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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은 더 이상 불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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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 할아버지께서 치매를 앓으셨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전문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시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때문에 큰아들이었던 아버지와 큰며느리인 어머니가 할아버지의 병수발을 책임질 수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는 환자들이 다 그러하듯 대소변 실수부터 식사, 거동 일반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할아버지의 병수발부터 목욕까지 보통 일이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생겼을 때는 꼭 필요한 제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부모님의 생활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더 흘러 할머니가 연로해지고 할머니마저도 치매증상을 앓으셨다. 워낙 고령에 치매증상까지 아버지는 할머니를 시내에 있는 요양시설로 모셨었다. 처음 할머니를 요양시설로 모시는 일에는 작은아버지들의 반대가 있었다. 부모를 요양시설에 보내는 것은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는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전문 요양시설에서 조금 더 체계화된 병원 프로그램과 균형 있는 식사, 환자에게 불편한 집 욕실보다 깨끗하고 전문시설이 갖추어진 요양시설의 욕실이 할머니에게 더 쾌적하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이었다. 대신 매일 저녁 퇴근 후 할머니 병원을 향하셨다. 할머니와 말동무도 해드리고, 드시고 싶다는 간식을 매일 들고 가셨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고, 같이 계시는 할머니들과 말동무도 하시면서 즐겁게 생활하셨다. 다른 가족들 역시 시간이 날 때면 할머니께 꼭 들려 할머니 말동무가 되어 드렸다. 오히려 강원도에 사셨던 할머니를 뵙는 날보다 요양시설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 뵙는 일이 더 많았었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뵐 수는 없지만 할머니는 아버지가 자식 된 도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였음을 기억하실 것이다.



지난해 65세이상 인구가 3.26%가 증가하여 처음으로 15세 미만 인구를 추월했다. 주민등록 인구 통계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15세 미만 인구가 600만명으로 줄었고 50~60대는 169만명이나 늘어 장년층 비율이 15%대에 근접하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고령사회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현재의 부모세대. 즉, 50~60대의 장년층의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아래로는 자녀를 위로는 노부모를 책임지고 부양하고 있는 것은 장년층이다. 장년층에게 가장 큰 고민을 물어 본다면, 자녀의 취직 또는 결혼, 그리고 노부모의 건강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노부모의 수발은 가족들 즉, 장년이 된 자식들의 책임으로 여겨 왔으나 사회구조의 변화로 노부모의 수발을 가족들이 책임으로만 부담하기에는 힘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2000년부터 공적 장기요양보호제도 도입을 준비하여,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되었다. 노인의 부양이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여 지고 있음이다. 그러나 현재에도 몸이 불편하신 노부모를 요양기관으로 보내는 것을 자식 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망설이며 힘든 시간을 견디는 장년층을 볼 때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노부모의 부양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도덕적 인식들이 장년층의 힘든 시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장기요양보호제도는 어떤 것인지 충청노인요양원 오성균 시설장을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보통 요양시설 이라고 하면 요양병원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양시설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나뉘게 된다. 그 중 중증질환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의료의 목적을 가지고 돌보는 곳을 요양병원이라고 부르며, 노인성 질환이나,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시설을 요양원이라고 부른다. 그럼 병원이 아닌 요양원 시설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성균 시설장은 “요양원은 조금 더 쾌적한 시설과 함께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는 기관입니다. 저희 요양원은 사회복지사와 작업치료사가 상주하고 있으며, 기본 건강체크부터 물리작업 치료시설을 운영함으로써 어르신들의 건강을 가까운 곳에서 면밀하게 관찰, 케어 합니다. 또한 5분거리의 뿌리병원과 협약을 맺어 즉각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주1회 의사(촉탁의) 회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과 다른 점은 어르신들의 치료와 여가를 위해 미술치료, 음악활동 등을 통한 복지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호자의 면회가 자유로운 완전 개방형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보호자들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면회가 가능 하다는 점에서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처음 요양원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상담오신 보호자들도 입소 후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지고 있다고 말씀 하실 때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생깁니다.”
오성균 시설장의 소개를 들으며 시설구석 구석을 돌아보았다. 요양원 내부 구조가 조금 독특했다. 복도의 양쪽으로 길게 병실이 마련되어 있는 구조는 같았지만 병실과 병실 사이에 커다란 욕실이 눈에 들어왔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배려한 시설이었다. 병실과 병실은 일종의 통로처럼 이어져 있는 구조였다. 언제든지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도록 짧은 동선으로 이동 할 수 있는 구조였다. 건물 옥상에 마련되어 있는 옥상공원은 넓고 시원하면서 아늑한 공간이었다. 시설을 돌아보는 중에도 연실 보호자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양보호, 사회복지사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반갑게 인사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는 이웃 같았다.
충청노인요양원 오성균 시설장은 “요양시설을 고민하는 보호자님들이 고민만 하지 마시고 한번쯤 시설을 방문해서 환경을 보시길 바랍니다. 시설을 보고 상담을 받아보신다면 무거웠던 마음에 짐이 조금 가벼워 지실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시설 입소를 위한 요양 등급제나 시설이용방법은 상담을 통해 전문화된 사회복지사분들이 상세하게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어르신들의 복지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가 함께 짊어질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민 많으신 보호자님들의 전화문의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오성균 시설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어르신들의 편안한 표정이 떠올랐다. 요양원은 그저 어르신들을 더 잘 모시기 위한 하나의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장년층들의 마음의 짐을 같이 짊어져 줄 시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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