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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만나는 뜨끈한 보양식, ‘토종닭과 오리백숙’-닭이랑 오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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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동에 사는 정옥규(62.남)씨는 <닭이랑 오리랑>에서 닭볶음탕을 먹은 후, 고향의 맛이라고 표현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 배고픈 배를 채워준 요리 중 하나가 바로 닭볶음탕이었다. 토종닭은 쫄깃하면서도 달았다.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일반 식당에서 쉽게 접하는 닭볶음탕을 먹을 때마다 그 맛을 떠올린다. 어쩌면 그것은 고향의 맛이었을지도 모른다.”라고 회상한다.



<닭이랑 오리랑> 이인숙(54)대표는 “함바집을 10년 이상 운영했다. 건설현장의 인부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음식이 바로 닭볶음탕이었다.”라며 “힘들고 피곤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던 음식이었다. 그때의 손맛을 살려 새롭게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함바’란 말은 일본어에서 온 건설용어 중 하나다. 교통이 불편한 벽지에서 공사를 할 때, 인부들의 숙식을 해결해주기 위해 세운 임시 건물을 부르던 말이다. ‘함바’라는 말은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건설 현장 안의 식당만을 부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올 여름의 폭염은 어느덧 잊혀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온 대지를 감싸온다. 때가 이르면 한 계절은 가고 어김없이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온다. 저녁이면 제법 서늘한 기운으로 옷깃을 여미기도 한다. 이럴 때, 따뜻한 오리백숙 한 그릇이면 온 몸에 기운이 충만할 듯하다. 닭과 오리는 궁합이 잘 맞는 한약재와 함께 고아내면 더위로 지친 몸에 기력을 채워준다.
토종닭이 맛있는 <닭이랑 오리랑>에는 균형을 이루듯 오리 요리도 좋다. 오리백숙은 오리의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황계, 엄나무, 감초, 당귀, 황귀, 뽕나무, 칡뿌리, 인삼, 둥굴레, 두충과 대추, 마늘 등을 넣고 가마솥에서 직접 우려낸다.
이인숙 대표는 “토종닭이나 오리 백숙 요리의 육수는 가마솥에서 직접 우려낸다. 보통 10시간 정도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육수에 다시 싱싱한 토종닭이나 오리를 넣어 삶아낸다.”라고 말한다. 부드럽게 삶은 닭과 오리는 약으로 먹고 푹 고아낸 국물은 든든한 죽으로 먹으면 좋다. 또한 옻닭은 예로부터 속을 따뜻하게 보호해 몸의 냉기를 없애주고 강한 항균작용으로 위장병 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황기는 오리와 함께 달여 먹으면 식은땀을 흘리지 않고 체력이 증강된다.”며 “오래 묵은 황기와 구찌뽕 그리고 엄나무 등을 넣어 달여 내면 특유의 맛이 난다.”라고 말한다. 원래 집오리는 야생이었던 청동 오리를 중국에서 가축으로 만든 것.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집오리의 기름, 피, 머리, 알, 흰 오리고기, 흰 오리똥, 검은 오리 고기의 성질과 약효를 기록하고 있다.



몸과 만나면 그대로 약으로 스며드는 느낌
“국물 맛이 끝내준다.”
붉은 닭볶음탕과 오리백숙이 식탁에 오르자, 일행은 한 몸처럼 제일 먼저 국물을 떠 먹어본다. 모든 찌개나 탕 요리를 맛 볼 때, 국물 맛이 좋으면 당연히 고기 맛도 좋은 법이다. 뭉근하게 우러난 육수가 촘촘히 스며든 육질이기 때문이다. 흔히 ‘어느 식당이든 기본 밑반찬인 김치나 나물의 맛을 통해 그 집의 음식 맛을 가늠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던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국물 맛이 좋으면 건더기의 맛도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토종닭은 일반 닭에 비해 육질이 다르다. 쫄깃함과 함께 닭 특유의 고소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먹음직스런 닭다리 한쪽을 들고 뜯고 있던 박성환(남.51)씨는 이 바닥에서 알아주는 미식가다. 그는 닭볶음탕에서 토종닭을, 그리고 한쪽으로는 오리백숙 국물을 연거푸 떠먹으며 흠향(歆香)한다. 마치 특별한 이국 음식을 음미하듯 진지하다. 분명한 것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여느 닭과는 확연히 달랐다.



녹두로 쑨 오리죽의 맛도 역시 명불허전. 녹두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감칠맛이 착착 입에 감겨온다. 오리백숙의 육수에 푹 익은 찹쌀에 하늘의 별처럼 콕콕 박혀있는 녹두들은 입안에서 톡톡 터져내 폭죽처럼 새로운 맛을 안겨준다. 옛 선조들은 우리의 토종닭을 제 자식과 식구에 대한 사랑, 주인을 위한 계속된 달걀 보답, 적을 금세 알아차리는 예지, 땅속을 뒤져 먹이를 찾을 줄 아는 개척 정신, 적에 맞서 싸우는 감투성, 제집 찾아 돌아오는 귀향 정신 따위를 들어 여섯 가지 덕을 지녔다며 영물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깔끔한 맛은 물론이거니와 닭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닭개장 맛도 좋다. 국물이 진하고 깊다. 구수한 육수 맛을 위해 토종닭과 닭 뼈를 넣고 오랜 동안 끓여낸다. 거기에 고사리, 양파, 대파, 숙주가 어울려 조화롭다. 특히 기름기를 제거한 닭 껍질이 묘하게 당기는 이 집 닭개장 맛이다.



<닭이랑 오리랑>의 메뉴는 간판이름 그대로 단순하다. 토종닭과 오리만으로 구성했다. 엄나무(구찌뽕) 닭백숙이 5만원, 오리백숙 5만원이다. 옻닭 백숙 5만5천원, 옻오리 백숙도 5만5천원이다. 능이닭백숙과 능이오리백숙은 6만원, 토종닭볶음은 4만5천원이다. 미리 예약하면 기다리지 않고 제때에 요리상을 받을 수 있다.

-닭이랑 오리랑 / ☏043)292-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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