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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이 숯불갈비를 만났을 때! - 육쌈냉면 ‘청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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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도 변하고 있다. 기존 대형 숯불갈비집이나 삼겹살집에서 후식 개념으로 먹던 냉면과 국수가 어엿한 주인행세를 한다. 갈빗집에서 흔히 남은 갈비를 냉면에 싸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이를 응용해 고기가 주 메뉴가 아닌 냉면에 갈비를 싸먹는 새로운 트렌드가 인기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특히 갈비를 냉면에 싸먹으며 어우러지는 새로운 맛에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육쌈냉면 청주점 최수(42)대표는 “냉면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뭔가 허전하다. 그 허전함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것이 바로 숯불갈비다. 거기다 가격도 저렴하니 고객들은 부담이 없다.”라며 “냉면은 이제 더 이상 여름철 메뉴로 한정할 수 없다. 육쌈냉면은 숯불갈비와의 조화로 사계절 사랑받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계금융의 위기다. 본격적인 경기 하강이 가시화되어 지난해 4ㆍ4분기에만 전국음식업중앙회 회원 음식점 중 5만6,000여 곳이 휴ㆍ폐업했으며 올 들어 1월에도 2만 곳 이상의 휴ㆍ폐업이 이어졌다. 그러나 모두가 불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때 여전히 손님들이 줄을 서며 성업 중인 식당들도 있다. 특별한 마케팅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인테리어가 훌륭한 것도 아닌데 손님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불황에도 줄서서 기다리는 이들 식당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그중에 대표적인 식당이 바로 ‘육쌈냉면’이다. 고기를 먹으면 냉면을 먹는 것이 아니라, 냉면에 고기를 싸먹는 역발산 전략에서 육쌈냉면의 특징이다. 육쌈냉면은 물(비빔)냉면+숯불고기 합해 6천원이다. 동절기 메뉴로 칼국수와 숯불고기와 떡만두국+숯불고기도 있다. 가격은 6천원으로 동일하다.
가격은 6천원으로 저렴하지만 맛과 품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육쌈냉면 청주점 관계자는 “육쌈냉면에서는 냉면을 시키면 추가 비용 없이 숯불 돼지고기가 냉면과 함께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육쌈냉면이란 이름은 ‘고기를 싸먹는 냉면집’이다. 육쌈냉면이라면 고객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선택했다.”라고 말한다.



고기와 냉면을 동시에, 새로운 아이템으로 인기

청주시의 명물, 성안길에서도 한가운데(영 프라자 맞은편 성안길) 자리 잡은 육쌈냉면은 점심시간부터 고기를 굽는 냄새가 육거리까지 퍼져간다. 정상용(54)씨는 “점심때 육거리 시장에서 볼일을 보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는 고기냄새가 나서 그 고기냄새를 찾아 왔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지 한참을 찾다 냄새의 발원지가 바로 육쌈냉면임을 알았다. 그 후로 줄 곳 단골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용암동에 사는 서진수(용암동, 34)씨는 “보통 갈빗집에서는 갈비를 시켜먹다가 냉면을 먹어야 하는데 이런 방법은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외식이 되어버린다. 그런 면에서 냉면을 시키면 숯불갈비가 함께 나오는 육쌈냉면은 고객입장에서는 정말 좋다.”라고 말한다.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손님들은 쉴 새 없이 들어온다. 냉면이라는 장점은 굳이 식사대용으로도 즐겨 찾지만,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정상미(여, 31)씨는 “근처에서 옷가게를 한다. 배가 출출하면 고기를 곁들인 냉면이 최고다.”라고 말한다.
파격적인 구성과 가격으로 육쌈냉면이 인기를 끈 것은 서울에 있는 홍대에서였다. 냉면과 고기를 동시에 먹어도 5천원이면 충분하다는 소문은 금방 퍼졌다. 방금 내온 비빔냉면은 군침을 돌게 할 만큼 빛깔이 좋았다. 거기다 잘 익은 돼지고기는 은은하게 숯 향마저 배어 풍미를 더했다. 냉면의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매워 입안이 얼얼해도 자꾸만 젓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주전자에 담긴 육수를 컵에 따라 후루룩 들이키니 매운 맛은 금방 구수한 국물 덕분에 꼬리를 감춘다. 또한 매운 맛의 면발에 구수한 돼지갈비를 섞어 먹으니 형용할 수 없는 묘미가 한동안 입안을 감돈다.
고기는 먹을 만큼 충분히 제공되니 든든하게 배가 찬다. 물냉면은 함흥식 특유의 얇은 냉면 면발로 무김치와 계란, 오이가 들어가 시원하면서 뒷맛이 깔끔하다. 약간 알싸한 맛이 느껴지기에 식초, 겨자를 넣지 않아도 냉면 자체로 괜찮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면. 면은 제조과정이 번거롭고 원가도 많이 들지만 최상의 맛을 위해 육쌈냉면은 주방에서 직접 고구마 전분을 반죽하여 즉석에서 면을 뽑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매운 듯, 상큼한 맛이 감도는 비빔냉면 또한 색다른 맛의 경지를 보여준다. 원래 평양냉면은 메밀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거칠고 굵으며 먹으면 뚝뚝 끊길 정도다. 하지만 함흥냉면은 고구마 녹말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늘고 질긴 것이 특징. 육쌈냉면은 주로 함흥냉면에 사용하는 고구만 전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면발이 차지고, 쫄깃하다. 그래서 비빔냉면과는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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