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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박영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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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이 잠시 주춤 거렸고 오후의 빛들로 잠시 몸을 데울 즈음, 그가 골목을 막 돌아 카페로 들어선다. 전(前) 청주문화원장 박영수 수필가다. 청춘의 꽃은 지었지만, 꽃 진 자리마다 수필 꽃을 한 아름 피워냈다. 그의 수필 ‘망초꽃 핀 언덕’은 현대 수필가 100인선에 이름을 올렸다. 수필 ‘망초꽃 핀 언덕’을 읽고 나면 어쩐지 아옹다옹하는 삶의 질척거림은 어느덧 보송보송 마르고, 사소한 미련에 발목 잡혀 멈칫거리지 않는다. 행과 행 사이에는 들녘의 바람이 불고 저녁이 오며 적막조차 오히려 환하다. 단어 하나, 문장 한 구절이 호롱불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괜한 조바심이 났다. 수필 속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리움을 품었던 무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문(門)을 열고 들어오자, 빛들도 따라든다. 그가 들고 온 노란 서류봉투에 오랜 서적 몇 권이 삐쭉 고개를 내민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박영수 수필가와 일문일답을 이어갔다.


문화사회 건설을 위해 계속 봉사
-지난 2010년 제9회 청주문화지킴이상 수상자로 선정되셨다. 교수님은 지역사랑이 남다르다고 알려져 있어요. 우리고장 청주의 향토문화 진흥에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청주문화 지킴이상은 제가 문화원에 있던 2002년 청주문화의 정체성 선양과 지역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제정했던 상입니다. 그동안 이런 취지에 걸 맞는 훌륭한 분들이 받아 온 상을 제가 받았다는 것이 지금도 부끄럽습니다. 다만, 문화단체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성숙한 문화사회 건설을 위해 계속 봉사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나름대로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19대, 20대 청주문화원장을 역임하시면서 문화인구 저변확대에도 앞장섰다는 평입니다. 문화원장 재임 시 보람을 느끼면서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2000년 3월부터 8년간 몸담았던 문화원 생활이 교직생활보다 더 보람 있고 행복했다고 생각됩니다. 그 중에도 10여명에 불과하던 문화원 멤버를 3백여 대가족으로 늘리면서 미약하나마 자립의 기틀을 다지던 일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청주의 정체성 선양과 시민문화의식을 북돋는 일련의 출판 사업에 시민들의 호응이 따라주던 일이 인상에 남습니다.”
-2009년부터 충북 유일의 문예전문지 ‘딩아돌하’를 발간하셨죠? 어떤 특성과 기대가 있는지요.
“충북지역 유일의 문예지 ‘딩아돌하’는 전국적으로 독창성이 돋보이는 신선한 시전문 계간지로 알아주고 있어요. 이제 중앙문단이 따로 없는 시대입니다. 청주에서도 얼마든지 큰 울림을 낼 수 있고 문예지 ‘딩아돌하’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필을 쓰는 사람으로 후배들이 하는 일을 뒤에서 좀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정기구독자와 운영회원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어 무척 흐뭇합니다.”

수필쓰기는 마음의 창을 닦는 일
-우리나라 시대를 대표할만한 수필가 100인에 선정되셨어요. 현대수필가 100인선에 수록된 ‘망초꽃 핀 언덕’은 어떤 내용인지?
“이순(耳順)에 늦깎이로 등단한 사람이 현대수필가 100인선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영광인데다 지난봄에 재판까지 나와서 보람을 느낍니다. 역시 농익은 나이에 쓰는 글이 수필인 거 같아요. ‘망초꽃 핀 언덕’ 첫사랑에 관한 고백적 글입니다만, 이런 글을 스스럼없이 쓸 수 있게 해 준 아내가 고맙죠.(웃음)”
-수필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박영수 교수께서 추구하는 ‘수필쓰기’란?
“수필쓰기는 마음의 창을 닦는 일이죠.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끝없는 자아성찰이 수필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교수님의 삶에 영향을 끼친 책이나, 인물이 있다면?
“대학 1학년이 된 손자에게 사준 책이 두 권인데요, 이 책을 권하고 싶군요. 티나 실리그가 지은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과 동양고전을 모은 ‘인문학 명강(21세기북스刊)’입니다. 제가 젊은 날 영향을 받았던 책으로는 릴케의 ‘문학을 지망하는 청년에게’를 들고 싶군요. 고교시절 시인의 길을 동경하며 시를 쓰려다 그 길을 접게 했던 책입니다.”

박영수 수필가는 청주대 국문과를 나와 중등교사를 거쳐 청주대 대외협력실장, 청주문화원장, 한국문화원연합회부회장을 지냈다. 2008년 10월 청주에서 열린 문화의 달 행사 추진위원장을 맡아 청주문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충북 유일의 문예전문지 <딩아돌하>를 발간하면서 시인학교 운영, 신예작가 발굴, 지역출신 문인 현양사업 등을 이끌고 있다. 현재 청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강좌를 맡고 있다. 그의 저서로 '산에서 여는 아침' 등 3권의 수필집을 펴냈다. 신곡문학상, 충북문학상, 충북수필문학상, 남촌문학상, 문화훈장 화관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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