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배고프고, 돈 없는 사람은 공짜 - 나누리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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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오후 4시쯤이면 커피 한 잔이 그리운 시간. 하지만 이곳은 그런 한가한 사유와는 별개로 삶이 치열한 곳이다. 고된 하루의 일과 중 잠시 짬을 내어 거른 식사를 하는 택시기사들이 몰려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장터칼국수 2천5백원, 특선 칼국수 3천원이다. 바지락칼국수 3천5백원, 쫄면 3천5백원, 찐만두 3천원이다. 모든 메뉴가 4천원을 넘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다만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상차림, 테이블 정리와 반찬(김치, 단무지), 물은 손님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렇게 운영해서 남은 이익금의 일부는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한다. 메뉴판을 올려다보면 더욱 가관이다. ‘돈 많고 기분 좋은 분 1만원, 배고프고 돈 없으신 분은 공짜’다. 특이한 것은 계산대도 없고 돈을 받은 사람도 없는 자율 계산대다. 그저 자신이 먹은 값을 스스로 매겨 계산하면 그만이다.
나누리 장터 정택일 대표는 “저의 사업원친은 세 가지입니다. 먼저 음식 값은 최대한 저렴하게 받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곳 투자비용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익금은 사회환원입니다.”라고 말한다. 2009년 5월 이곳에 개업한 그는 실제로 그 약속을 실 천해 왔다. 경로우대어른과 생활보호대상자, 결식아동을 위해 무료식권 3600장을 금천동사무소 사회복지과에 전달했다. 그해 5월초에는 내수읍 불이면 경노잔치에 자신이 운영하는 ‘맑은 샘 한식 뷔페’ 무료식사권 4천장을 제공해 초대했다.




금천동에 사는 이웃주민 김정례(65)씨는 “이곳에 처음에는 포장마차가 들어왔었어. 밤마다 싸움이 나고 고성방가에 주변 주민들이 싫어했지. 그런데 그 사람이 그만두고 지금 칼국수 집이 들어왔어. 이 사람 좋은 일 많이 했어. 처음 문을 열자마자 어려운 이웃과 주변 노인들에게 무료로 칼국수 다 먹였어.”라며 “이곳 금천동의 자랑이 되었어. 우리 이웃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라고 말한다. 나누리 장터 정 대표는 중소기업체 50여 곳에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식품업체 ‘맑은 샘’ 대표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작년 5월 문을 열고 11월까지는 적자였어요. 주변에 너무 많이 퍼준 탓도 있지만, 그것이 이 사업의 목표이며 근본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년 말부터 이익이 났어요. 그 이익은 꾸준히 사회 환원하는 것이 목적이죠. 이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의 인건비와 운영비, 그리고 이곳 투자비용(1500만원)만 회수되면 나머지 모두는 사회 환원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곳 투자비용의 회수는 또 다른 2호점을 투자하기 위해서란다. 그의 꿈은 야무지다. 전국 100군데만 나누리 장터가 생기면 주변에 어려운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청소년가장 등 어려운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그는 아들의 발과 손을 찍은 기념동판에 이런 글귀를 남겼다. ‘아들아, 네가 사는 사회에 네가 가진 10%를 사회에 환원해라.’라고. 그의 딸은 태어나면서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도 소외계층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지원하는 사회복지시설은 모두 10군데다. 함께 하는 집, 베데스다의 집, 새 하늘 안식원, 청주 에덴원, 청주 소망의 집, 청주여성연대, 아름누리, 은혜의 집, 청주베다니센터, 청원군노인복지회관이 그곳이다. 여러 군데 봉사를 하다 보니 때론 빼놓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그는 꼼꼼히 목록을 만들어 놓고 갈 때마다 체크를 하고 있다. 정 대표는 “100인분이든, 200인분이든 어려운 이웃이 원하면 칼국수 국물과 칼국수 재료, 김치까지 모두 제공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칼국수를 먹고 계산을 하던 택시기사 서정복(56)씨는 “제가 여기 오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내가 먹는 이 칼국수 한 그릇으로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저도 먹고 살기 힘들지만, 나누리 장터가 하고 있는 사업은 말로만 사회정의를 떠드는 위정자들보다 백 번 났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칼국수, 잘 먹었습니다.”라며 선뜻 5천원을 바구니에 놓고 나간다.



나누리장터 입구에는 이웃주민을 위한 작은 편의시설이 아담하게 꾸며져 있다. 요즈음 상가건물에 화장실은 꽁꽁 닫혀있는 것이 기본. 하지만 이곳 화장은 급하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이다. 그것도 주인의 마음을 닮았다. 화장실 옆에는 대형거울을 갖춘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다. 휴식용 파라솔과 나무 벤치 그리고 자판기 커피도 비치되어 있어 작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의 소신처럼 주방에서 일하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수도꼭지를 틀면 곧바로 커다란 불판위의 냄비에 육수가 나올 수 있도록 되어있고 옆으로는 온수 꼭지가 따로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다. 아무리 바빠도 혼자 손님을 상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동시스템인 것이다. 언제나 하얀 캡과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정 대표는 셀프서비스를 강조한다.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음식을 하는 사람이 손님과 돈 계산을 하면 청결해 보이지 않잖아요? 손님들이 알아서 계산을 합니다.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어요. 오히려 더 베풀고 갑니다.”라며 환하게 웃는다. 매월 1천명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가고 싶다는 그의 꿈,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려는 그의 꿈이 진정 이뤄지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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