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육거리 시장 ‘신 궁전 떡집’
''


동이 트기 전, 새벽 육거리 시장을 가보았는가. 이곳은 하루의 문을 여는 생생한 삶이 바다에서 퍼덕이는 생선처럼 역동적이다. 걸음을 옮길 적마다 살얼음처럼 바삭거리는 신선함이 새벽공기에서 절로 묻어난다. 엄숙한 종교인의 제(祭)처럼 고요함마저 감도는 이곳이다. 새벽시장은 막 대지에서 움을 터 나오는 푸른 순처럼 생기가 돈다. 이는 한낮 떠들썩한 시장풍경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다. 새벽녘에도 어김없이 피대 돌아가는 소리로 새벽을 깨우는 곳이 있다. 바로 신 궁전 떡집이다.
“우리 떡은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합니다. 그만큼 친근하면서도, 격식이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백일잔치에서부터 떡이 오르고 돌잔치, 결혼식, 환갑, 진갑 등 죽는 그 날까지 떡으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위로받습니다. 떡에는 세상사가 다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신 궁전 떡집 우재창 대표다.


떡은 나의 인생
우 대표는 양복 재단사를 천직으로 여겼다. 유명한 서울 명동에서 양복기술을 배워 화곡동에 양복점을 차리기도 한 그였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서른 살에 만난 아내를 만나면서 180도 바뀌었다. 가업으로 떡집을 운영하던 처가 덕에 우 대표는 떡집으로 전업을 했던 것이다. 그는 “양복 기술을 배워 성공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양복점은 기성복의 진출로 점점 전망이 없어보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판단이 옳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했다. 떡집을 하기로 결심을 하면서 처가에서 운영하는 떡 가게에서 떡 만드는 법을 배웠다. 처음 결혼 후, 수원에서 떡집을 하다 2000년 지금의 육거리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해서 저녁 11시에 끝난다. 하지만 아무리 고되어도 그의 얼굴엔 늘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저희 집은 100% 국내산 쌀을 소비합니다. 농협 쌀을 대 놓고 떡을 만들어요. 수입쌀은 국내산 쌀에 비해 50% 저렴합니다. 저희가 하루에 소비하는 쌀이 평균 3가마, 주말이면 7~8가마를 소비합니다. 이익만 생각한다면 수입쌀을 쓰는 것이 유리하지만, 저희는 한 번도 수입쌀을 써본 적이 없어요. 떡에 들어가는 각종 부재료도 국내산을 고집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앞에 있는 커다란 자루를 보여준다. 자루에는 부여에서 생산한 밤임을 증명하는 도장이 찍혀있다. 아이 주먹만 한 커다란 밤들은 윤기가 졸졸 흐르고 있었다. 밤중에서도 특상품 마크가 선명했다.


떡은 곧 약이 되는 음식
우리나라의 떡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 떡의 부재료는 다른 부재료와 혼합하여 맛 뿐 아니라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주재료인 찹쌀과 멥쌀 등의 곡물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탄수화물이 들어 있으며 콩, 팥, 녹두, 완두콩, 동부 등의 두류에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다. 또한 밤, 대추, 호두, 잣, 호박씨 등 견과류에는 지방이 함유되어 있다. 사과, 감, 유자, 무, 호박, 감자, 고구마, 당근 등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들어 있어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 우리 전통음식은 ‘식즉약(食卽藥)’이라 하여 ‘음식이 곧 약이 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 무병장수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떡은 약과도 비유되는 음식이다. 기름진 빵이나 케이크와 같은 서구식 음식에 비해 떡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이 시대 최고의 웰빙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곳 신궁전 떡집에서 판매하는 떡들은 시루떡, 절편, 인절미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떡뿐 아니라 찰 호박, 팥 소말이, 꿀 찰떡, 호박버무리, 개피떡, 웰빙 찰떡 등 30여 가지를 직접 제조 판매를 한다. 떡을 맛깔나게 꾸미는 화려한 색상도 모두 천연색소를 사용한다. 호박과 오렌지 가루는 주황색, 백련초 가루는 붉은 색을, 바나나 가루는 노란색을, 완두콩 가루는 연두색을 내는 것이다. 우 대표는 “떡의 맛은 쌀 맛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계량이 중요합니다. 늘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모든 재료는 저울로 달아 정확한 양을 섞어 넣습니다. 그래야 우리 집만의 진짜 떡 맛을 소비자에게 늘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제는 이바지와 답바지 음식도 웰빙시대
판매대 한쪽에 차려진 화려한 이바지와 답바지 음식이 눈에 들어온다. 이바지 음식은 신부 측이 신랑 측에 처음 보내는 음식이고, 답바지는 반대로 이바지 음식에 대한 답례의 음식이다. 그만큼 소중하고 정성이 담긴 음식이어야 하는 것이다. 우 대표는 “요즈음은 이바지 음식만이 아니라, 답바지 음식도 중요합니다. 양가의 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음식이 이바지, 답바지 음식이잖아요. 자칫 소홀히 할 수 있는 이바지, 답바지 음식을 저희 매장에 오시면 안심하고 최고의 음식을 골라 주문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바지와 답바지 음식은 각종 떡으로 만든 제품부터 한과, 전, 채반 등으로 꾸며져 있다. 매장 안쪽 벽면에는 죽순, 영지, 인삼, 오미자, 복분자, 더덕 등이 담긴 커다란 술병이 보이고, 미리 ‘찜’한 고객의 이름이 곳곳에 붙어있다. 요즈음은 이바지와 답바지 술도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담근 술을 찾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옛말에 ‘반기를 나누어 도르다.’ ‘반기살이’란 말이 있다. 이는 잔칫날에 손님들이 돌아갈 때 음식을 싸서 보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듯 떡은 이웃과 친지들과 서로 정을 나누고 복을 나누는 아름다운 음식 역할도 했다. 그 나눔의 문화에 교량역할을 하는 떡집 주인 우재창씨는 그래서 늘 행복하다.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