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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보다는 내면의 이야기 담아내고 싶어-신인화가 김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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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는 퍼런 색 구덩이가 있다. 우리는 개인의 암흑으로 가득 찬 그곳을 외면하기도 하고 슬쩍 내비치기도 한다. 때로 타인에게 강요하고 서로의 구덩이에 매몰되기도 한다. 다양한 관계 속에 분출된 응어리들이 이곳에서 꿈틀거린다. 나는 어스레한 것들로 가득 찬 이 공간을 내면의 진실이라 하고 싶다.’
-김수민의 작가 노트 中

지난 27일 오후, 김수민 작가를 만난 곳은 청주 우민아트센터였다. 그녀의 작품은 반 지하의 구조로 만든 아트센터 커피숍 벽면에 남아있었다. 마치 작품들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들이 풀려나와 그대로 형상화된 느낌이다. 지난 1월18일부터 27일까지‘2016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의 첫 번째 전시로 김수민 작가의 <보통의 일>展이 열렸다.
김수민 작가는 “형식보다는 내용에 치중하고 싶었다. 이제는 다른 분야의 도구들(사진이나 설치물 등)을 이용해서 작품의 메시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주 교차로 ‘안녕하십니까?’에서는 젊은 신인작가 김수민 작가를 만났다.


◇지금도 ‘나’를 찾는 과정이다
밝고 쾌활하다. 젊음으로 인해 슬픔조차도 유쾌하게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느낌이다. 김 작가는 스스로 내성적이라고 밝혔지만, 막상 대화를 풀어가는 표정과 몸짓은 꾸밈이 없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와 안목을 세상에 내 놓았다.
-요즈음 미술사조로 보아, 김수민 작가의 작품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의 흐름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모습과 닮았다.
“2015년 홍성의 ‘레지던시 입주생’으로 짧게 있었다. 그 당시는 형상이 두드러지는 것에 치중했다. 대학에서도 동시대 미술의 성향과 부합하는 미술에 익숙했던 까닭이었다. 그러다 그곳 홍성에서 날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 ‘보여 지는 이미지’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비로소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사진이나 영상위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아직 젊지 않은가. 실패해도 좋을 나이다. 형식을 놓고 내용에 충실하고 싶었다. 1950년대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정크아트(junk art)는 산업화에 따른 페기물이 과거에 비해 엄청난 양으로 쌓이면서 예술가들이 환경의 인식과 시대의 반영을 예술적 반성으로 태어난 미술 사조였다. 그것은 ‘지저분하고 번거로운 것들이 미술품인가?’라는 의문을 담기도 했지만, 뒤쌍의 ‘변기작품’이후로 미술재료의 한계는 사라졌다는 평이다. 아직도 담론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쓰레기에서도 지혜로운 희망을 보아야 하는 것이 예술이다.”
-이번 전시작품 ‘보통의 일’을 설명한다면?
“이번 작품은 모두 연필로 문질러서 만들었다. 그림에서 나오는 푸른 기운은 연필의 특성이 만들어 낸 우연의 산물이다. 그림 자체가 쉽다. 그림을 통해 어떤 이미지가 느껴진다고 관객들이 말한다. 과거에 추상적인 작품성향이 가다보니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싶었다. 누구나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는 퍼런색 구덩이가 있다. 우리는 개인의 암흑으로 가득 찬 그곳을 외면하기도 하고, 슬쩍 내비치기도 하며 때로 타인에게 강요하며 서로의 구덩이에 매몰되기도 한다. 다양한 관계 속에 분출된 응어리들이 이곳에서 꿈틀거린다. 나는 모호하고 어스레한 것들로 가득 찬 이 공간을 내면의 진실이라 하고 말하고 싶다. 이번 작품은 나의 내면에 담긴 솔직한 감정의 덩어리들이다. 그것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도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원래 서양화였나?
“충북대 서양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순수미술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재미삼아 명동에 있는 의상디자인 회사를 인턴형식으로 다녔다. 맞춤의상 같은 것이다. 마네킹에 직접 옷을 입혀 디자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제가 파리에 보름정도 연수를 다녀왔다. 그때 나의 성향을 발견했다. 디자인은 사람과의 관계였는데, 그런 면에서 사람과의 어울림보다는 나하고 맞는 성향이 혼자 할 수 있는 순수미술이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디자인 관련 전시보다는 순수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을 더 찾았다. 디자인 쪽은 상업적인 면이 강하지만, 순수미술은 그렇지 않다. 본능처럼 순수미술로 걸어가고 있었다.”
-곧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이하 미술창작)에 1년 동안 입주한다.
“그동안의 작품에 대해 변화를 주고 싶다. 미술창작 입주를 위해 제출한 포트폴리오 작업도 불안한 상태에서 만들었다. 주제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태도’다. 1년 동안 다듬어 구체화하고 싶다. 미술창작은 작가들에게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스튜디오 입주 작가와 외부 미술전문가들의 연계를 통해 창작능력을 배양하고 고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기회를 소홀히 하지 않고 지역 작가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그리고 싶은 것은?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 형식과 태도는 바뀌었지만, 내용은 달라졌다. 노인에 관한 작업이다. 결핍과 생명의 유한성에 대한 작업을 할 것이다. 인간의 유한성이 잘 함축된 세대가 노인이다. 삶보다 죽음을 모두 품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내가 맞이하게 될 모습이기도 하다. 노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을 표현하고 싶다. 모티브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일기를 통해서 시작됐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약 3년간 암과 투병하며 일기를 남겼다. 낙서 같은 형식이었지만, 삶과 죽음이 선명하게 교차했다. 마지막 페이지는 아무 것도 없는 백지였다. 그것이 삶의 끝자락이었다. 빈 페이지에 담긴 메시지를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싶다.”

△김수민 작가 약력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미술과(서양화전공) 졸업
-개인전 / 2016 보통의 일, 우민아트센터
-단체전
2014 이야기전, 겔러리MC, 뉴욕 구월이야기, 대청호미술관, 청주 내이르이 작가전 등
2013 무시:카다,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유월이야기
2012 FLU전,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레지던시
2016 청주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10기 입주작가
2015 홍성레지던시 프로그램 3기 입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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