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30년 전통의 족발 맛-족발과 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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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맛집’은 어떻게 구별해야 하나요?”
언젠가 본 음식칼럼리스트의 기고문에서 본 내용이다. 그의 답은 명료했다. ‘메뉴가 간단해야 한다.’가 답이었다. 이것저것 모든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은 한 가지에 전념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같은 음식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서 다양하게 곁가지처럼 확장되어 나온 메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세월이 변하는 것만큼 음식도 변한다. 족발도 맛도, 형태도 다양하게 변했다. 원래 족발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오랜 시간 온갖 한약재를 넣어 정성을 다해 삶아냈다. 그처럼 복잡한 메뉴보다 단일한 메뉴를 그대로 고수해 온 족발집이 있다. 용암동 원봉공원 옆에 위치한 ‘족발과 파전’이 그곳이다. 메뉴도 단출하다. 그냥 단순하게 족발 대, 중, 소로만 구별되어 있다.








이 집 족발은 특유의 쫄깃함과 식감 그리고 담백함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조금 늦으면 재료가 다 떨어져 일찍 문을 닫는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터라 뜨끈한 국물 한 숟갈로 속을 달래고,족발 한 점 먹다보니 끝없이 들어간다. 오랜만에 마음껏 먹다 자제력을 잃고 만다는 게 이곳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족발을 먹다보면 오누 새 벨트를 풀어야만 한다.








“어디서 볼까요?”
“거기 원봉공원 옆쪽 맛있는 족발집이 하나있어요?”
청주에서 성악가로 활동하는 F(49?가경동)씨와의 약속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가경동에 사는 F씨가 굳이 용암동 족발집에서 만나자고 한 이유는 명백해졌다. 그만큼 족발의 맛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첫 인상은 기름진 껍데기와 살코기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먹지 않아도 야들함을 혀끝에서 느낄 수 있었다. 느끼하지 않은 담백함이 더욱 끌렸다. 족발과 소주를 곁들이다보니 술이 술술 들어간다. 두런두런 둘러앉아 지난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의 꽃을 피우니 어느새 가을밤이 깊어갔다.








족발은 우리나라에서만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북유럽의 족발문화는 오히려 역사가 더 깊다. 독일은 삶은 족발의 껍질을 바삭하게 구운 슈바인 학세, 맥주에 푹 삶아낸 아이스바인 등 남부와 북부 각각에 서로 다른 족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프랑스에서는 달콤한 족발조림인 피에 드 코숑이 특별한 맛을 자랑하고, 이탈리아에는 족발 찜인 참포네가 있다. 체코에는 족발꼬치인 콜레노를, 폴란드에는 부드럽게 양념한 콜롱카가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한다. 아시안 국가인 태국에서도 ‘카오카무’라고 하는 요리가 족발과 거의 흡사하다. 심지어 중국 당나라 때에는 과거시험을 보는 선비들에게 족발을 먹였다.








지금 수험생들이 엿을 먹으며 합격을 비는 것처럼 족발을 먹으며 장원급제를 소원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족발을 하나의 행운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선조들은 동물의 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동물은 발로 땅을 딛고 선다. 때문에 정기가 몸에 지탱하는 발바닥에 모인다고 믿었다. 족발을 먹는 다는 것은 발바닥에 모인 정기를 온전히 흡수하는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수많은 동물의 발 중에서도 돼지 족발을 으뜸으로 쳐줬다. 풍속의 관점에서 새해에 족발을 먹는 것은 음식을 통해 정기를 흡수해 한 해를 활기차게 살자는 뜻이 있다. 그러면 돼지꿈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탓이 아닐까. 이처럼 돼지족발은 맛도 훌륭하지만 오랜 세월 동서양을 막론하고 행운을 불러주던 특별한 음식이다.









용암동 ‘족발과 파전’집 메뉴는 간단하다. 족발 큰 것이 3만7천원, 중간 것이 3만1천원, 작은 것이 2만7천원이다. 족발과 어울리는 해물파전은 1만2천원이다.

-족발과 파전 / 043)294-8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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