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당신은 탁구왕입니다
''








아직도 기억이 또렷이 난다. 초등학교 입학 했을 때부터 시작된 나의 취미 특기 조사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이력서 및 회사 개인 인적 사항 작정 리스트에도 취미, 특기를 적는 공간이 있다. 나 또한 그러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의 취미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 음… 독서..?’ 라고 얼버무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시 당신의 취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취미는 사전적 용어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을 뜻한다. 개인적인 의견을 담자면, 이런 해석 또한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취미가 곧 직업이 되어, 전문적으로 탁구를 전파하고 있는 힐링 탁구장 한홍철 관장님을 만난 뒤, 내가 생각했던 취미와 사전적 용어가 알려주는 의미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힐링 탁구장 한홍철 관장님은 청주 용암동에서 탁구장을 운영하고 계신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그리고 퇴근해서 집에 와서 식사하고 쉬고 항상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듯한 일상이 지겨워지기 시작했고, 자기 자신을 위한 취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평소 운동하는 걸 좋아했고, 회사에서 우연히 사내체육대회에서 참가한 탁구에 흥미를 느껴 탁구 동호회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탁구대에서 작고 가벼운 공을 스피드하게 라켓으로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경기인 탁구는 예전부터 국민 생활체육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집에 누구나 탁구채가 있었을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90년대 당구, 볼링장 등 다양한 실내 스포츠 종목들이 성행을 하면서 한 동안 사라졌던 탁구가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프로그램도 탁구를 다시 부활시킨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초레이~ 하!” 라고 응원의 기합을 외치던 일명 탁구의 신 배우 조달환의 활약 덕분에 잊혀졌던 탁구가 다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 한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서울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경리단 길, 핑퐁 펍에서 온갖 멋쟁이들과 셀럽들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맥주와 핫도그를 먹으면서 탁구를 즐기는 재미난 콜라보가 탄생되었다. 땀을 흘리는 건전한 생활체율을 넘어 탁구는 새로운 문화로 형성 되어 가는 중이다.
힐링 탁구장 한홍철 관장님은 탁구는 발레리나의 우아함과 댄스스포츠의 현란한 스텝, 쇼트트랙 선수의 임팩트 있는 동작, 야구의 예측 불허성, 각도와 힘에 예민한 당구, 마라톤 선수의 지구력과 민첩성 등 모든 스포츠 종목의 매력을 다 느낄 수 있는 게 탁구라고 말했다. 핑퐁핑퐁 최면술 같고, 한 번 라켓 맛을 보면 푹 빠지게 되어 있는 마력의 스포츠 탁구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이 매력적인 스포츠 탁구를 취미 이상의 욕심이 생겼고, 약 3년 전에 아내와 상의도 없이 덜컹 탁구장을 오픈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밀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얼마 가지 않아 아내가 알아차리긴 했지만, 오히려 나의 취미 생활을 직업으로 인정해 준 아내한테 가장 고맙다고 하였다.
취미가 곧 직업이 된 셈이다.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가질 수 있어서 너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주변 지인들만 봐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고, 여러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직장생활을 하기도 하고, 책임져야 할 가족들 때문이더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홍철 관장님은 ‘제 취미는 제 직업이고, 제 직업은 취미입니다.’ 고 말했다. 그래서 사전적 용어의 취미의 해석은 알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즐기면서 하는 일은 곧 그들의 취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림에 취미가 있어서 화가가 된 그의 직업 명은 화가일지라도 그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가 아닐까?



누군가가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실패 할 가능성이 크다고. 다 엉터리 말 같다. 세상에서 제일 이길 수 없는 사람은 그 일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즐기는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다. 즐기는 사람은 수치로 판단되는 목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더 큰 중요함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기에 절대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는 것이다. 한홍철 관장은 청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탁구에 봄바람이 불어 많은 사람들이 다시 탁구채를 가까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취미가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작은 취미 하나라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민규는 “자신의 라켓을 가진다는 건, 말하자면 비로소 자신의 의견을 가진 것이란 얘기야. “ 라고 표현했다. 영국 상류층들만이 치던 예전의 탁구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누구나 쉽게 탁구를 접하고 예전과는 또 다른 색다른 탁구 문화의 형성으로 재탄생 되어가고 있는 탁구의 앞날이 기대된다. 나 또한 조만간 내 의견을 가질 수 있는 탁구에 도전 해볼까 한다.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