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내일을 디자인하다
''






주변을 살짝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다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을 함께하는 시내버스도 디자이너가 한 거고 버스에 붙어있는 광고판도 디자이너가 한 거고 거리거리마다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이 세상에 디자이너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도시조차도 형성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회색 빛으로 가득한 도시는 상상도 하기 싫다. 이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젊은 청년 디자이너 경영인들이 있다 하여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그녀들을 찾았다.


디자인 오브는 김미진, 박슬아씨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창업한 지 벌써 6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그녀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었다. 1여년의 직장생활은 그녀들을 빨리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디자인 일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단거리 달리기를 할 경우에는 스타트부터 힘껏 달려야 하지만 장거리, 마라톤 경기에서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우승 할 수 있는 방법이듯이 그녀들은 오래 꾸준히 쭉 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 하던 중, 고향인 청주로 내려오게 되었다.
일단 힘든 타지생활 보다는 마음의 부담은 조금 덜었다. 그때 나이 겨우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오는 나이대여서 세상 물정에 밝지 않았다. 마침 박슬아씨의 집 지하창고가 비어있었고, 애플 창업주 스티븐 잡스처럼 우리도 차고에서 시작해보자고 혹시 아냐고 잡스보다 성공할지 우스개 소리도 했었다. 스티븐 잡스와는 다르지만 그 때 그 설레던 마음은 그와 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고 한다. 겉치레는 비록 소박할지언정 우리의 비전은 스티븐 잡스보다 태평양 바다보다 넓었다. 정말 각자 노트북 한 대로 시작했다. 자금력이 부족해서 지하창고를 멋지게 꾸미는 것은 무리였고, 모든 필요한 것들은 자급자족하며 해결하였다. 그러던 중 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사무실 이전을 알아보고 있었다. 세상 물정에 둔했던 건지 무지했던 건지 사무실 임대료는 만만치 않았다. 그 때의 수입으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임대료와 관리비 때문에 고민하던 중, 우연히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창고를 알게 되었고, 다행히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정식 사무실을 오픈 할 수 있었다.
대부분 고객들은 ‘이거 글자만 좀 크게 해주고 이렇게 저렇게만 하면 될 거 같은데 꼭 이 비용을굳이 받아야겠어요?’ 라고 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 이런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너무 속상하다고 한다. 글자 하나하나 보기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그 글자의 어울림도 생각해야 하고 컬러도 생각해야 하고 위치도 생각해야 하고 정말 힘들게 고민해야지 나오는 디자인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디자인의 비용은 디자이너의 퀄리티고 디자이너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디자이너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왜 이러한 견적이 나왔는지 그리고 이 비용이 꼭 지불 해야 하는 이유를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 주지 못한다면 그 고객은 절대 일을 주지 않을 것이다. 생각보다 디자이너의 세계는 이처럼 잔인하다. 중간은 없는 것 같다. 정말 모 아니면 도인 세상이 디자이너의 세계인 것 같다.



마냥 6년이라는 시간이 아름답게만 흘러가지 않았다고 한다. 디자인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디자이너의 노동에 대해서 인정해주시지 않는 분들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이었으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청년사업가들은 정말 보기 드물었을 시절이었다. 그래서 얕잡아 본건지 그녀들의 디자인을 받기만 하고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주지 않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들도 묘안을 냈고 선수금을 받은 뒤 일을 진행한다고 한다. 한국 사회는 정이라고 한다. 그 놈의 정 때문에 정말 디자인 오브가 이 세상에 없을 뻔 했다.
알고 보면 디자이너는 3D 직업군인 것 같다. 디테일 한 작업을 하기 위해 깨알 같은 글씨나 그래픽을 밤새 쪼개야 하며 죽어라 받아쓰기 하듯이 타이핑 해야 하며, 인쇄 넘기기 전 수 차례 머리 터지듯이 오타 잡아내야 하고, 고객이 내일까지 작업물을 원한다면 밤을 새서 그 작업을 완성해야 하는 그런 극한직업이다. 정말 힘들지만 이상한 변태적인 쾌감을 디자이너들은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 쾌감 때문에 머리 짜내며 작업하고 또 작업하는 게 아닌 가 싶다. 그녀들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고 했다. 아주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디자인 오브가 대박을 터뜨려야지 이러한 마인드는 아니라고 했다. 삭막한 서울 생활을 접은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바쁜 업무 때문에 나를 잊고 산지는 옛날이고 마치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빨리 지쳐버렸고, 그래서 청주로 내려왔다. 빨리 갈 필요가 없는 이유를 깨닫는 순간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디자인 오브가 어떻게 하면 오래 갈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고 한다.
젊은 경영인이라고 해서 경영을 모르는 것은 절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소소한 열정이 느껴져서 더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이었다. 그런 안정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런 안정된 느낌이 고객에게도 전해졌는지 많은 업체들이 디자인 오브를 찾고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 대청호미술관 등 다양한 방면의 업체들이 소소한 열정을 가진 그녀들을 찾고 있다. 이 소소한 열정이 그녀들이 오래갈 수 있는 비법 중의 하나 인 것 같다.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에도 더 발전한 모습의 그녀들을 만나는 것이 기대된다.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