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출출할 때, 후루룩 말아먹는 잔치국수-명품생고기
''



“언제 국수 먹여줄거니?”
국수가 잔칫집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은 국수의 긴 면발이 ‘장수’의 뜻을 담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특히 결혼식 날에는 꼭 국수를 대접했다. 부부의 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보통 결혼식에 가는 것을 ‘국수 먹으러 간다.’고 말하고, 결혼 계획을 물을 때는 ‘언제 국수 먹여 줄 거냐?’고 말한다.
집이든, 식당이든 어디가나 흔하디흔한 음식이 잔치국수다. 하지만 그런 잔치국수에도 맛있는 집은 분명 존재한다. 국수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다보니 우후죽순 국수전문점까지 생겼지만, 딱히 이곳이다 하는 곳은 흔치 않다. 그러다 우연처럼 만난 나만의 잔치국수는 일상에서 작은 기쁨마저 준다. 거기에 후한 인심까지 경험한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용암동 ‘명품생고기’집은 주로 삼겹살과 목살을 파는 일반 식당이다. 하지만 이곳 잔치국수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알토란같은 숨겨진 맛을 자랑한다. 메뉴에도 없는 잔치국수는 아는 사람만 알아서 주문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맛이 더 비밀스럽다.
“아주머니, 잔치국수 네 그릇이요?”
이 주문 한 마디에 주인은 이 사람이 단골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차린다. 잔치국수를 따로 파는 것은 단골손님이 아니면 알 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은 놀랍도록 푸짐한데, 가격은 딱 3천원이다. 주인아주머니의 인심이 후하다 못해 넘친다. 비주얼도 화려하다.



어른의 2인분은 될 것 같은 푸짐한 소면에 당근, 호박, 계란, 마늘, 파 등이 함께 어우러진 조합이 3천원의 가치를 훌쩍 뛰어 넘는다. 특히 비오는 날 생각나는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잔치국수가 아니던가. 오늘은 거기에 딱 맞게 창밖으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입맛이 더욱 당긴다. 따뜻한 국물과 면을 호로록 삼키니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이 금방 퍼진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이 집의 명물은 열무김치다. 잔치국수에 열무김치를 얹어 먹는 맛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열무 맛에서 아주머니의 손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 시인의 ‘국수’ 중(中)에서

백석 시인의 국수를 마음으로 읊조리며, 먹는 국수 맛은 낭만도 더해진다.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별미로 후루룩 말아먹는 잔치국수는 우리에게 친근한 서민 음식이다. 매일 한 끼의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도 잔치국수는 만나면 반가운 메뉴다. 날씨가 선선한 요즘 같은 가을날,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면 하루가 개운하다.

-명품생고기 / ☏043)255-5789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