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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의 고귀한 마음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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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과 10월 중순이 되면 서울 성북동이 들썩거린다. 간송 미술관으로 가는 버스안도 성북초등학교 앞에서 내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지하철4호선 한성대 입구에도 간송 미술관을 안내하는 표지 글이 여기 저기 눈에 띈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5월과 10월 중순이 되면 선물 같은 전시회가 찾아온다. 바로, 15일 동안만 문을 여는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고(寶庫) 간송미술관. 이 때가 되면 긴 줄을 마다하지 않고 관람객들은 한 시간이상을 묵묵히 줄을 서서 기다리곤 한다.



외국으로 팔려가는 문화재 꿋꿋이 지켜내 간송은 전형필(1906-1962)선생의 호로, 그는 일제 강점기에 사재를 털어 외국으로 팔려가는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다시 사들여 지켜낸 선각자였다. 그가 지켜낸 문화재를 살펴보면 고려청자를 비롯해, 훈민정음 해례본, 정병, 고서, 김홍도, 신윤복의 진품 그림 등 가히 국보급 문화재들이다. 지금 후손들이 그 귀한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것은 전형필 선생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에 성북동에 지금의 미술관을 세우고 문화재들을 연구하고 보관해 간송미술관은 우리 문화재의 보고(寶庫)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봄과 가을이 되면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해 전시하고 있다. 지난 2013 가을전시회에서는 조선 도화서 화원의 작품 84점을 주제로 하는 ‘진경시대화원전’을 열어 시민들의 발길을 모은 바 있다. 진경시대란 조선왕조 후기문화가 조선 고유색을 한껏 드러낸 우리 문화의 절정기로 숙종에서부터 정조에 걸치는 125년간을 이른다. 이 시기는 중국의 성리학을 벗어나 우리 국토와 우리 민족의 풍속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 내면의 정신을 묘사해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홍도·신윤복·김득신의 그림, 진품으로 감상하는 귀한 시간 간송 미술관을 개방하면 1층과 2층 전시장 어느 곳이나 관람객으로 가득 찬다. 전시된 그림을 살펴보면 파초가 우거진 마당에서 차를 끓이는 더벅머리 동자(김홍도, 초원시명), 강가에 모여앉아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는 사내들(김득신, 강변회음도), 붉은 색이 감도는 순무를 갉아 먹는 들쥐 한 마리(최 북, 서설홍청), 술에 거나하게 취한 갓 쓰고 도포 입은 지체 높은 양반(김후신, 통음대쾌)등 원본 그림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으로 관람객들은 시간을 거슬러 그림 속으로 빠져들곤 한다. 특히,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은 중앙에 전시한 혜원 신윤복의 그림이다. 깊은 밤 연인들의 만남을 그린 ‘월야밀회’와 여인들이 저고리를 벗고 개울에서 씻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남자들을 거침없이 그린 ‘단오풍정’. 워낙 유명한 그림이기도 하지만 화가의 해학과 재치가 돋보이는 그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람객 최윤선(52·송파구)씨는 “신윤복의 그림은 서민적이지만 여유와 해학이 느껴져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간송 전시회는 다른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시대의 진품을 볼 수 있어서 전시회를 할 때마다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의 보관상태 놀랍도록 선명하고 깨끗해 간송미술관의 전시회를 다녀간 관람객들이 작품의 보관상태를 보고 하나같이 놀라곤 한다. 그림의 원본만을 전시한 것인데 기대이상으로 색감이 선명하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단원 김홍도의 ‘낭원투도(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치다)’를 보아도 그림속의 복숭아가 탐스러우면서도 분홍빛 색감이 무척 고와서 20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무색케 하는 것.지난 2013년, 청주시는 ‘책읽는 청주’의 선정 도서로 간송 전형필의 삶과 문화재 수집 이야기를 담은 <간송 전형필>(김영사)을 선정했다. 그가 후손에게 남긴 서화, 도자기, 불상, 석조물, 서적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10년 동안 연구하고 조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1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이다. 조선의 문화예술사 연구가 거의 없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탁월한 시각을 가졌던 간송 선생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했다는 평가다. 시대를 뛰어넘는 생각으로 자신보다 나라의 국보와 혼을 지킨 간송 선생이 아니면 감히 만날 수 없는 문화재들이다. 그가 남겨준 문화재를 보기 위해 몇 시간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아주 작은 예의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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