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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바삭바삭, 행복한 돈가스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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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 없다.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 왕돈가스를 주문하며 알 수 있다. 어른의 손바닥만큼 커다란 돈가스가 무려 3쪽이 나오기 때문이다. 거기다 가격은 딱 6천5백원이다. 일반 레스토랑에서 돈가스를 주문하면 보통 1만2천원은 기본이다. 그런데 ‘돈가스 매니아’에서는 절반 가격에 양은 무려 3배나 크고 두텁다. ‘싼 게 비지떡’이란 옛 속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식을 뛰어 넘은 맛과 품질에 다시 놀라게 된다. 도대체 비결이 무엇일까.
돈가스 매니아 황치현 대표는 “돈가스만 12년 했어요. 맛있게 튀겨 내는 방법과 소스의 비법은 이미 몸에 체화되어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제 맛이 나는 법입니다.”라며 “제가 만들어 내어 놓은 돈가스를 찾아주신 고객 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저에게는 최대의 보람이며 행복입니다. 싸면서도 맛있는 비결이라면 ‘많이 팔면 그만큼 저렴하게 팔 수 있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돈가스 매니아 황대표가 돈가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대에 양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부터다. 레스토랑 매니저 생활을 하던 황대표는 여러 양식메뉴 중 유독 돈가스를 좋아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레스토랑 주방장으로부터 돈가스를 배우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신만의 돈가스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던 것.
“처음 돈가스를 만드는 방법은 사실은 단순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돈가스에 얹는 소스와 바삭거리는 정도와 최고의 맛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어요. 날씨에 따라 다르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랐지요. 최고로 맛있는 포인트를 찾게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마침내 자신만의 노하우로 돈가스를 만들 자신이 생기자, ‘동까동까’란 상호로 청주지하상가 부근에 ‘돈가스 전문점’을 냈다. 컨셉은 ‘싸고 맛있게’였다. 그리고 청주에서는 처음으로 세트메뉴를 개발해서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창 식욕이 왕성한 중고등학생들에게 ‘동까동까’ 돈가스는 최고의 메뉴였다. 나이든 어른들도 옛날 돈가스 맛이 일품이라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전에는 다시 하복대에 ‘와코’라는 상호로 돈가스 전문점을 냈다. 무려 12년 동안 돈가스만 만들어 온 황대표는 얼마 전, 중앙공원 후 문 ‘졸졸호떡’ 부근에 ‘돈가스 매니아’란 상호로 다시 문을 열자, 10년 단골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황대표는 “신기하게도 ‘동까동까’의 단골과 ‘와코’의 단골이 어떻게 알고는 다시 찾아옵니다. 너무 고마운 일입니다. 하복대에서 오신 손님은 주변에서 물어물어 이곳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맛있고 질 좋은 돈가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숙성된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넣고 약 1분30초 정도 튀겨 냅니다. 기름 온도는 170도를 유지해야 하고요. 그리고 기름에서 익어가는 돈가스에 한시도 눈을 떼선 안 됩니다. 제가 원하는 색깔이 나올 때, 재빨리 건져내 소스를 뿌려 냅니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음식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황대표는 “바삭하게 튀겨진 돈가스에 소스를 얹으면 스며드는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는 뭐라 할 수 없이 황홀한 음악 같지요.”라고 말한다. 잘 튀겨낸 돈가스에 얹어진 소스가 만나는 소리란다. 친한 친구를 ‘지음(知音)’이라 했듯이 황대표는 ‘음(音)을 알 듯’ 음식이 완성되는 것을 빛깔과 소리를 아는 것이다.
황대표가 내온 돈가스는 가시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마치 싱싱한 생선이 비닐을 곧추 세운 형상으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포크로 툭 건들면 바삭 소리를 내며 곧바로 무너진다. 나이프로 썰어 한 입 넣으면 바삭한 식감과 더불어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는 느낌이 청량하며 감미롭다. 돈가스는 무엇보다도 절묘한 타이밍에 튀겨내는 것이 관건이다. 빵가루는 바삭바삭하고 고기는 촉촉하니 보드랍다. 속살은 꽤 두꺼운데 기름도 별로 없는 부위지만 충분히 숙성시킨 덕분에 퍽퍽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감자크림처럼 스륵 그대로 녹아든다.
용암동에 사는 박미영(39)씨는 “이곳 ‘돈가스 매니아’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다니는 ‘동까동까’에서 시작된 곳입니다. 가게를 많이 옮기지는 않았지만, 알음알음으로 다시 찾아왔어요.”라며 “10년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런 곳은 드물지요.”라고 말한다.


‘돈가스 매니아’를 방문하면 세 가지에 놀란다. 제일 먼저 푸짐한 양에 놀란다. 그리고 싼 가격에 놀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깊고 풍부한 맛에 놀라게 된다.
이곳 메뉴는 보통 7천원을 넘기는 메뉴는 거의 없다. 왕 돈가스는 6천5백원, 매니아 돈가스는 5천원이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참치볶음밥 돈가스 세트는 5천5백원, 함박스테이크 라면은 6천원, 치즈돈가스 쫄면이 6천원이다. 가장 비싼 메뉴는 ‘생선가스와 함박스테이크 그리고 돈까스에 우동정식 5천원이다. 겨울에도 시원한 모밀도 4천5백원이면 해결된다. 냉모밀에 돈가스를 곁들이면 겨울철 색다른 별미다.
속이 헛헛한 날 찾아가면 완벽한 포만감과 미감까지도 즐길 수 있는 집이 바로 ‘돈가스 매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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