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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정신과 육체의 휴식을 위한 시공간(視空間)-설연차회 김용선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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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 속에 우리 선조들은 차나무를 심고 기르며 그 제다법에 따라 차를 만들고 우려 마시는 차 생활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정신 수행의 한 수단으로 차의 가치를 인정하고 다반사(茶飯事)로 차를 즐겨왔다. 한 잔의 음료인 차에 도(道)나 예(禮)를 붙여 다도(茶道)니 다례(茶禮)니 하여 격(格)을 높이고 차 생활을 해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차는 단순한 기호음료를 떠나 녹차의 카페인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소화를 돕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이뇨작용을 도와 몸의 독을 풀어주는 약리적 효능뿐 아니라 정신활동을 민활하게 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며 피로회복을 도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설연차회 김용선 사범은 “차 생활을 한다고 하면 먼저 어려운 격식과 다양한 도구를 생각한다. 그러나 차 생활이란 나에게 맞는 차를 골라 밥 먹는 일처럼 편안하고 소박하게 일상의 생활에서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차 생활"이라고 말한다."
교차로 월요사람은 설연차회 김용선 사범을 통해 차의 세상을 들여다봤다.





녹차의 탄닌 성분, 비만과 노화예방에 탁월한 효과

Q 우리나라 차(茶)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하였으나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차는 최초의 문헌인 삼국사기에 따르면 7세기 초 신라 선덕여왕 때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하여 흥덕왕 때인 828년 사신 대렴(大斂)이 당나라에서 차나무 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에 심었는데 그때부터 차 마시는 풍속이 성행하였다고 한다. 신라뿐만 아니라 가락국, 고구려, 백제인의 생활 속에도 차가 깊숙이 침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백제의 경우 일본서기의 기록대로라면 신라보다 훨씬 일찍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남부지방이 차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기후조건이여서 중원을 통해 들어오기 전에 이미 차를 마셨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가 중원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이고 백제에서 다시 일본에 전해진 것은 확실하다.



Q 차의 효능은 무엇이 있는지?
녹차의 카페인은 이뇨, 각성 등의 생리작용을 하기 때문에 정신활동이 민활해지고 기분이 맑아지며 피로회복이 빨라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감각을 예민하게 해주기 때문에 기억력, 판단력, 지구력을 증강시켜서 졸음을 없애주며 혈관을 확장시켜 운동력을 높여준다. 녹차의 카페인은 커피와 달리 찻잎 중의 카페인이 폴리페놀과 쉽게 결합해 크림을 형성하고 낮은 온도에서 불용성으로 잘 녹지 않으므로 체내의 동화속도가 낮고 5~6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것이다. 또한 찻잎 속의 탄닌은 특유의 수렴작용으로 위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점막을 보호하며 해독작용에 탁월하다. 또한 중금속 흡수를 저지시키고 식중독과 감기를 예방하며 입안의 세균번식을 없애주어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다. 또 살균작용 뿐 아니라 대사를 촉진하고 몸속의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하고 알코올을 빨리 분해하여 배설시켜주기 때문에 숙취해독에도 매우 도움이 되며, 축적된 지방을 연소시켜 에너지로 바꾸어주므로 비만예방에 특히 좋고,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가지므로 노화를 억제한다.
당나라 시인 노동(盧同)의 칠완다가(七碗茶歌)에 ‘한잔을 마시니 목과 입술이 부드러워지고 두 잔을 마시니 고독과 번민이 스러지네. 석 잔을 마시니 마른 창자를 적셔 온갖 걱정거리가 흩어지고 넉 잔을 마시니 내 평생에 불평스러웠던 일들이 온 몸의 털구멍, 땀구멍을 다 빠져 나가네. 다섯 잔을 마시니 근육과 뼈가 맑아지고 여섯 잔을 마시니 선령과 통하였다네. 일곱 잔을 마시니 양 겨드랑이에서 시원하고 맑은 바람이 솔솔 나오는구나.’라고 노래했다. 이렇게 차의 효능은 몸의 건강과 함께 정신건강에 크게 기여했으니 시인묵객들의 문학적 향기가 더해져 오늘날까지 널리 회자되고 있다.

Q 우리는 차(茶)라고 하면, 흔히 쉽게 구할 수 있는 티백을 생각한다. 어떤 차가 좋은 차인가.
제다법에 의해 만들어진 녹차잎을 우려서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슈퍼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티백을 마실 경우에는 뜨거운 물을 먼저 컵에 따른 후에 티백을 넣고 살짝 흔들어 풀어 먹으면 좋다. 너무 오래 뜨거운 물에 담궈 두면 과량의 탄닌 성분이 우러나와 떫고 쓴 맛의 차가 된다. 좋은 차와 그렇지 못한 차를 구별하는 방법은 차를 뜨거운 물에 우려낸 뒤, 차잎의 모양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기계 차는 찻잎이 부서져있지만, 손 덖음으로 제대로 잘 만든 차는 찻잎의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보게된다. 찻잎을 따는 시기는 곡우 전 5일을 최상으로 치고 후 5일을 버금간다 하고 그 다음 5일이 그 다음으로 좋다하여 차 따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며 겨울을 나고 뾰족뾰족 올라오는 찻잎 가운데 일창일기(一槍一旗)나 일창이기(一槍二旗)로 어린잎을 따서 덖고 비비는 과정에서 차의 색, 향, 미, 기를 얻어내는 현묘함이 따른다.

Q 차와 물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떤 물이 좋은가?
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초의선사의 저서 <다신전>에 이르기를 차는 물의 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라고 했다. 진수가 아니면 그 신이 나타나지 않고, 정다가 아니면 그 체를 엿볼 수 없다(茶者 水之神이요, 水者 茶之體라)하여 차에 있어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고 우려서 마실 때 홀로 마시면 신(神)이요, 둘이 마시면 승(勝)이요, 서넛은 취미요, 대여섯은 덤덤할 뿐이요, 칠팔인은 보시라 하였으니 홀로 앉아 차 한 잔을 기울이며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야말로 차 생활의 진정한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차를 달이는데 있어서는 불 가늠을 문무지후(文武之候)라 하여 불기가 약하면 ‘물이 우연하여 다신이 가라앉고, 불기가 극렬하면 노수(老水)가 되어 차가 이에 눌린다.’했으니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화(中和), 중정(中正)의 정신으로, 이것이 곧 우리차의 기본 정신이다.





밝은 달과 벗 삼을 수 있는 차 한 잔의 여유와 매력

Q ‘차 한 잔 하시죠?’라고 하면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차 생활의 의미가 무엇인가?
오늘날 바쁘다는 이유와 커피문화의 만연으로 차 생활은 또 다시 밀려나고 상가의 건물마다 커피숍이 자리 잡고 있다. 쫓기듯 분주하게 앞만 보고 살아가는 하루하루다. 그러나 현대인들이야말로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마음을 가다듬고 끝없이 넘나드는 몰아(沒我)의 경지에 이르러 참나의 모습을 되찾고, 찻잎이 우러나기를 기다리며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고, 그윽한 차향을 맡으며 서로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주변과 더불어 가는 미덕을 배우는 것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초의선사의 저서 <동다송>에 이르기를 차를 마시면 ‘마른 가지 되살아나듯 여든 노인 양 뺨이 복숭아꽃처럼 붉어지네.’라고 노래하며 ‘옥화차 한잔 기울이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 몸 가벼워 벌써 청경에 올랐네. 밝은 달은 촛불 되고 또 나의 벗이로다. 흰 구름 자리 펴고 병풍으로 둘러치네.’라고 노래하였다. 이 각박하고 힘든 인생의 여정에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 몸이 가벼워지고 밝은 달과 벗 삼을 수 있는 차 한 잔의 여유와 특권을 누려볼만 하지 않는가? 중국의 다도정신이 정행검덕(精行儉德)이요, 일본의 다도정신이 화경청적(和敬淸寂)임에 우리의 다도정신은 평정심의 정신, 자족의 정신을 이름하는 중화(中和) 곧 중정(中正)의 정신인 것이다. 차의 향기에도 안팎이 똑같은 순향(純香), 설지도 너무 익지도 않은 청향(淸香), 불김이 고루 든 난향(蘭香), 곡우 전의 싱그러움이 듬뿍 담긴 진향(眞香)이 있으니 우리 인간의 삶속에서도 표리(表裏)가 한결같은 향기를 지닌 사람이 그리운 시절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10년 이상 매월 설연차회 차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생활 속의 차"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었다. 미처 차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거나 알더라도 특별한 사람이 누리는 사치스런 문화쯤으로 미뤄두고 있다면 이런 차회를 통하여 내 환경과 처지에 맞게 내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누구나 차 생활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시작되었다. 위에서 소개한 대로 우리 차의 효능과 기능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만 끓이면 마실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이렇듯 우리 몸속에서 좋은 기능을 하는 차를 마실 수 있음에도 우리는 생활화하고 있지 않다. 의식이나 행사 때에 보여주는 시연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의 차가 되어 누구나 즐기는 아름다운 차 문화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설연재 김용선 약력
*초의차문화원 충북지부 사범
*북부종합사회복지관 강사
*청주시 평생학습관 시민강사
*직지서당 훈장
*설연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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