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헛헛한 마음 달래는 한 그릇의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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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란 말은 어쩐지 낯설다. 하지만 청주시 상당구 산성로 25번길에 위치한 ‘수구레국밥’집은 이미 국밥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음식점이다. 겨울을 밀어내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구수한 냄새의 유혹에 이끌려 가게 문을 열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지난 탓인지 한산한 느낌이었다. 식당구석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한명의 중년신사가 한쪽 손에 신문을 펼쳐들고 돋보기 너머로 신문 속 세상에 빠져있다. 마치 음식을 커피 마시듯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시간이 더 느리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겨울을 밀어내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구수한 냄새의 유혹에 이끌려 가게 문을 열었다.

매장 벽면에는 마침 내심 궁금했던, ‘수구레’라는 의미를 자세히 알려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수구레라는 말은 소의 가죽과 고기 사이에 있는 아교질 부위를 일컫는다. 한 마리에 2~3㎏이 나오며, 부드러우면서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조금 질기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콜라겐 성분이 풍부해 관절과 피부에 좋다. 수구레라는 이름은 언뜻 경상도 방언처럼 들린다. 하지만 엄연히 국어사전에 등장하는 표준어다.’ 으슬으슬 추운 날이면 우리들의 뱃속은 뜨끈한 걸 찾는다. 김이 폴폴 나는 국물에 밥을 넣어 말아 먹으면 든든하게 마음도 채워진다. 해장국집의 재료는 거의 돼지의 부속물로 많이 사용한다. 부산은 돼지국밥, 대구는 따로국밥, 전주콩나물국밥, 중부지방은 순대국밥이 유명하다. 여기에 ‘수구레국밥’은 창녕을 중심으로 경상도 한복판 지역에서 유명했다. 대부분 돼지고기가 주를 이루는 국밥세상에서 수구레국밥은 별종처럼 소고기가 주된 재료다. 물론 이웃사촌 같은 소머리국밥도 유명했지만. “옛날 밥도 잘 못 먹던 시절, 쇠고기는 먹을 엄두도 못 냈다. 그 대신 수구레를 끓여 먹었다. 기름기가 적당히 섞여있어 부들부들한데다 비계와 달리 살코기 느낌도 나서 무척 좋아했다. 소가죽에 붙어 있는 살코기 하나라도 버릴 수 없어 탕으로 끓여먹기 시작한 서민들의 애환이 그대로 서려있는 음식이다.”


수구레국밥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소고기의 부속물인 ‘수구레’다. 얼큰한 국물에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수구레가 어우러진 그 맛은 묘한 마력이 숨어있다.

수구레국밥은 뻘건 국물에 콩나물·과 선지가 둥둥 떠 있는 겉모습은 여느 해장국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수구레국밥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소고기의 부속물인 ‘수구레’다. 얼큰한 국물에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수구레가 어우러진 그 맛은 묘한 마력이 숨어있다. 수구레국밥의 육수는 소 잡뼈와 갖은 양념에 대파, 콩나물, 선지 등을 가마솥에 넣고 오랫동안 삶아서 우려낸다. 수구레는 육수와 함께 끓이거나, 그릇에 담을 때 고명처럼 넣어주기도 한다. 또한 수구레는 콜레스테롤과 지방성분이 거의 없고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으로 돼 있어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씹을 때 콜라겐 성분 특유의 쫀득쫀득하고 탄력 있는 식감덕분에 일부 미식가는 수구레를 소고기 여러 부위 중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특히 어르신들의 무릎 관절개선에도 효과적이고 비타민 B1이 함유되어 신경계질환인 각기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탑동 수구레국밥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음식재료가 떨어지는 시간이 폐점시간이다. 이 집은 오직 ‘수구레국밥과 선지수구레국밥만 판다. 모두 7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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