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이드

2023~2024 한국관광 100선
우도에서 힐링하고 비자림서 속살 보고 돌문화공원서 설화 만나고 당일치기로 제주를 품다
'제주 동부 여행'

당일치기로 제주도 여행이 가능하냐고? 한 가지만 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제주도의 동서남북 중 여행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이다. 하루에 제주도를 다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자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해 동부를 추천한다. 서부나 남부보다 자연이 더 가깝다. 오름과 숲, 바다 등 자연 그대로의 제주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특히 동부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우도, 비자림, 돌문화공원이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당일치기로 세 곳을 다녀왔다. 오전 6시 비행기로 갔다가 저녁 9시 비행기로 돌아온 일정이었다.

돌담과 알록달록한 지붕이 어우러진 우도는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를 보여준다. 우도 뒤로 제주 본섬의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섬 속의 섬, 우도
당일치기 제주 동부의 첫 여행지로 우도를 선택했다. 제주 동쪽 끝 성산포에서 북동쪽으로 약 3.9㎞ 떨어진 우도는 제주도가 품은 또 하나의 섬이다. 우도는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소가 누워 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해안도로를 따라 차로 1시간여,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포항에 도착해 우도행 여객선에 올라탔다. 푸른 바닷바람을 맞으니 비로소 제주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파도를 밀어내며 15분, 드디어 우도에 발을 디뎠다.
둘레 17㎞, 면적 605㏊ 정도의 우도는 제주도에 소속된 60여 개의 섬 중 가장 넓다. 완만한 오름과 층층이 쌓인 해안 절벽, 흰색의 홍조단괴가 부서져 생긴 해변은 손때 타지 않은 그대로의 제주를 마주할 수 있다.

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 있는 듯하다고 해 일명 ‘쇠머리 오름’으로 불리는 제주 우도봉. 거대한 해식동굴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우도 여행은 천진항 또는 하우목동항에서 시작된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섬 중심을 제외하고 외곽의 주요 여행지를 다 돌아보는 데 4시간이면 족하다. 선박 운항 시간을 염두에 두고 섬 일주를 계획하면 반나절로도 충분히 우도를 즐길 수 있다.
천진항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여행을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홍조단괴해변과 만난다. 홍조류의 산호말 등은 광합성을 하며 세포 사이에 탄산칼슘을 침전시키는데 이것이 단단하게 돌처럼 굳으면 홍조단괴가 된다. 우도8경에 속하는 홍조단괴해변이 제 이름을 찾은 건 최근 일이다. 한때 백사장의 흰모래를 산호로 알고 서빈백사나 산호사해변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도에 서식하는 홍조류가 만든 홍조단괴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해 자연유산으로 지정됐으며 반출을 금하고 있다.
해변을 빠져나와 하우목동항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면 현무암을 쌓아올려 만든 망루와 눈부시게 하얀 득생곶등대를 만난다. 등대 옆 바다에는 전통 어업 방식을 재현한 원담(독살)이 있다. 밀물 때 바닷물을 타고온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일종의 돌 그물로 옛 제주인의 생활상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등대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하고수동해수욕장이 나온다. 물이 얕고 백사장 모래가 고와 아이들도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주변으로 이국적인 카페가 몰려 있어 잠시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
하고수동해수욕장 인근, 우도와 짧은 다리로 연결된 비양도는 섬 속의 섬이다. 비양도에서도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 연평리야영지는 우도에서 제일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근방 ‘해녀의 집’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유명 식당이다. 해녀들이 물질해온 싱싱한 뿔소라를 즉석에서 구워 내주는데 맛이 일품이다.
비양도를 빠져나와 우도봉으로 향하는 길, 마을 주민들이 일궈놓은 보리와 마늘, 땅콩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땅콩은 우도 특산물 중 하나다. 웬만한 카페마다 땅콩을 테마로 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류를 판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고소한 땅콩을 올린 땅콩아이스크림은 우도의 별미다.
우도의 마지막 여행지는 야트막한 언덕, 우도의 머리로 불리는 우도봉과 검멀레해변이다. 우도봉은 우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꼭대기에 오르면 우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검멀레해변에서 출발해 우도봉 정상에 오르기까지 대략 20분이 소요된다.
검멀레해변은 우도봉의 동쪽에 자리한다. 검멀레는 ‘검은 모래’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검은 모래사장 옆으로 얇은 퇴적암이 층층이 쌓인 거대한 바위가 서 있다. 퇴적층에는 콧구멍처럼 뚫린 거대한 해식동굴이 있다. 동굴보트를 이용하면 가까이에서 웅장한 동굴을 마주할 수 있다. 제주 본섬으로 돌아와 구좌읍 종달리에 자리한 지미오름에 오르면 소머리부터 꼬리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 우도의 독특한 형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거목들이 군집한 비자나무숲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신비로움을 간직한 제주의 속살, 비자림
우도에서 제주 바다의 풍광을 눈에 담았다면 제주의 속살, 숲으로 향해보자. 성산포항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울창한 비자나무숲 비자림이 있다.
구좌읍 평대리에 자리한 비자림은 44만 8165㎡ 대지에 수령 500~800년의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높이 7∼14m, 직경 50∼110㎝, 수관폭 10∼15m에 이르는 거목들이 군집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비자림에서 최고령인 나무는 850세에 육박한다. 비자나무가 1년에 고작 1.5㎝ 자란다고 하니 얼마나 오랜 세월 숲을 지켜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비자나무 외에도 자귀나무·팽나무·비목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숲을 메우고 있다.
비자림에 가면 놓쳐서는 안될 나무 세 그루가 있다. 입구에 있는 벼락 맞은 비자나무와 수령이 850년에 달하는 새천년비자나무, 두 나무가 붙어 한 그루가 된 연리목이다. 보물찾기하듯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비자림의 또 다른 매력은 우거진 나무에 가려진 아지트 같은 휴식공간이다. 울창한 나무 그늘에 앉아 있으면 향긋한 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또 화산송이로 길을 낸 산책로를 따라 자박자박 걷다보면 머리가 단순해진다.
“녹음이 짙은 울창한 비자나무 숲속의 삼림욕은 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정신적·신체적 피로를 해소하며 신체 리듬을 되찾는 자연건강 휴양효과가 있습니다.”
탐방해설사의 말을 따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어본다. 자연이 주는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며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울창한 아름드리나무의 매력을 충분히 눈에 담았다면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풍란과 콩짜개난, 비자란 등 희귀 난과 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아기자기한 꽃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비자림 산책로는 A·B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거리가 2.2㎞로 40분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 화산송이가 깔린 평지로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할 수 있다. A코스에 추가로 1㎞를 더한 B코스는 거친 돌멩이 길이 있어 다리가 불편한 이들이 걷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돌문화공원으로 향하는 입구에 오백장군을 형상화한 거대한 석상이 공간을 압도한다.

제주 자연과 문화의 쉼터, 돌문화공원
여행의 마무리는 조천읍 교래리에 자리한 돌문화공원이다. 비자림에서 돌문화공원까지는 차로 25분 정도 걸린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돌의 고향인 제주도를 보여주는 박물관이자 생태공원이다. 제주도의 모든 석상을 다 모아놨다고 할 정도로 전시 규모가 방대하다. 제주도 탄생 신화인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을 테마로 조성된 공간은 제주의 오랜 역사를 탐색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공원은 크게 제주돌박물관과 돌문화전시관, 야외전시장, 제주전통초가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거대석상 사이를 지나 숲속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박물관과 제주의 전통 초가들을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지상이 아닌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환경과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총면적 9만 904㎡, 지하 3층 규모의 제주돌박물관은 돌갤러리와 제주형성전시관, 영상실, 기획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돌갤러리에는 화산섬 제주의 자연석을 전시했고 제주형성전시관에서는 제주의 화산활동을 주제로 오름·동굴·지형·지하수·화산분출물을 보여준다. 옥상에는 하늘연못이 있어 수상 무대로도 사용된다.
야외 전시장에서는 48기의 돌하르방과 액운을 몰아낸다는 방사탑, 도둑이 없어 대문도 없다는 제주의 상징인 정주석, 망자의 한을 달래준다는 동자석 등을 볼 수 있다.
우도에서 시작해 짧고 굵게 제주의 진면목을 마음에 담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저녁 노을을 삼킨 제주 바다가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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