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역사와 문화를 담아 거장들이 보낸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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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들이 일제히 봄 방학에 들어가면서 학부모들은 고민에 휩싸인다. 재미있으면서 의미도 있는 가정학습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을 받는 것이다. 학원 다니랴 시험공부 하랴 바빴던 우리 아이와 함께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전은 그런 학부모들의 바람을 명쾌하게 해결해 준 전시회였다.



한국 회화 거장들의 작품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덕수궁에서 열렸던 전은 한국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 57명의 수묵채색화, 유화 등 회화 작품 100점을 선정하여 한국 회화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였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회화작품을 통해 한국근현대회화와 맞닿아 있는 우리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특징으로 제 1부의 주제는 ‘근대적 표현의 구현’이었다. 화단이 형성되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1930년대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 시기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사실주의, 일본화풍의 인상주의가 엿보이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제2부는 1940년대부터 1950년대의 ‘새로운 표현의 모색’이 주제로, 광복·식민잔재 청산· 좌우 이념의 대립·한국 전쟁·냉전· 분단 등 우리나라가 지나온 격동의 시기 속에서 사실주의를 벗어나 억눌린 화가의 내면을 돌아보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음에도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와 같은 미술가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해 우리 미술계의 큰 재산으로 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제3부에서는 ‘전통의 계승과 변화’를 주제로 이응노, 김기창, 천경자 등 거장의 수묵채색화를 만날 수 있었다. 전통을 고수하려는 화풍과 일본화의 영향을 받아 변화를 주려는 ‘전통과 혁신’이라는 두 갈래로 회화의 내용이 나뉘는 시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제4부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의 ‘추상미술의 전개’를 주제로, 격동의 시기를 넘어서 안정기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 추상미술이 꽃 피우는 시기로 비로소 화가의 사고와 가치관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었다.



체험학습으로 적합, 그림으로 역사를 배워 20세기 초부터 우리 민족은 나라를 잃어버린 설움을 비롯해 일제 식민지를 거치며 서구근대화의 도입으로 심한 혼란을 겪었다. 김정숙 문화체험해설사는 ‘한국근현대회화 100선’과 같은 전시는 학생들의 체험학습으로 적합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중섭, 박수근과 같은 유명한 화가의 유명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와 미술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해나갔는지 그림감상과 함께 살아있는 역사공부도 할 수 있는 기회이지요.” 또한 그는 책으로 배웠던 역사가 그림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볼 수 있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역사를 아는 만큼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도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시회를 다녀온 최민석(5학년·한신초)군은 빨간 바탕에 그려진 이중섭의 황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일제강점기에 힘이 없어 괴롭힘을 당했던 우리 민족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던 화가가 황소에 힘찬 기운을 담아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해 주고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자신만의 감상을 이야기했다.

회화 감상과 더불어 흥미로운 왕궁수문장 교대식 회화 감상을 마치고 시간이 맞는다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리는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을 보는 것도 행운이다.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은 궁궐의 외곽 경비 임무인 순라를 하던 수문장과 수문군들이 교대를 위해 궁월의 문 앞에 도착하면 시작된다. 궁궐 문을 지키는 수문장의 직품과 수문장이 속한 관청인 수문장청의 직제형태 등이 나타난 것으로 궁성문 개폐의식, 궁성 수위의식, 행순(순라의식)등이 있다. 전통의복을 갖춰 입고 늠름하게 궁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의 모습은 외국인을 비롯해 내국인에게도 흥미로운 관람거리다. 교대의식은 오전 11시, 오후 2시와 3시 30분에 세 번 행해진다. 그림은 글이나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자유로움이 있다.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수많은 그림 중에서도 마음에 새겨지는 그림은 사람마다 다르다. 전은 어려운 시기에 탄생한 작품들인 만큼 더욱 더 소중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로 여느 그림 전시회보다 큰 울림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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