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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가 더욱 더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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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자리가 부족해 쉬는 사람들도 많은 문제이지만, 출산과 육아로 다니던 회사를 관두는 것도 대한민국 경제의 큰 손실이라고 한다. SBS 다큐멘터리에서도 여성 경력 단절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K대학교 출신의 남녀 모두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한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조사 해보니 대부분 여성들은 그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결혼과 육아 때문에 관두었고,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공부방을 운영을 하는 정도가 다였다. 치열하게 경쟁해서 얻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이 결국엔 내 남편과 자녀를 위해서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한 엄마의 사회활동, 경제활동이 종료가 되는 것이다. 이걸 요즘 경력이 단절된 여성, 줄여서 경단녀라고 일컫는다. 여성의 입지가 자주적이고 진취적으로 바꿔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자식 다 키워놓고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내 나이 40대, 40대 여성을 받아주는 회사는 적고, 그마저도 비정규직, 계약직 아니면 아르바이트, 판매직 등 결혼 전 경력은 살릴 수도 없을뿐더러 아무도 아가씨 시절의 경력을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모두 이겨낸 여성을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았다. 그녀는 뻑장어를 운영중이 임종란 대표이다. 그녀의 원래 직업은 전업주부였다. 그녀는 아들만 셋이다. 첫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는 아이한테 온 신경을 다 쏟았다. 그래서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도 없었고, 남편도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둘째가 생겼고, 늦둥이 셋째가 생겼다. 둘째까지도 그녀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게 편했고, 그게 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늦둥이가 생겼고, 사십춘기가 와서 그런지 갑자기 내 자아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 조금씩 하게 되었다. 친정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음식을 푸짐하게 했고 항상 집에서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먹었다. 그냥 사람들과 맛난 음식을 함께 먹는 게 좋았고, 또 그 사람들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나에게는 또 다른 행복이었다.
평소 장어를 너무 좋아해서 양식장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먹을 정도로 장어 매니아 이었다. 그러다가 양식장 사장님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이 메뉴 저 메뉴 개발하면 어떨까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였더니 사장님이 식당 한 번 운영해보라고 하셨고, 나도 내일을 한 번 해볼까? 하고 뻑장어를 오픈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남편은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아들 셋 키우기를 원했다. 뻑장어를 오픈 할 때가 아들이 4살이었는데, 사실 엄마의 케어가 많이 필요한 나이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내 일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동안 남편이랑 많은 갈등을 빚었다. 남편은 절대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없다고 했고, 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말 1년동안은 너무 너무 힘들었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새벽 시장에 직접 가서 신선한 야채도 고르고 가정에 소홀 해졌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더 악착같이 애들과 남편을 챙겼다. 1년이 열심히 정말 미친 듯이 살다 보니 남편이 일하는 것에 대해 인정을 해 주기 시작했고, 오히려 가게 일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일을 시작해보니 일단 힘들긴 힘들다. 내 일과 가정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움직이다 보니 몸도 고되고 힘들긴 하지만 지치지 않는 게 너무 신기하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지치지 않는다. 일단 내 나이 40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좋고, 내가 잘하는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그 사람들이 맛있게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이 있다면 일단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하루 하루를 그냥 헛되이 보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매 시간 시간, 1분 1초가 귀한 시간이고, 이 시간들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한 일 인 것 같다. 절대로 뻑장어를 오픈 한 것에 대해 후회를 안 한다. 경제적인 것도 경제적인 거지만 일단 여자 임종란으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아이들도 가끔씩 우리 엄마 좀 멋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남편과 아이들이 나를 한 사회의 경제인으로서, 한 가정의 엄마, 이 두 역할 모두 인정해준 다는 게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포기하게 되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 된 사회적 비용은 19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단녀들이 일을 해서 이 돈을 벌었다면 내수 소비가 활성화 되었을 것이다. 경단녀 여성의 경제 활동이 절대로 마이너스라 아니고 오히려 경제를 활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 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엄마와 떨어지면 자녀의 정신건강에 안 좋다는 등 온갖 불행한 예시들이 너무 많다. 하루 종일 엄마와 같이 있는다고 해서 절대 내 아이의 정서가 건강한 것도 아니다. 짧은 시간이더라도 집중적으로 케어하는 것이 중요한데, 희생이라는 단어로 자아를 버리는 여성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해도 해도 티도 안 나는 살림보다는 그래도 사회생활이 여성이 더 당당해 질 수 있는 자격 요견은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사회에서 당당하면 언젠가는 입에 풀칠하는 월급도 월급이라고 큰 소리 치는 신랑한테 오히려 더 큰 소리 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루 하루 일분 일초 열심히 사는 뻑장어 임종란 대표를 만나서 얘기를 해 보니 왜 이 집 장어가 특히 더 맛있는지 이해가 되었고, 더 맛있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식당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열심히 사는 그녀를 더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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