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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유일의 축구국제심판 윤광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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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고 있는 텅 빈 축구장의 풍경은 묘한 상상을 준다. 봄기운이 저녁 풍경은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에 아늑함을 선사한다. 한낮 무수한 선수들이 누볐을 공간이, 어마어마한 터가 일몰 아래 조용히 쉬고 있는 모습은 황홀하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선수들에게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비난의 소리를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뒤쪽으로 축구공을 들고 조용히 걸어 나오는 심판을 주목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선수만큼 흠뻑 젖은 유니폼을 입고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도 숭고하다. 그들의 손짓 하나하나에 경기의 흐름을 이어지고 멈춘다. 때론 엄청난 승패가 그들의 손끝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충북의 유일한 축구국제심판 윤광열 사무국장을 만나 축구이야기를 들어본다.



대한축구협회 소속 국제심판은 총 16명, 귀한 존재들

-축구심판이 된 동기는?
“충주 대미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육상부에 들었다. 체육대회 때 달리기를 하면 육상선수들과 함께 3위 안에 입상했다. 감독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육상을 해보라고 권유해 주셨다. 대학과 실업까지 육상선수로 생활했다. 그러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심판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축구심판은 희망으로 다가왔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도 체력만 된다면 꾸준히 할 수 있는 직업으로 매력적이었다. 파란 잔디위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2003년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한 축구심판 3급 과정에 도전, 합격했다. 이어 2005년 2급, 2007년 1급을 연거푸 땄다. 그리고 2009년 국제심판자격증을 획득했고 2010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주관한 경기에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축구국제심판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나?
“대한축구협회의 국제심판은 △출전 경기의 심판 판정에 대한 실기 성적 △경기 규칙에 대한 이론 시험 △경기 규칙에 대한 비디오 테스트(서술형) △원어민 영어 테스트 등 총 4개 분야의 시험을 거쳐 종합점수 랭킹을 산정해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대한축구협회에 부여한 해당 분야별 인원만큼 순위를 매겨 선발된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소속 국제심판은 총 16명(주심 7명, 부심 9명)밖에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대륙별로 국가 점수가 있어 그에 맞는 심판수가 정해진다.”


염기훈 선수의 매너가 가장 훌륭해

-심판을 보면서 가장 매너 좋았던 선수와 안 좋았던 선수를 꼽는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기억에 남는 선수는 왼발의 달인이라고 부르는 염기훈 선수다. 그라운드에서 성실한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경기 매너도 정말 좋다. 파울을 불어도 좀처럼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부당하다 싶으면 정중히 다가와 예의 바르게 의사전달을 하고 돌아간다. 반면 매너가 나쁜 사람을 꼽으라면 중동선수들이다. 대체로 중동국가의 선수들은 경기 매너가 안 좋다. 심판의 판정에도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고 부당한 반칙도 많이 한다.”
-꿈은 무엇인가?
“누구나 그렇지만, 역시 꿈은 월드컵에서 부심을 보는 것이다. 심판은 전문직이다. 그러다보니 주심은 주심으로, 부심은 부심으로 축구심판의 삶을 마친다.(웃음) 그래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심판으로 당당히 참여해 중요 경기의 심판을 보고 싶다. 향후, 고향 청주에서 ‘심판 아카데미’같은 전문 심판양성소도 만들고 싶다. 그 동안 배운 경험을 살려 심판의 꿈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좋은 길을 열어주고 싶다."


체육활동은 중요한 문화적 사업

-체육인으로 하고 싶은 말은?
“땀 흘리며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다. 체육인은 무식하다는 편견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인문학적 지식이 심신의 건강보다 반드시 우선하지 않는다. 지(知)와 체(體)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참여하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체육은 사회문화적 삶과 밀접하다. 그만큼 체육인들의 사회 기여도는 늘고 있다. 체육활동은 국민의 심신을 다지는 아주 중요한 문화적 사업이다.”
-2014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는 비디오판독 통해 잘못된 판정을 뒤집는 경우가 많다. 프로축구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반대다. 축구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경기 도중 흐름이 끊기면 경기의 흥미가 반감된다. 야구와는 다르다.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교체하는 순간 잠시 쉬는 시간이 있고 관객들은 그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축구는 끊임없이 45분 내내 흘러가는 물과 같다. 중간에 비디오 판독 때문에 중단된다면 흐름이 끊긴다. 비디오보다는 심판수를 늘려 보더 정확한 판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판의 역할은 무엇인가?
“심판은 '그라운드의 판관'이 아니다. 경기를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하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이해하며 조화롭게 조율하는 체육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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