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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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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둘러 쌓여져 있는 나라인 거 같아 마치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가이드 포터들도 그렇고 네팔 현지인들을 보면 어쩜 그렇게 표정들이 하나같이 다 밝은 지 순수함 그 자체였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조금이라도 더 네팔과 안나푸르프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도 힘든 코스의 등산이라 익숙한 길이어도 힘듦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미소를 띄우는 그들의 배려에 또 다른 행복감을 가득 안은 채 올라 갔던 것 같다.



산을 올라갈수록 롯지들의 시설이 열악했다. 둘째 날 묵었던 롯지는 난방시설이 전혀 없었다. 올라갈수록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체온 유지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얇은 옷 여러 개 겹쳐 입었고, 날진 물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 껴안고 잤다. 고된 트레킹이라서 그런지 추워도 아주 곤히 잘 잤던 것 같다. 잘 때 껴안고 잔 뜨거운 물은 다음날 트레킹 때 식수로 사용했다. 나름 현지 음식도 입맛에 맞아 별 무리 없이 일정을 보낸 것 같다.
셋째 날은 조금 일찍 산행을 시작했다. 네팔 오기 전 카페에서도 추천해주고 가이드 포터들도 강력 추천 했던 푼힐전망대에 가기 위해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 곳에 오르면 안나푸르나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가 있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새벽 공기 맞으며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일출을 감상하니 또 다른 울컥함이 몰려왔다. 10년 전만 해도 히말라야 어느 산자락에 와서 일출을 감상할 거라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붉으스름한 해자락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역대 보았던 일출 중에서 최고였다. 정말 한동안 아내와 둘이서 말없이 해자락만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다시 츄일레로 향했다.
트레킹 4일차, 츄일레에서 아침 식사 후 8시에 출발했다. 이런 고지대의 산골에도 학교가 있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손을 놓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찬란하도록 빛나 보였다. 이 아이들은 이 험한 산을 제대로 된 신발도 없이 오르며 도착한 학교에서 두 눈 초롱 초롱 빛나게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러워 보였다. 한국의 아이들은 버스타고 30분 거리의 학교도 멀다고 힘들다고 투정인데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기부도 하고왔다. 시누와에 도착한 5일째 먹었던 피자 맛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최고의 가성비이며, 특히 힘든 트레킹 일정으로 허기져 있던 배를 채워주기에 양도 엄청 많아서 실컷 배불리 오랜만에 음식을 즐겼다.



6일째부터는 본격적인 고산지대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시누와 마을 위부터는 고산병 예방을 위해 샤워도 하지 말라고 하여 대충 물수건으로 닦기만 했다. 롯지의 상황도 열악해지기 시작했다. 전깃불도 하나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고, 추위도 엄청났다. 슬슬 고산병의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온 방한용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체력적으로 지쳐서인지 고산병 때문인지 음식을 씹는 것 조차 힘들었지만 체력 유지를 위해 최대한 소화가 잘 되도록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본격적인 고산지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히말라야 산맥 속에서 인간은 쑥쑥 자라나 있는 나무보다 돌 속에 피어난 작은 야생화보다 약한 존재였다.
본격적으로 고산병의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먹은 점심 때문에 체한 줄 알았는데 고산병이었다. 너무 증세가 심해 아쉽지만 하산을 선택했다. 신기하게도 산을 내려 온 만큼 그 증상이 완화 되었다. 현지 네팔인이 고산병은 본인의 건강과 체력과는 무관하며 개인별로 겪는 차이가 크다고 한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고산병 약은 소용도 없었고, 특히 비아그라는 더더욱 소용이 없었다. 역시 현지 네팔인이 알려준 생강차와 마늘스프가 오히려 고산병이 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듯이 역시 현지 네팔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들이 더 도움이 되었다.
7일차 밤부를 거쳐 8일차 지누단다에서 천연 온천을 즐겼다. 아내는 8일 동안 힘들고 지친 몸과 살짝 무리가 온 무릎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너무 너무 좋아하였다. 그녀가 좋다고 하니 고산병으로 인해 지친 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하산 하는 트레킹 코스도 만만치는 않았다. 가이드 포터는 앞으로 남은 길은 낮은 산 등산하는 정도라고 했으나 우리에게는 동네 뒷산 오르는 정도였고,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지친 상태라서 그런지 북한산 정도의 높이로 느껴졌다. 9일만에 밟은 평지는 파라다이스와 같았다. 그 동안 단련해온 등산 덕분에 고산병도 이 정도에서 마무리 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해서인지 아쉬움은 가득하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다시 도전 해 볼 생각이다.



자연의 마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자연뿐만 아니라 그 열악한 자연 환경 속에서도 적응해가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도 참 대단한 존재임에 분명하다. 나는 그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며, 그런 자연을 절대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체력 또한 자연 앞에서는 믿을 게 못 된다. 건강한 자신의 체력을 믿을 게 아니라 시시때때로 바뀌는 자연의 환경을 믿어야지 안전한 산행이 가능하다는 걸 명심하고 또 명심하게 되었다. 또한 그런 환경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들의 여유로움이 또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했다. 목표 달성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 나이에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이 너무 감사하다. 먹고 사는 것도 비록 중요하지만 고작 100년도 못 사는 인생 그냥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가치관은 다르지만 목표를 세우고 하루라도 나를 위한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등바등 살다가 결국 늙고 초췌해진 신체로 노후를 보내기는 싫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각자의 인생을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물질적인 풍요로움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자기 인생을 찾아 살아가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물질도 소용없을 것이다. You only live once 라고 했다. 난 오늘도 내 즐거운 인생을 위해 열심히 계획하고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난 또 다시 안나푸르나를 위해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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