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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곰탕이 전복을 만났을 때 - 전복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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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큰한 신열로 누워있던 아이의 이마에 어머니는 손을 얹으며 말한다.
“이 곰국 한 그릇이면 아픈 것이 싹 달아 날 겨.”
하얀 김을 모락모락 피우던 곰국은 어미의 젖국처럼 따뜻했다. 뽀얀 국물에 담긴 밥알과 붉은 양지머리고기 그리고 깍두기 하나면 충분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한 그릇 뚝딱 비우고 기운을 차리곤 했었다. 이렇게 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곰국은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만병통치약이었다. 뜨끈한 곰국 한 그릇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도 고향처럼 포근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옛날 어머니가 손수 끓여낸 정성어린 곰탕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만난 전복곰탕은 ‘어머니의 곰탕 맛’을 잘 살려냈다는 세간의 평이다.
전복곰탕 민병윤(39) 대표는 “소뼈를 24시간이상 끓이면서 4번을 우려낸다. 우려낸 국물을 다시 한 곳에 모아 고운 마로 걸러낸 후, 끓인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 지금의 곰탕 사골국물을 찾아냈다.”며 “몇 년 째 단골이었던 한 신사분이 포장을 해가시면서 ‘아내가 이집 전복곰탕을 먹고 건강이 많이 회복됐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동의보감에서도 사골곰탕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승정원일기>에서는 ‘영조임금이 담에 의해 현기증을 앓자, 어의가 사골을 처방했다.’라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했다.
원래 곰탕은 소의 뼈나 양, 곱창, 양지머리 따위 국거리를 넣고 진하게 푹 고아 끓인 국을 말한다. 요즈음은 소뼈를 넣고 장시간 우려낸 사골국물에 양지머리고기를 얹어내는 것을 보통 곰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곰탕과 설렁탕은 서로 구별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설렁탕이 곰국에 비해 조금은 얕은맛이라면, 곰국은 보다 깊은 맛이다. 설렁탕은 세종대왕이 농사의 신에게 드리는 제사인 ‘선농단’에 참석했다가 비가 와서 제단에 바친 소를 잡아 탕을 끓여 백성들과 나눠 먹으면서 ‘선농단에서 끓인 탕’이란 말로 설렁탕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곰탕은 전라도 나주 곰탕이 유명하다. 나주 읍성 내 5일장을 찾는 장돌뱅이들과 주변 고을에서 장을 보러 온 백성에게 국밥을 팔던 것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민 대표는 “요즈음은 곰탕과 설렁탕의 구별이 모호하다. 곰탕은 영양이 듬뿍 담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흔히 접하는 보통의 곰탕 맛보다 차별화된 특별한 음식을 만들고 싶어 찾아낸 것이 바로 전복곰탕”이라고 말한다.
사실 전복은 과거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다. 오죽했으면 패류가운데 가장 귀하고 값이 비싸 ‘패류의 황제’라고 불리었을까. 특히 바다의 명품 전복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이다. 옛날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 진상품 가운데 하나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중국 진나라의 진시황이 불로장생에 좋다고 하여 널리 구한 것 중에 전복이 포함되어 있었다. ‘규합총서’에서는 몸을 가볍게 하고 눈을 밝게 하는 전복의 효능을 명기하고 있고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갖가지 전복요리가 소개돼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전복의 가치는 알려져 있다. 그렇게 귀한 전복이 최고의 보양식 사골곰탕과 만났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전복곰탕 ‘행운을 주는 기쁜 음식’
“2009년 처음 청주시청 앞에 문을 열었다. 열정만 갖고 곰탕을 만들겠다고 도전했지만, 수없는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그런 실패가 지금의 사골국물을 찾는 밑거름이 됐다. 원하던 맛을 찾기 시작하던 2011년부터 사골곰탕 국물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전복곰탕은 청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음식점이다. 시골에서 쓰이던 무쇠가마솥에서 24시간 이상 소뼈를 고와 깊은 맛을 낸다. 곰탕육수를 뽑을 때 한방에서 쓰이는 석결명(전복껍질)을 같이 우려내 차별화된 맛을 제공한다. 전복곰탕 마니아인 A씨는 “요즈음처럼 환절기에 어릴 적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곰탕이 생각난다. 파를 송송 썰어 넣고 소금 타서 밥 말아 먹으면 최고였다”라며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추억의 맛을 전복곰탕집에서 찾았다.”라고 말한다.





전복곰탕 집의 오리지널 곰탕은 8천원이다. 전복을 가미한 전복곰탕은 1만1천원이다.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곰탕(8천원)이 제격이다. 다대기를 넣어 먹는 것보다 애초에 함께 끓여 나오니 번거롭지 않고 풍미도 깊다. 낙지곰탕은 또 다른 이집의 별미다. 낙지와 사골이 만나면서 깔끔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연출한다.
전복곰탕은 평일 10시에 문을 열어 8시에 문을 닫는다. 토요일은 11시에 열고, 오후 3시면 마감한다. 일요일은 휴무다. 이집의 명물인 곰탕국물은 집에서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택배주문은 기본 10팩이다. 청주의 경우 4팩 이상이면 직접 배달한다. 1인분 5천원이지만, 막상 집에서 끓여보면 2인분 이상 나올 만큼 푸짐하다.

-전복곰탕 / 043)25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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