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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대형사고 부르는 자동차 급가속 비상정지 장치로 막을 수 있다
'‘올해의 발명왕’ 한국자동차연구원 김용은 책임연구원'

지난 4월 경기 수원시에서 전기 승합차가 갑자기 맹렬한 속도로 돌진해 차량 2대를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2022년 강원 강릉시에선 60대 여성이 운전하던 다목적스포츠차량(SUV)이 굉음과 연기를 내뿜으며 30여 초간 질주하다 ‘모닝’ 차량과 1차 사고, 이후 다른 차량을 피하려다가 지하통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함께 탑승한 운전자의 열두 살짜리 손자가 사망했다.

‘올해의 발명왕’에 선정된 한국자동차연구원 김용은 책임연구원은 의도치 않은 급가속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자동차 비상정지 장치를 비롯해 미래 자동차의 안전·편의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내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급발진 의심 현상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이다. 해당 결함이 발생하면 분당 회전수(RPM)가 급격히 증가하며 차량이 돌진한다. 또한 운전 초심자, 고령 운전자의 인지 판단 능력 저하로 가속 페달(액셀)를 오조작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차량의 오동작 또는 운전자의 실수 모두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 경우 대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못하므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으로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을까?’ 뉴스를 통해 여러 사고를 지켜보던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 김용은 책임연구원은 직접 방법을 찾기로 했고 급가속하는 차량을 멈출 수 없을 때 비상정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핸들 왼쪽 아래에 부착된 스위치를 옆으로 돌리면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한 번 더 스위치를 돌려 가속제어 장치 전원을 끄는 원리다.

김용은 책임연구원의 개인 차량에 장착된 자동차 비상정치 장치.
비상시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한 번 돌리면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한 번 더 돌리면 가속제어 장치 전원이 차단된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자동차 운행 중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자동차 비상정지 장치를 비롯해 미래 자동차 안전·편의 관련 다수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김 책임연구원은 5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9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발명왕’에 선정됐다. 특허청은 매년 발명의 날에 신제품·신기술을 개발해 국가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한 최우수 발명자 1명을 올해의 발명왕으로 선정하고 있다. 특허청은 “자동차 운행 중 의도하지 않은 가속이 발생한 경우 스위치를 활용한 차량 비상정지 기능을 제공하는 긴급정지 방법 등을 고안해 자동차의 주행 안전성과 국민 안전성 향상에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사고로 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차량의 결함이다, 사람의 실수다 하며 공방이 오간다. 안타까웠다.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막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개발을 시작했다.
대구 달성군 한자연 대경본부 차량전동화연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자연은 민간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미래기술을 개발·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차랑전동화연구센터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의 모터, 기어 감속기·변속기 등을 주로 다룬다. 에너지 효율이 좋고 안정화된 장치들을 개발해 미래 자동차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3년간 등록한 특허가 76건, 기술 이전은 11건에 달한다. 그중 자동차 비상정지 장치 개발은 업무와 별개로 개인적인 흥미와 책임감이 컸다. 그래서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연구에 매달렸다. 오랜 세월 업무를 통해 터득한 통신기술, 차량제어기술 등이 큰 도움이 됐다.
6개월 정도 걸렸다. 관련 특허를 11건 정도 출원했다. 실제로 차량에 적용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개인 차량에 장치를 부착해 10개월 정도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금도 차량에 장치를 달아둔 상태다.
자동차를 운행하다 의도치 않은 가속이 발생했을 때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멈추지 않는다면 자동차 비상정지 장치의 스위치를 돌리면 된다.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한 번 돌리면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그래도 차가 멈추지 않을 때는 스위치를 한 번 더 오른쪽으로 돌려 강제적으로 자동차 엔진이 꺼지게 만든다.
차량의 정지 기능을 사용해 차를 제동하기 위해서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자동긴급제동장치(AEB·Autonomous Emergency Braking)가 기본으로 포함돼 있다. AEB는 전방에 돌발상황이 발생하거나 전방주시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동차, 사람, 물체 등에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는 장치다. 1단 스위치를 돌리면 통신 기능으로 차량에 ‘지금 정지해주세요’라는 명령어를 내리고 AEB가 작동해 1차적으로 차가 멈추게 된다. 이때 제동되지 않는다면 2단 스위치를 돌려 강제적으로 가속을 차단한다. 2단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AEB가 없는 차량이라면 비상시 바로 가속을 차단하면 된다.
차 설계에는 원래 없던 장치 아닌가. 우리 몸에 새 장기를 이식한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무리 제대로 만든 장치라 해도 차에 장착했을 때 호환성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갑자기 고장 코드가 뜨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적으로 장치가 작동했을 때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짜릿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도 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에선 이 기술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자동차 비상정지 장치를 장착하는 순간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고 인식하기 쉽다. 오히려 기업 밖에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올해 4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에 자동차 비상정지 장치 기술이전을 마쳤다. 내가 만든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장치를 양산하고 신뢰성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통안전공단의 인증을 받으면 보급이 가능하다. 사람의 실수든, 차량의 오류든 급발진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인명 피해도 발생한다.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사회적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도 해킹되는 시대다. 엔진제어 장치나 내비게이션은 물론 전기자동차는 모터, 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해킹에서 자유롭지 않다. 취약한 통신망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해킹방지 장치를 개발했다. 전기자동차의 충전구가 노출돼 빗물 등이 들어가 감전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충전기 자동 접속, 분출 기술도 발명했다. 자율주행차 센서 오동작, 대응과 통신 보안, 충전 등에 관한 특허도 있다.
축구선수 이영표가 자신은 ‘축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나도 발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다. 늘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발명하는 순간이 즐겁다. 내가 노력한 결과가 무상이든 유상이든 기술이전을 통해 쓰이는 걸 보면 발명을 계속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에디슨’이었다. 과학자가 장래희망이었고 발명이 취미였다. 정말 좋아서 열심히 발명했고 특허 등록도 많이 했지만 지난 발명왕들을 보며 내가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더라. 뿌듯했다. 가족들이 기뻐해줘서 더 좋았다.
우선은 안전하고 고장 없는 자동차를 만드는 거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인버터나 모터가 과열돼 터지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런 고장을 진단하고 막아내 고장 없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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