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젊음은 삶을 향한 행복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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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성큼 다가왔다. 파릇파릇해진 대지의 새싹들은 마치 경주하듯 생기가 돋아난다. 취재차 방문한 수곡동 153알뜰매장 앞 텃밭에서 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봄 햇살이 가득한 넓은 앞마당과 커다란 창고에는 수많은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즐비하다. 나이 지긋한 분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며 아들이 일을 나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며 차 한 잔을 내준다. 10분도 되지 않아 해맑은 모습을 한 청년이 나타나 인사를 건넨다. 아직 앳된 청년(靑年)은 ‘153알뜰매장’의 김호섭 대표다. 그의 얼굴에는 선량한 웃음이 한껏 걸려있다.
상호의 153숫자 궁금해 물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명령하여 잡은 물고기가 153마리입니다. 디베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러 갔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지요. 하지만 예수님이 나타나 던지라고 한 곳에 던지니 그물에 가득찬 물고기가 무려 153마리였어요.”라며“153숫자는 알뜰매장과 무관하지 않아요. 제각기 사연 많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물건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물고기로 은혜를 준 것처럼 이 또한 작은 의미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153알뜰매장’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올해로 김 대표 나이가 31살이다. 아직 젊은 청년이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은 야무지고 참 건강하다. 굳이 건강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바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던진 그물에는 행복이 가득하게 담겨져 있다.




정직한 도전, 153 알뜰매장

중고품을 구매하려고 생각했던 소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야 하는 걱정거리가 있다. 알뜰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는 이것저것 다 따져 내 맘에 쏙 드는 중고용품을 고를 수 있는 곳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중고제품을 구입하자니 물건의 외관만 보고 판단 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물건을 몇 일간 써보고 살 수 도 없는 게 현실이다 보니 구매하기가 여간 복잡하게 아니다. 그런 까닭에 중고제품은 무엇보다도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운천동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두 자매는 김 대표와 이모가 된 인연을 들려준다. “우리 자매가 정말 어렵게 돈을 모아 식당을 차렸어요. 주방용품과 집기류를 구입하려고 다녀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이곳저곳 다리품 팔아 이곳까지 왔는데 서글서글한 청년이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겁니다. 다른 곳보다도 훨씬 싸게 파는 겁니다. 전체 주방용품과 매장가구까지 구입하게 되었어요. 젊은 사장이 경력도 짧지만 무엇보다도 정직하게 파는 것같아 믿음이 갔습니다. 그때부터 자주 들러 커피도 마시고 조카가 됐어요.”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지켜야 할 기본 상도의가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아무리 하찮은 물건을 팔더라도 기본을 지키면 단골이 생기고 그 단골의 숫자는 바로 믿음의 바로메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품질과 가격과 서비스만큼은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153알뜰매장에는 식당개업이나 폐업할 때 방문하면 요긴하다. 영업용 싱크대, 쇼 케이스, 조리대, 중방가구 일체를 사고판다. 또한 가정에서 쓰는 가전과 가구도 준비되어 있다. 침대, 소파, 의자, 컴퓨터 책상 일체와 가정용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온풍기, 오디오, 선풍기 등 다양한 중고제품의 천국이다.




살 때는 비싸게 사고 팔 때는 싸게 판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싸고 질 좋은 제품 찾아 나선 실속파 소비자가 늘고 있다. 중고제품이라고 하면 보통 ‘남이 사용했던 거라 좀 찜찜해. 디자인도 구식이고 고장이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원한다면 중고가게에서도 새 제품 못지않게 가격과 품질이 착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알뜰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의 구매율과 신뢰도를 높이기 제품 A/S를 보장해주고 가격인하와 서비스를 개선하므로 알뜰 구매자들이 몰리고 있는 추세다. 김 대표는 “살 때는 비싸게 사고 팔 때는 싸게 팝니다. 중고용품의 적정가를 책정하기 쉽지 않지만 소비자도 만족하고 운영하는 저도 함께 만족할만한 가격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중고제품이지만 A/S는 최상의 기본입니다.”라며“고객께서 가격이나 품질에 불만족할 경우, 언제든지 기분 좋게 환불해드립니다. 그만큼 ‘153 알뜰매장’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게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아버지 김영근(64세) 씨는 153알뜰매장에 한 명 밖에 없는 종업원(?)이다. 아버지는 자신이 아들이 고용한 직원이라고 자처하지만 아들 김호섭 대표에게 아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인생의 선장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10년 전 겪은 이혼의 상처가 있지만 두 아들을 돌보며 궂은일을 도맡아 해왔다. 두 아들이 재혼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둘째 아들 가게에서 세척과 수리, 배달까지 따라나서며 사장인 아들을 도와주고 있다. 김 대표는 “3년 전 처음 가게를 차릴 때, 인천에 홀로 계신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사실 힘들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엄청 힘들어요. 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전 불효를 하고 있어요.”라며“그렇지만 아버지는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깨우쳐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확장하는 욕심을 부리거나 큰 꿈을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단지 작더라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153 알뜰매장’이 더 커지고 성장한다면 153마리의 물고기를 잡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눈 신의 은혜로움처럼 저도 어려운 이웃의 주변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장애인 공동체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봄의 생기가 돋아나듯, 31살 젊음이의 아름다운 꿈도 힘차게 기지개를 펴며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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