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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유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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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문득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유언에 ‘삶과 죽음은 여일(如一)하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삶과 죽음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사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연극 ‘염쟁이 유씨’가 서있다. 현재 누적 공연 1천700여 회, 관람객 30만 명 돌파했다. 2004년 청주에서 초연 이래 국내 연극의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염쟁이 유씨(氏)’의 현 주소다. 또한 모노드라마 ‘염쟁이 유씨’의 주인공 연극배우 유순웅씨를 일약 대학로의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은 관객 참여형 2인극 ‘만두와 깔창’으로 대학로에서 여전히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이면 벌써 연극 ‘염쟁이 유氏’가 공연된 지, 10년을 맞이한다. 우리 고장 충북 출신인 연극배우 유순웅씨를 청천에 마련한 그의 전원주택에서 만났다. 막 벼베기를 끝낸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에서 가을 햇살이 반짝였다. 그의 화법은 투박하지만, 솔직담백했다.


연극 ‘염쟁이 유氏’는 유쾌한 삶을 위한 ‘죽음의 난장’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염쟁이 유씨’로 자고 나니 스타가 되셨지요? ‘염쟁이 유씨’의 인기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 연극배우 유순웅씨 : “2004년 ‘염쟁이 유씨’를 처음 무대에 올렸어요. 그리고 2년 뒤, 2006년 2월 국립극장에 이어 대학로에서 3개월 공연을 했는데, 7월부터 관객들이 넘쳐났어요. 공연 전에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대박이 난 겁니다. 꿈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자고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절로 실감났어요. 일주일에 방송 인터뷰를 10번 이상 했으니까요. 그동안의 연극은 주로 젊은이들이 사랑이야기나 코믹한 연극이 전반적인 흐름이었어요. 그런데 ‘염쟁이 유씨’는 재미도 있으면서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 차별화가 되었던 것 같아요. 어둡고 무거운 죽음을 이야기하되 즐겁게 풀어낸 것이 인기 비결이랄까요? 투박하고 거칠지만 잘생긴 대학로에 된장 맛 나는 연극이 없으니까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웃음)”
- “연극을 통해 수없이 ‘염쟁이 유씨’로 살아보았으니, 진짜 ‘염쟁이’ 못지않겠어요? 직접 염하는 장면을 많이 보셨나요?”
- 연극배우 유순웅씨 : “염하는 행위와 방법은 일종의 연극적 장치일 뿐입니다. ‘염(殮)’이 모티브인 것은 맞지만, 죽음 앞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사람들이 모습이 주제입니다. 어쩌면 죽음의 난장(亂場)속에서 한바탕 웃고 나면 삶이 더욱 즐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연극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염하는 장면은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말고는 본 적이 없어요.(웃음) 전문가에게 염하는 방법을 배웠을 뿐입니다.”
- “연극 ‘염쟁이 유씨’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고생이 많았지요?”
- 연극배우 유순웅씨 : “고생이란 표현은 사실 제게는 어울리지 않아요. 전, 번만큼만 쓰고 살자는 주의거든요. 못 벌면 안 쓰고, 많이 벌면 많이 쓰고… 뭐, 그렇게 살았어요. 그러니 고생이란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인 가치기준일 뿐입니다. 사실 ‘염쟁이 유씨’ 가 크게 성공했지만, 제 삶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긴 지금은 돈 쓸 곳이 많아지다 보니, 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웃음)”
- “연극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연극은 유순웅 배우에게 어떤 것인가요?”
- 연극배우 유순웅씨 : “연극과 삶은 분리되지 않아요. 연극은 유기적으로 삶과 관계를 맺고 연관된 또 다른 삶입니다. 보편적 시민들이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연극을 통해 힘과 용기를 얻기도 하고, 지칠 때 위로도 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극을 하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연극은 저의 삶이기도 하지요.”

유순웅 연극을 보기 위해서는 청주로 와야

- “현재 ‘염쟁이 유씨’에 이어 ‘만두와 깔창’도 호평 받고 있더군요. ‘염쟁이 유씨’와 함께 ‘만두와 깔창’도 간단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 연극배우 유순웅씨 : “먼저 ‘염쟁이 유씨’는 조상대대로 염을 업으로 해온 집안에서 태어난 염쟁이 이야기입니다. 평생 염을 하며 여러 형태의 죽음을 접하다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또한 남달랐던 거죠. ‘염쟁이 유씨’는 관객들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관객은 문상객으로 혹은 망자의 친지로 자연스럽게 극에 동참하죠. 전통적인 장례의식의 절차를 연극적으로 보여주면서 각 과정의 의미, 상주와 문상객의 역할을 재미있고 쉽게 보여다. 무엇보다 연극은,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며 나아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연극입니다.
연극 ‘만두와 깔창’은 재래시장의 신발장수 유깔창은 여동생의 우유대리점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신발가게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빌려줘요. 그런데 우유대리점을 경영하다 본사의 ‘밀어내기’ 때문에 쫄딱 망한 깔창의 동생 상숙은 자살시도에 이르고, 대출금을 갚지 못한 오빠 깔창마저 은행에서 차압이 들어와 전 재산을 날리게 됩니다. 희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절망 속에서 허덕이는 유깔창은 ‘재래시장 영상공모전’ 전단지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만들기에 몰두해요. 그러다 30년 지기인 김만두와 취업준비생이지만 영화에 미쳐있는 딸과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조금씩 희망을 찾아간다는 내용입니다.”
- “이곳 청천에 집도 마련하셨으니 지방인 충북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요? 그리고 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연극배우 유순웅씨 : “배우로 잘 늙고 싶어요. 유명한 배우보다는 연기와 삶이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죠. 이곳 청천에 집을 짓고 사는 이유는 고향에 안착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유순웅 연극을 보기 위해서는 청주로 와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충북 옥산 덕촌이 고향인 연극배우 유순웅씨는 ‘예술공장 두레’ 상임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한국민족극운동협회 민족광대상, 2004년 충북민예총 올해의 예술가상, 2005년 전통연희개발추진위원회 전통연희본공모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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