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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먹고 자란 흑돼지 ‘이베리코’를 아시나요 - 삼백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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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다처럼 어둠이 밀고 들어오면 도심의 불빛은 하나 둘 불을 밝힌다.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일을 마치고 익숙한 집으로 향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낯선 장소로 달려가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저녁풍경은 휴식처럼 따뜻하고 때론 격렬한 삶의 현장이기도 한 것이다.
등대처럼 환한 불을 밝혀 놓은 산남동 삼백식당에는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벌써부터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무엇보다 색다른 느낌은 ‘이베리코 흑돼지’라는 이국적 느낌의 낱말이었다.
삼백식당 김선환 대표는 “스페인이 원산지인 흑돼지 '이베리코'는 검은 털과 까만 발굽을 가진 흑돼지다. 자연 방목하므로 사료가 아니라 야생 도토리, 올리브, 유채꽃, 허브 등을 먹고 자란다.”며 “이베리코 흑돼지는 갇혀 지내지 않는 만큼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고 근육 조직 내 불포화지방산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노화 방지 효과가 높은 항산화제 함유율도 높아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여성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삼백식당이라는 이름에도 감추어진 의미가 있었다. 김 대표는 “이베리코 흑돼지를 1인분에 300g씩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삼겹살이 1인분 180g인 것에 비하면 좋은 흑돼지고기를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라고 말한다. ‘1인분에 300g’을 표방하고 있기에 가게 제목이 ‘삼백식당’인 것이다. 고품질에 비해 가격은 절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걸어 다니는 ‘올리브 나무’, 이베리코 스페인 흑돼지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 총 35만8000t 가운데 스페인산은 4만4000t으로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 번째 규모였다. 2014년 1억2670만 달러, 지난해엔 1억7850만 달러에 이르렀다. 하몽(돼지 뒷다리의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잘라 소금에 절여 건조·숙성시켜 만든 스페인의 대표적인 햄)만 보면 2013년 84만7천 달러(약 9억5800만원)에서 2014년 115만20천 달러로 늘었고, 올 8월까지 수입액은 46만4000달러였다.
흑돼지 ‘이베리코’는 모두 3등급(베요따, 세보데깜뽀, 세보)으로 나뉜다. 최상급인 ‘이베리코 베요타’는 순종 이베리코를 17개월 이상 키우되 도토리철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방목해서 키웠을 때만 부여된다. 김 대표는 “한국 도토리와 달리 스페인산은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이걸 먹은 흑돼지 이베리코는 비계에서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난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베리코는 일본의 대표적인 고급 소고기 고베규와 함께 세계적인 브랜드화를 이룬 육류제품이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걸어 다니는 올리브나무’라는 애칭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천재 쉐프 ‘페란 아드리아’가 ‘내 생에 최고의 돼지고기’라고 언급할 만큼 우수한 맛과 청정함을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스페인 이베리코 반도의 데헤사라 불리는 청정들판에서 방목되어 야생 도토리, 올리브, 유채꽃, 허브 등을 먹고 자란 돼지다. 야생에 가까운 이베리코 흑돼지는 자유롭게 활동하며 자라기 때문에 근육조직 내에 52.8% 이상의 올레인산 성분의 불포화 지방산과 비타민 B군, 비타민 E군, 아연, 철분 등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올레인산은 지방 성분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몸에 유해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막아주어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이베리코 흑돼지의 인기가 서서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맛있는 안주는 술맛을 부르는 법
“와, 고기즙이 장난이 아닌데요?”
좌석에서 회식을 하고 있던 일행 중 한 명은 처음 먹어본 듯, 이베리코 흑돼지를 먹어보고 난 첫 소감을 위처럼 표현했다. 과연 수입산 흑돼지의 맛이 국내산 돼지고기에 익숙해진 입맛과 어떻게 차별화될까. 불판에 자글자글 익어가는 돼지고기 한 첨을 입에 넣어보니 말 그대로 육즙이 풍부했다.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함이 온 몸을 감싸 안고 돌았다. 수입육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잡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소주 한 잔에 두툼한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은 K(62·산남동)씨는 “맛있는 안주는 술맛을 더 나게 하는 법이지.”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삼백식당이라는 이름처럼 양(量)도 충분했다. 보통 2~3명이 삼겹살을 먹게 되면 4~5인분을 시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 삼백식당에서는 참석인원수 만큼만 시켰지만, 충분했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문어숙회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대로 먹어도 좋고, 불판에 익혀 먹어도 색다른 맛이 난다. 불판을 타고 들어온 불꽃도 예사롭지 않았다. 알고 보니 강원도 참숯이다. 김 대표는 “좋은 고기를 익히는데 부재료를 아끼면 안 된다. 예로부터 고기를 굽는데 최고는 숯이었다. 화학성분이 든 가공 숯이 아닌, 강원도 천연 숯을 사용해 고기의 맛과 향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상추가격이 오르면 슬쩍 상차림에서 빠지거나, 양이 줄기도 했던 상추와 샐러드도 별도의 샐러드 바를 운영해 고객으로 하여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베리코 흑돼지삼겹살 1인분(300g)은 1만2천원, 돼지갈비양념구이(목살, 1인분 300g)은 1만2천원이다. 삼겹살과 목살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오는 꼬들꼬들한 식감의 자투리고기인 뒷고기는 300g 한판에 1만원으로 저렴하다. 프리미엄 흑돼지 특수부위인 ‘이베리코 흑돼지모듬’은 500g에 2만9천원이다. 흑돼지모듬은 ‘꽃목살+황제살+갈비살+삼겹살’까지 고품질의 특수부위를 한꺼번에 만끽 할 수 있다. 후식메뉴로 냉면(4천원)도 괜찮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에 냉면과 곁들이면 또 다른 맛을 누릴 수 있다.

-산남동 ‘삼백식당’ / 043)287-5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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