 있다. 반면에 쌀은 뜨거운 여름 햇빛을 받고 자라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둘을 섞어 먹어야 따뜻한 기운의 음식과 찬 기운이 음식을 조화롭게 섭취할 수 있다.”
우리밀 모녀손칼국수 연 대표는 ‘우리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리 강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밀로 칼국수를 만드는 어머니의 고집이 자랑스럽다. 우리 고유의 밀에 어머니의 손맛이 배어있는 ‘우리밀 모녀손칼국수’는 전통에 장인 정신까지 더해진 음식인 셈이다.



연 대표는 “우리밀은 서양밀에 비해 끈기가 적어 밀가루용으로는 단점이 있으나 그 맛이 구수하고, 또 방부제를 많이 친 서양밀에 비해 우리밀은 겨울에 재배하기 때문에 전혀 농약을 치지 않은 건강식품이다.”며 “무엇보다 겨울 밀은 겨울에 농사를 짓기에 풀도 없고 벌레도 없어 무공해 농사가 가능한 작물이다. 거기에다 겨울의 땅을 놀리지 않고 작물을 심기에 대기를 깨끗하게 해주고, 흙의 생명을 지켜주기에 환경파수꾼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착한 식재료다.”라고 말한다. 우리밀 모녀손칼국수의 ‘우리밀’은 전량 전라도 장성에서 가서 1년치 물량을 직접 구매한다. 도안의 시골 저장고에 보관해 필요한 만큼 도정해 사용한다. 그만큼 신선도를 유지한다.
“이 집 칼국수를 먹으면 뱃속이 시원해. 숙취에는 최고여”
1년 전, 도안의 ‘모녀분식’에서 한 손님이 국물을 양껏 들이켜며 혼잣말로 한 말이 새삼 기억이 난다. 수입 밀에 비해 ‘우리밀’은 글루텐 함량이 낮기 때문에 밀가루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이들도 속 편히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햇살 담은 바람의 맛, 고향의 흙 맛
구수한 향기를 품고 식탁에 올려 진 우리밀 칼국수는 국수가닥 마다에 새색시의 홍조처럼 검은 점들을 올려 보낸다. 국수 한 젓가락을 입안에 넣자, 구수한 고향의 맛이 가득 풍겨온다. ‘우리밀’만의 독특한 식감이 그지없이 반갑다. 도안에서 만났던 ‘모녀분식’의 칼국수 맛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오랜 전통의 맛이 그대로 계승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다진 고기, 호박, 김, 당근이 갈색 칼국수와 어울려 은근히 식감을 자극한다. 젓가락으로 국수가닥을 건져 올리자, 스르륵 미끄러진다. 손끝에 약간의 힘을 주니 금방 뚝뚝 끊어진다. 수저의 도움을 받으니 그나마 수월하다.
햇살과 들풀을 훑고 지나온 바람의 맛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어쩌면 고향의 흙 맛과도 같았다. 입안에서 감촉은 일반 칼국수에 비해 다소 거칠지만, 끈기의 민족혼처럼 개성은 강렬했다. 쫀득한 식감보다는 정제되지 않은 자연의 투박한 맛이 어쩐지 더 정겹게 다가온다.
우리밀 모녀손칼국수의 오랜 단골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칼국수를 먹는다. 보통 손님들은 칼국수를 먹을 때, 주변의 겉저리나 김치는 별도로 곁들여 먹는 식이다. 하지만 이곳 오랜 단골들은 칼국수가 나오면 무조건 묵은지와 겉저리, 집고추, 다대기를 한꺼번에 부어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섞는다. 그야말로 잡탕처럼 섞인 칼국수는 순식간에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붉은 기운이 풍기며 돌변한다. 그러면 곧바로 숭늉 마시듯 후루룩 칼국수를 먹는다. 그야말로 들이킨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오랜 단골이라는 K(영운동, 62)씨는 “이렇게 한 그릇 먹고 나면, 지난 밤 숙취가 한꺼번에 땀과 함께 빠져나가. 온 몸에 땀이 나면서 시원해져. 아마도 그 맛은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르지.”라며 이마의 땀을 훔친다.



이 집 대표메뉴 우리밀 손칼국수는 5천원, 떡만두국 5천원, 고추만두 5천원이다. 새롭게 추가된 수육은 1만5천원, 자숙문어 1만5천원, 홍어회 1만5천원이다. 수육과 자숙문어 그리고 홍어회를 모아 놓은 세트메뉴는 4만원이다. 묵은지 갈비찜은 2만8천원, 녹두빈대떡이 6천원이다.



-우리밀 모녀손칼국수 / ☏043)225-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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