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서로 다른 재능물감을 파레트에 담는다 - 성화5단지 작은 도서관 ‘파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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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지리학자가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했다. 경제 발전에 힘입어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우리의 주거형태가 아파트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옆집에 누가 사는 지 아래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같은 동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서로가 시선을 아래로 깔고 스마트폰에 묶여 있기 일쑤다.
공동체 생활에서 서로 화합하는 것은 너무도 바람직한 일이이다. 하지만 그 화합의 물꼬를 트기가 어려운 게 또한 현실이다. 서로 이웃이 되는 길은 아이가 같은 유치원,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비로소 하나둘씩 얼굴을 익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친목하며 이웃이 되는 게 아니라 뭔가 필요에 의해 화합하는 관계인 것이다.
‘공동체에서 관계는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지만 그 관계가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관계인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개인적 친밀감만을 누리는 관계가 아니라, 그 관계가 공동체의 공공적 활동을 지지하고 외부에서 받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희망제작소 시민사업그릅 연구원 송하진-
그렇다면,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되는 그 ‘관계회복’의 한 가운데 ‘작은 도서관’이 자리 잡고 그곳에서 서로가 회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2년 6월, ‘함께 사는 우리’라는 시민단체에서 동네주민 등을 상대로 ‘도서관사서교육’을 진행하여 참여한 적이 있다. 벌써 4년 전 일이다. 그 인연으로 인해 취재가 이뤄졌다.
지금껏 도서관은 국립, 시립도서관만 알고 있다가 사서교육을 통해 청주시 여러 곳에 ‘작은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성화5단지에 있는 파레트 도서관으로 청주시 모범 작은 도서관이다.
2012년 12월 개관한 이래 계속해서 ‘모범 작은 도서관’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 힘의 배경에는 많은 재능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매우 컸다.
성화5단지 파레트 도서관은 철저히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해 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 재능기부자는 동네주민을 비롯해, 전문 강사, 학생, 주부, 숲해설가 등 다양하다.




명칭이 작은 도서관이라 해서 말 그대로 작은 도서관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작은 도서관이 아니었다. 기타, 뜨개질,홈패션,양재,동화구연,역사동아리,청소년 학습멘토링 등 알찬 교육내용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도서관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했다. 월요일은 기타 강좌(10:00~11:00), 화요일은 뜨개질, 양재(10:00~12:00), 수요일은 홈패션(10:00~12:00), 금요일은 역사(10:00~11:00). 토요일은 청소년 학습멘토링(10:00~11:00)으로 진행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둘 키우는 사람이다 보니 역사교육과 청소년 학습멘토링 교육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 중 금요일 역사 교육은 매년 6월부터 12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전명순 강사의 교육으로 진행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획일되고 지루한 역사 교육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왕, 일화 등을 가지고 재미있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나간다. 책만 읽기 보다는 답사와 관람등을 통해 아이들이 역사 교육에 흥미를 느끼도록 TV프로 그램 ‘역사저널 그날’ 시청, ‘암살’ 이나 ‘사도’등 영화 관람을 통해 더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배울수 있게 하며 성안길 철당간, 용화사, 벽초 홍명의 선생 생가, 권정생 생가 등을 방문하여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재미위주의 역사교육이 이루어 지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프로그램은 주민화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강사진들은 대부분 동네주민들의 재능봉사로 이루어 지며 서로간의 재능나눔을 통해 정을 나누는 단지로 변모하고 있어 성화단지내 주민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일 년에 두 번 도서관에서는 야외놀이터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주민영화제를 개최하여 아이들과 주민들이 영화관람을 하고 대보름에는 윷놀이 등을 통해 주민들간 화합을 다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가을에는 책잔치겸 주민축제를 실시한다. 어린이집, 학원생들의 무용제, 음악회등을 개최 하고 책기부나 바자회, 먹거리 장터등을 운영한다.




1:1 청소년 멘토링 수업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토요일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근처 충북고, 산남고, 청원고 학사반 아이들과 교육봉사 동아리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년 멘토링으로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15개 팀 30여명의 학생이 멘토와 멘티로 이뤄져 1:1로 영어, 수학을 가르친다. 2013년부터 벌써 4년 째 진행하고 있는 인기프로그램이다.

숲 해설가 신준수 작가의 솔방울공예 수업
일요일엔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준수 작가의 재능기부로 숲체험을 떠난다. 봄이면 버들개지로 피리를 불고, 산수유 꽃망울을 터트려 보고, 두꺼비를 만져보고 여름엔 나무에 물 흐르는 소리를 듣기, 언덕길 오르기, 흙놀이, 가을이면 소나무의 암꽃 수꽃을 관찰 나뭇잎으로 미술작품 만들기 겨울방학에는 도서관에서 솔방울공예를 실시한다.

종이접기 북아트 수업
방학중 프로그램 내용도 알차다. 도서관에서는 애니메이션 상영, 방학숙제로 낼 공예수업, 북아트, 종이접기 등을 교육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 영어학원 강사의 봉사로 초등2학년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 파닉스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역사 강의와 자원봉사를 맡고 있는 전명순 봉사자
취재를 마치면서 파레트 도서관을 작은 도서관이라 부르는 내 자신을 책망했다. 단지 책만 빌려 주는 곳이 아니라 본연의 도서관 목적을 충분히 다 소화하면서 주민화합까지 이끌어 내는 소통의 장소로 손색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역할에 동참하고자 도서관 자원봉사자 신청서에 이름을 올리고 숲해설 봉사를 맡고 있는 신준수 작가의 책 ‘토끼똥에서 녹차 냄새가 나요’를 빌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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