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노릇노릇 삼겹살, 아삭아삭 야채 쌈-쌈삽겹 전문점 ‘시골 생고기’
''


서민들의 대표음식중의 하나가 바로 삼겹살이다. 그래서 흔히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란 말은 오랜 친구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인 직장동료와 함께 술 생각이 나면 일생생활에서 건네는 대표적인 말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다보면, 힘겨운 삶의 여정도 위로받고 에너지를 얻어 다시 세상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삼겹살을 파는 매장은 지천이지만, 제대로 된 삼겹살을 파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그동안 어디를 가든 늘 그만그만한 돼지고기 맛에 싫증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시골 생고기’집의 특별한 맛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매일 저녁때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니 그 비결이 궁금하다.
시골 생고기 김충기 대표는 “요즘같이 경기가 안 좋은 시절에 회식과 외식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달에 몇 번, 귀한 만남을 위해 '시골 생고기‘를 찾아준 손님들을 생각하면 고기 하나, 반찬 한 가지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쌈 채소 가득, 건강 가득
‘시골 생고기’를 방문했던 손님이라면 깜짝 놀라는 것이 있다. 바로 엄청나게 제공된 ‘쌈 채소’ 덕분이다. 아무리 먹어도 끝이 없이 쌓인 쌈 채소는 이 집만의 특징이다. 심지어는 단골이라는 서정수(54, 용암동)씨는 “상추 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는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걱정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상추 값이 비쌀 때도 이곳은 변함없이 지금처럼 쌈 채소를 제공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노하우는 무엇일까. 김대표는 “일 년 중, 상추 값이 오르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그 시기에는 시골에 계신 부친께서 채소 농사를 직접 지어 공급한다. 그러니 채소 공급은 소비자 가격과 관계없이 지금처럼 변함없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곳 ‘시골 생고기’에서 제공되는 쌈 채소는 무려 15가지가 넘는다. 쌈이 대표적인 상추를 시작으로 깻잎, 적겨자, 청겨자, 진아바타, 적근대, 청경채, 치커리, 그랜드상추, 쌈케일, 쌈배추, 당근, 샐러리, 풋고추 등 야채 쌈 백화점이 따로 없다. 처음부터 내어놓는 양도 푸짐해서 추가 주문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하긴 한 번에 왕창 제공하니 종업원들의 일감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터였다. 손님도 만족하고, 종업원도 편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겠다.
계산대에 선 할머니 한 분이 검은 봉투에 부지런히 먹다 남은 쌈 야채를 담는다. “이렇게 남은 야채를 가져가도 되나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그럼, 이곳은 자신이 먹던 야채는 그냥 가져가도 된다. 주인이 친절하게 봉투에 넣어주니 더욱 믿음이 가고, 기분도 좋다.”라고 말한다.


냄새가 좋은 고기가 맛도 좋다
‘시골 생고기 삼겹살입니다. 두 판이나 이런 것 들어왔습니다. 고기 신경 써 주세요. 이런 고기가 들어오면, 손님께 못나갑니다. 우리가 소비해야 하므로 손해가 큽니다.’
얼마 전, 들어온 고기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종업원들과 모두 먹어버렸다는 김 대표가 고기공급업체에 직접 보낸 문자를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문을 연 이래 최상의 재료만을 사용해 정성껏 서비스한다는 신념으로 한 곳에 터를 잡고 꾸준히 영업해 왔다. 그 덕분에 담백하고 질 좋은 고기 맛과 싱싱한 쌈 야채 덕에 반해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로 평일 저녁 무렵과 주말이면 가게가 꽉 찰 만큼 북적인다.
‘시골 생고기’의 인기 품목은 단연 삼겹살과 풍성한 쌈 채소. 우선 큼지막한 불판 가장자리에, 시골에서 직접 담근 숙성 김치와 양파를 모양 좋게 올려놓은 뒤, 적당하게 불판이 달궈지면 생 삼겹살을 올려놓는다. 두툼하게 썬 생 삼겹살을 불판 위에 척 올리면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코끝을 스치는 고소한 냄새에 벌써 입에 군침이 고인다.
김 대표는 “고기의 품질은 냄새를 통해 알 수 있다. 비린내 없이 고소한 냄새가 나야 맛 좋은 돼지고기다. 먹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고 하지만, 냄새 좋은 고기가 맛도 좋다.”라고 말한다. 신선한 야채 쌈에 노릇노릇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올리고 파 무침과 마늘을 얹어 먹으면 식감이 그만이다. 이집 고기는 돼지냄새가 없다. 육질은 쫄깃하면서도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 그냥 먹어도 맛이 좋다. 잘 익은 삼겹살은 불판 한쪽에서 돼지기름에 구워진 묵은 김치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아삭아삭’ 김칠 맛이 또 다른 별미다.

가장 경계해야할 적, ‘교만과 건방’
시골 생고기 김충기 대표는 늘 웃는 얼굴이다. 그는 “정직하게 좋은 품질의 고기와 야채를 공급하면 손님이 알아주고 찾아준다. 이곳은 나의 작은 농토다. 정성과 정직을 심으면, 반드시 행복이 수확되니까.”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함께 동행 했던 자원봉사센터 팀장이 자원봉사자 우대업소인 ‘행복나눔 가계’를 제안하자, 김 대표는 선뜻 응한다. ‘자원봉사자 등록증’을 제시하면 실제로 20% 할인해주는 제도다. 김 대표는 “어머니가 늘 내게 말했다. 정직하고 살며 세상과 나누면서 살라고. 이제 조금씩 그 말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오히려 이렇게 좋은 제안을 해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의 모친은 산남동 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 누군가가 내게 충고를 했다. ‘가게가 조금 잘 되면 교만과 건방이 싹튼다. 목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가게는 그 날로 끝이다.’라고.”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은 금과옥조지만, 실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4년째 묵묵히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오늘도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