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가을, 국민생선 고등어구이가 당기는 계절-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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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에서 생선구이는 만찬이 최고지.”
용암동과 금천동 사이 경계선에 있는 음식점 만찬은 이 동네서는 꽤 소문난 맛 집이다. 몇 년 전에는 점심시간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도 번창하고 있지만, 예전만은 못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만찬’ 마니아들은 여전히 충성을 다한다.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도 안준다.’



제철 고등어는 귀한 며느리에게도 안줄 정도로 맛있다는 이야기다. 고등어는 지방함량이 높아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고등어보다 담백하고 살이 두툼한 삼치는 등 푸른 생선이지만 비린 맛이 적다. 그 때문에 장류 중에서 냄새가 강하지 않은 간장과 짝지어 먹기에 적당하다. 간장이 생선에 잘 스밀 수 있도록 조림으로 먹어도 맛이 깊고 달다.
‘만찬’의 생선구이는 깔끔하고 풍성하다고 소문이 났다.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 점심식사 시간이면 여기저기에서 주문이 밀린다. 그 중에서 단연 ‘생선구이’와 ‘황태구이’가 주를 이룬다. 2명이 올 경우, 보통은 ‘고등어1마리, 삼치 1마리’를 시킨다. 주문 받는 아주머니도 아예 대놓고 “고등어 하나에 삼치 하나요?”라고 반문한다.



노릇노릇 구워진 생선 두 마리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식탁에 올랐다. 삼치는 조금 크고, 고등어는 그에 비해 작다. 기름이 졸졸 흐르는 고등어의 살을 젓가락으로 떼어내 입안에 넣자, 그 향기로운 맛이라니. 고등어는 고소하면서 달다면, 삼치는 담백하면서 그윽한 맛이 있다.



제철 생선의 싱싱함과 숙성된 밑반찬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생선의 비린 맛은 깔끔한 8가지 밑반찬(오이지, 멸치볶음, 깻잎, 나물무침, 도라지무침, 열무김치, 감자조림, 가지무침)의 맛을 하나씩 순례(巡禮)를 하면 다양한 맛의 세상이 입에서 새롭게 열린다. 정성스럽게 요리한 고등어 살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으면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밥상은 없다. 간단한 점심 밥상이지만, 정겨운 시 한줄 저절로 마음속에 반달처럼 뜬다.




‘어물전 한 편에 짝지어 누운
한물간 고등어
속 다 털어내고 상처에 굵은 소금 한 줌 뿌려
서로의 고통 끌어안고 있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기에 그 먼 바다를 떠돌다
한 생이 끝나도록 저렇게 누웠을까.
지아비 품 크게 벌려 아낙의 푸르딩딩한 등짝을 끌어안고
아낙은 지아비 빈 가슴으로 꼬리치고 파고들어
짭조름하게 삭아간다.’
-이언주 시인의 ‘간 고등어’

고등어는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값이 싸서 늘 서민들 곁에서 고마운 ‘국민생선’으로 불릴 만큼 사랑받아 왔다. 등 푸른 생선의 대표 주자인 고등어는 또 EPA와 DHA 같은 고급불포화지방산의 보고로 자라나는 어린이나 수험생들에게 아주 좋은 영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어구이는 냄새나는 연탄불에서 자식을 기다리며 맛있게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까지 담긴 추억의 음식이다.



‘만찬’의 메뉴는 다양하다. 황태전골 큰 것 3만5천원, 중간이 3만원이다. 황태 찜은 큰 것 3만5천원, 중간 3만원이다. 황태구이정식(2인 이상)이 9천원, 생선조림 9천원, 생선구이는 8천원이다. 갈치와 고등어는 모두 노르웨이산이다. 청국장도 괜찮은데 5천원이다.

-만찬 / ☏043)298-9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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