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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나기자기공방 나기성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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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를 떠올린다. 꽃향기에 취해도 가슴은 불탄다. 미소를 띠나 눈빛은 맹렬히 먹잇감을 쫓는 날카로움으로 살아 번뜩인다. 무슨 꿈을 꾸기에 몸짓이 저리도 절실한가. 나비, 황홀한 그 비상을 꿈꾸는 네 날개 짓이 눈물겹구나. 제 몸의 기운을 사그리 뽑아 불사르고 지은 그 딱딱한 고치를, 주름살만 남은 작아진 기력으로 쪼고 쪼아 비상하누나. 긴 터널을 지나 진정 자유로운 세상을 만나거든 날개를 접고 쉬어가거라….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비중길에 있는 ‘나기자기’공방에 들어서면 온통 도자나비가 춤을 춘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그는 도자기를 빚는 나비작가 나기성 도예가다.



나기성 도예가는 “도자기를 통해 삶의 가치관을 세웠다. 도자기는 특성상 잘 깨지고 무너진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어 기뻤다가 한순간 깨뜨려 실망한 적이 많았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비움의 철학을 깨우쳤다.”라고 말한다.



공방 ‘나기자기’
‘나기자기’란 자신의 이름 두 글자를 따서 브랜드화 시킨 공방이다. 그 이름에는 주는 흐름에 어쩌면 ‘나비’란 말이 은연중 형상화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사람들은 나비를 말할 때 부드럽고 황홀하게 펄럭이는 날개중심으로 이야기 한다. 그것이 나비의 꿈일지도 모른다. 나비의 황홀한 날갯짓에 젖어 행복만 말하는 것처럼, 작가가 나비의 고충을 전하고자함은 아닐 것이다.
나기성 작가는 “내가 나비를 형상화해 빚은 도예작품들을 보며 사람들이 활짝 웃을 수 있다면 기쁘다.”라며 “한때 도예마술사로 변신한 적도 있었다. 마술기술을 습득하여 카페에서 도예를 도입시켜 매직(magic) 쇼를 하기도 했다.”라고 말한다. “하필이면 왜 도예냐?”라고 물으니, 그는 “그냥 좋아서.”라고 잘라 말한다. 이재(理財)를 따지는 영리한 사람이었다면 이 길을 가진 않았을 거란다. 그의 진로는 고등학교 때 이미 결정됐다. 동아리활동에서 만든 작품들이 각종대회에 입상하면서 ‘이길 인가?’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들과 노는 흥미를 잃고 흙을 만지며 놀고 싶더란다. 여름과 겨울방학 때마다 올라가 기술을 배웠고, 친구들이 놀이공원에 갈 때 이천 도자마을을 순회하면서 식견을 넓히었다.
“왜 나비를 형상화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바로 자기 자신이 나비이고 싶어서다. 아직 완전한 나비가 되지 못했지만, 나비를 언젠가는 완전한 나비를 꿈꾼다.”라고 말한다. 진로를 두고 고민하던 고등학생 때 어느 봄날 교정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았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어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언젠가는 도예의 경지에 올라 맘껏 비상하는 날을 꿈꾸게 되었다.




열일곱 살부터 도예의 길을 간 나기성 작가는 약관(弱冠)을 넘어서자마자 개인전, 국제전등 각종 전시회의 이력을 쌓으며 수상경력의 훈장을 달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고치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18년이란 시간 속에서 어느덧 작업실에는 고치를 뚫고 나와 날개를 펴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날개를 펴되 아직은 약간정도만 조심히 펴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 것도 겸손의 미덕이다. 작품을 구경하는 사람으로서는 어떻게 도자기로 나비의 날개를 형상화 하는지 그 한 가지 만으로도 신기할 뿐이다. 접시를 보아도 찻잔을 보아도 마음을 열기만 하면 정말 나비가 선명하게 보인다.
나기성 작가는 오직 자신의 작품 활동에만 골몰하지는 않는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외모를 갖춘 그에게 CF모델 제의가 실제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는 도예작가라는 본분을 잊은 적은 없단다. 소년원에서 아이들에게 도예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모교에 가서 후배를 지도하기도 한다. 나기성 작가는 “공주대학교 공예학과로 출강을 나가며 후배를 양성하기도 한다. 직접 지도한 후배가 큰상을 타자 기쁘면서도 걱정도 앞선다.”라며 “자신이야 정말 이 길이 좋지만, 후배들에게 바로 안내하고 있는 걸까 하는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한다.



2016 ‘마음의 평화’, 대한민국현대미술공예대전 대상 수상
나비가 큰일을 해냈다. 2016년도엔 ‘대한민국현대미술공예대전’에서 ‘마음의 평화’란 제목의 나비접시가 대상을 받은 것이다. 이젠 정말 자유로운 비상을 하며 평안을 누리는가. 그러나 고치를 뚫고나온 나비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그가 원하는 자유로운 세상은 언제쯤에 도달할까.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듯 그 역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보다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단다.




작가는 도자기를 빚으며 성취감을 맛본 후론 손에서 흙을 놓을 수 없었다면서 도자를 배우며 기술보다 천하를 먼저 배웠다고 술회한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그 짧은 한마디에 압축된 그의 고뇌들이 전해져와 가슴이 아리었다. 일을 하며 인간관계도 초연해지더라는 작가에게서 일찍 시근이 들어야만 했던 그간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물레를 돌려 빚은 뒤 건조한 후 다시 조각하고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과정을 거쳐 가마에 들어간다. 긴 기다림이 끝나고 가마 문을 열었을 때 오는 희열감이라니,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족할 순 없다. 도자를 체험하러 현장으로 오는 것이 아닌, 인터넷 마술쇼 등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도자를 체험하게 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 꿈의 실행을 향한 그의 날갯짓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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