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이드

2023~2024 한국관광 100선
산속 미술관에서 힐링하고 아찔한 하늘길에서 스트레스 날리고
'원주 뮤지엄 산·소금산 그랜드밸리'

“건물 본체뿐만 아니라 부지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여기에 와서 하루를 보내면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성이 풍부해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곳 말입니다.”
강원 원주시 구룡산 해발 275m에 자리잡은 미술관 ‘뮤지엄 산(SAN)’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명이다. 안도는 미술관의 창립자인 고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의 제안을 받고 자연과 인간, 예술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을 설계했다. 이 고문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큰딸로 40년간 백남준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수백여 점을 수집한 컬렉터다.
사실 안도는 처음엔 설계 제의를 받고 망설였다고 한다. 서울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여기까지 사람들이 찾아올까 의아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2005년 부지를 방문한 뒤 마음을 바꿨다.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에 “별천지를 만들어보겠다”며 설계를 맡았다. 그리고 8년여에 걸쳐 산속에 자연친화적 건축물을 창조했다. 2013년 문을 연 미술관은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 2018년부터는 연간 20만여 명이 찾고 있다. 이젠 원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이자 관광명소로 사랑받는 공간이다.

강원 원주시 구룡산 해발 275m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자연과 인간, 예술이 만나는 소통 공간으로 설계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건축과 예술, 자연의 조화
미술관은 그 이름부터 자연 속에서 예술을 즐기는 공간임을 표방하고 있다. 뮤지엄 산(SAN)은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의 앞 글자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오는 9월 18일까지 형형색색 돌로 만든 작품으로 유명한 스위스 태생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안도의 건축물과 미술관을 둘러싼 자연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다룬 론디노네의 조각, 회화, 설치, 영상 등 4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곳에서 차로 15~20분 거리에 소금산 그랜드밸리가 있다. 뮤지엄 산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원주 대표 관광지로 소금산 출렁다리와 소금산 울렁다리, 소금잔도(棧道) 등 아찔한 하늘길을 즐길 수 있다. 뮤지엄 산과는 다른 매력으로 사랑받는 산이다.
뮤지엄 산은 스키장·골프장 등으로 이뤄진 복합리조트 오크밸리 안에 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따라 산을 오른 뒤에야 입구가 나온다. 미술관은 웰컴센터, 조각정원,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종이박물관, 미술관), 스톤가든, 제임스 터렐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지 72만 7000㎡(22만 평), 부지 7만 1172㎡로 국내 최고 높이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공간은 5445㎡, 총 관람거리는 2.3㎞로 제대로 둘러보려면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웰컴센터를 지나면 탁 트인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왼쪽은 조각정원, 오른쪽은 플라워가든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플라워가든 한복판에 설치된 붉은색 대형 조형물이다. 세계적인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의 대형 모빌조각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다. 홉킨스의 시 ‘황조롱이 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바람이 불면 새가 나는 듯 작품이 움직여 생동감이 넘친다. 파란 하늘과 초록색 잔디, 빨간색의 강렬한 대비가 주는 풍경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얀 자작나무 길을 지나면 뮤지엄 산의 가장 상징적 공간인 워터가든이 등장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 위에 건물이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건 워터가든과 미술관 본관 사이에 설치된 조각 작품이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로 12개의 육중한 파이프를 이어 만들었다. ‘사람 인(人)’ 자를 연상케 하는 120m의 거대한 조각품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 거대한 조형물 아래로 걸어 들어가면 본격적인 예술 산책이 시작된다.

짜릿한 풍경과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소금산 출렁다리. (사진. 강정미 기자)



명상과 휴식을 한 번에
미술관은 한솔종이박물관에서 출발한 페이퍼갤러리(종이박물관), 소장품과 기획전을 보여주는 청조(이인희 고문의 호)갤러리,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이 전시된 백남준홀이 사각·삼각·원형의 윙 구조물을 통해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오는 9월까진 론디노네의 작품이 미술관을 채운다. 청조갤러리에는 미술관을 설계한 안도의 건축 세계와 발자취를 모은 안도 코너가 있다. 뮤지엄 산을 구상하고 그린 스케치, 도면과 완성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미술관을 나오면 스톤가든까지 다시 산책로가 이어진다.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에는 해외 작가의 작품이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다. 실제 인물 크기와 똑같이 제작한 미국의 팝아트 조각가 조지 시걸의 ‘두 개의 벤치 위의 연인’은 사진처럼 연인의 한순간을 포착했다. 스톤가든에는 2019년 개관한 명상관이 있다. 안도가 설계한 돔 형태의 공간으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창으로 시간마다 빛이 다르게 들어온다. 아늑하고 고요한 명상을 체험할 수 있다.
뮤지엄 산의 끝자락에는 제임스 터렐관이 있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건물도 흔히 안도의 작품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터렐이 직접 설계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 건축물이다. 전시실에는 그의 작품이 총 4점 있는데 한 장소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과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제임스 터렐관을 나와 웰컴센터로 돌아간다. 되새김질하듯 다시 뮤지엄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걷는다. 반짝이는 햇살, 잔잔한 바람, 푸른 숲과 나무는 덤이다. 힘들 땐 카페 테라스에서 쉬어 가도 좋다. 실내와 실외를 잇는 쉼터인데 전망 좋은 야외 테라스가 인기다.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이런 별천지가 다 있나 싶어진다.
또 다른 별천지를 찾아 원주 간현관광지로 차를 몰았다. 간현(艮峴)은 너무 아름다워 더 이상 가지 않고 멈춘 고개라는 뜻이다.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소금산에 있는 고개인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이곳의 절경을 더욱 짜릿하고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시설이다. 2018년 소금산 출렁다리를 시작으로 데크산책로, 소금잔도, 스카이타워(전망대), 소금산 울렁다리, 케이블카, 하늘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는 중이다.
스릴 만점 소금산 출렁다리·소금잔도·스카이타워
소금산 출렁다리는 높이 100m, 길이 200m로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긴 다리로 인기를 끌었다. 이름처럼 출렁이는 다리라 마음까지 출렁인다. 바닥마저 구멍이 숭숭 뚫려 더 짜릿하다. 무섭다고 앞만 바라보고 가기엔 주변 풍경이 아깝다. 중간중간 멈춰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게 좋다. 아래쪽 섬강과 백사장, 멀리 소금잔도와 소금산 울렁다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가슴 졸인 것도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숲속 데크산책로를 걷다 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번엔 소금잔도다. 200m 높이에 벼랑을 따라 조성한 길이다. 이곳을 걸을 땐 그야말로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다. 발아래를 보는 순간 심장이 쫄깃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360m 길이의 소금잔도를 걷고 나면 지상 150m의 스카이타워가 나온다. 이곳에선 소금산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길은 또다시 소금산 울렁다리로 이어진다. 높이 100m, 길이 404m로 소금산 출렁다리보다 두 배나 긴 다리다. 마지막까지 극강의 공포와 절경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오는 6월부터는 전국 최초의 산악 에스컬레이터가 운행을 시작한다. 올 연말에는 지상에서 소금산 출렁다리까지 972m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도 개장해 남녀노소 누구나 소금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4월 20일부터 10월 27일까지 매주 토·일요일과 추석 연휴 기간엔 간현관광지 야간관광코스 ‘나오라쇼(Night of Light Show)’도 즐길 수 있다. 나오라쇼는 야간경관조명과 미디어파사드, 음악분수로 구성돼 있다. 미디어파사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폭 250m, 높이 70m의 자연 암벽 스크린을 활용해 12개의 대형 빔프로젝터와 7대의 레이저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공연은 오후 8시 30분에 열리며 무료다.

EDITOR 편집팀
K-공감
전화 : 044-203-3016
주소 : 세종특별자치시 갈매로 388
본 칼럼니스트의 최근 글 더보기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