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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두 그루, 우암산 등산로에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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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두 그루를 발견했어요.”



조금은 흥분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연리지(連理枝)란 서로 다른 나뭇가지가 맞닿아 결이 통하여 하나로 된 나뭇가지를 말한다. 처음부터 다른 뿌리에서 솟아오른 나무가 하나로 된 경우는 연리목이라고 불렀다. 이런 나무를 화목한 부부 또는 남녀의 사랑을 상징한다.
춘추시대 진나라의 조간자(趙簡子)가 나루터 아전(衙前)의 딸을 소실로 데려오니, 그의 처가 청릉대(靑陵臺)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훗날 그 부부의 무덤이 따로 있었으나 두 무덤에 나무가 나서 가지가 서로 향해 뻗어가더니 하나로 합쳐졌다는 고사도 등장한다. 또한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람을 읊은 시 ‘장한가’에도 등장한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 18일 연리지 제보자 최돈섭(55)씨를 만났다. 함께 우암산으로 올랐다. 그의 어깨에는 커다란 앵무새가 자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만나자 마자, 앵무새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금천동의 파수꾼, 청주시 화합을 기원하다

무더위는 조금 가셨지만, 습도가 높은 탓인지 체감온도는 더욱 높았다. 청주향교를 지나 노인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곧장 우암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짧은 반바지 차림의 최돈섭씨는 '금천동의 수호신'이며 직업은 열쇠공이다. 금천동 쇠내골 공원 빈터에 비가 오나 눈이오나 365일 항상 주차해 놓은 차량이 있다. 바로 최돈섭씨의 일터이자, 움직이는 방범차량이다. 그는 지금까지 무려 84명의 절도범을 잡거나 검거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른바 '도둑 잡는 열쇠공'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03년 당시 최기문 경찰청장으로부터 명예경찰로 위촉받았고 2006년에는 4회 충북치안대상에서 '자랑스러운 시민상'을 받았다. 그의 영업장은 움직이는 승합차. 고객의 출장요청이 오면 곧장 달려가고, 멈추면 그대로 작업장으로 변신한다. 자유롭게 변신하는 트랜스포머가 따로 없다.
이번에는 우암산 등산로에서 연리지 두 그루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최근 새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앵무새를 어깨에 올려놓고 가다 볼일을 보게 하려고 내려놨다. 우연히 연리지 두 그루를 발견했다”며 “그렇게 수없이 오가도 처음 봤다. 나 혼자만 누리기보다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알리게 됐다”라고 말한다.
중턱에 오르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미리 반바지를 챙겨 입고 온 이유가 있었다. 청주 향교에서 출발하는 우암산 등산로는 정상까지 약 2km. 중간쯤 가니 열 개의 나무계단이 나오고 평지가 등장한다. 그곳에 연리지는 신기하게 산길을 가운데 두고 호위하듯 양쪽으로 버티고 있었다.



시민들의 휴식처로 꾸미기를 희망

“20년 동안 이 길을 오갔지만, 연리지가 있었는지 몰랐다. 산길 양 옆으로 두 그루나 발견됐으니 상서로운 징조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다가 통합 청주시가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청주 시민의 화합의 쉼터로 만들면 우암산의 명물로 될 것 같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최돈섭씨가 일러준 연리지를 번갈아가며 신기한 듯 바라봤다. 이번에 발견된 연리지중 한그루는 상수리나무이고, 다른 그루는 오리나무다. 연리지를 발견한 최돈섭는 “연리지는 두 종류다. 뿌리가 다른 나무가 만나는 경우는 연리목이며, 같은 뿌리지만 줄기가 중간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를 연리지라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연리지는 이 두 가지의 특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매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상수리나무의 연리목(連理木)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한쪽으로 기댄 형상을 하고 있다. 기댄 부위가 붙어 서로의 살이 되어 한 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또 다른 오리나무 연리지(連理枝)는 하나의 뿌리에 가지가 다르게 자라다 다시 하나로 합쳐진 모양이다. 두 나무의 간격은 불과 20m다. 가운데 등산로가 있고 평지로 형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꾸미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청주시가 통합 1주년을 맞이했다. 통합 청주시의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쉼터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최돈섭씨의 말을 듣고, 앵무새가 답한다.
“어어, 까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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