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새내기 수의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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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된 지 1년이 된 새내기 수의사이다. 전 제 일과와 병원 생활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병원 처치실 밖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안에서 무엇을 할까? 아이들이 아프진 않을까? 궁금하셨던 것들에 대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저희들이 얼마나 아이들을 위해 힘쓰고 신경 쓰고 있는지 알아주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아침엔 9시 출근. 하지만 30분 정도 일찍 출근을 한다. 탈의실에서 스크럽(병원에서 일할 때 입는 옷)과 하얀 가운으로 갈아 입고 입원실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하루 동안에 안 좋아진 아이들은 있는 지 새로 입원한 아이들은 없는지 입원실을 둘러보며 하나하나 체크를 해 간다. 전날의 기록에 식욕이 없던 아이들이 오늘 식욕이 생겨서 밥을 잘 먹으면 정말 기쁘다. 누워서 힘들어하던 친구가 활력이 나아지고 눈을 반짝이며 절 바라보면 전 더더욱 기쁘다.


채혈을 할 때는 알코올로 소독을 철저히 하고 되도록 안 아프게 빠르게 채혈을 해야 한다. 채혈을 모두 끝낸 뒤 여러 가지 혈액검사를 진행한다

오전 9시가 되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밤새 고생하신 야간 원장님께 인수인계를 받는다. 인수인계를 받으며 어떤 환자가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전달을 받는다. 그리고 당일 아이들마다 검사할 항목들을 전달 받는다. 모든 인수인계가 끝나면 하루가 시작된다. 입원한 아이들에 필요한 혈액검사들을 시행할 준비물을 준비하고 입원실 담당 수의 테크니션 선생님과 함께 채혈을 하러 다닌다. 채혈을 할 때는 알코올로 소독을 철저히 하고 되도록 안 아프게 빠르게 채혈을 해야 한다. 채혈을 모두 끝낸 뒤 여러 가지 혈액검사를 진행한다. 이 때가 가장 초조하다. 어제보다 결과가 좋아야 할 텐데, 나아졌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 때문이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면 각각 주치의 선생님께 전달을 하고 달라진 처방과 오더(고년차 수의사가 1년차 수의사에게 전달하는 사항)을 받고 차트에 기록을 하고 시행을 한다. 이제부터 병원 전체가 바쁘게 돌아간다. 병원에는 처치실, 영상실, 입원실, 수술실이 있다. 각각이 맡은 자리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게 된다. 저희 1년차 수의사 들은 모든 곳에서 활동하게 된다.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처치실에서 주로 하는 일은 진료 받은 아이들의 병력을 청취하여 필요한 검사를 듣고 주치의 선생님을 도와 검사 진행을 하거나 귀가 아픈 아이들의 귀 치료, 수술을 한 다음날 수술부위를 소독하러 온 아이들의 수술부위를 소독해주는 등의 처치를 돕는다. 그리고 오늘도 아프지 말고 내일은 더 아프지 않도록 주사를 놓아 준다.
강아지들은 사람처럼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어요” 라고 말해도 잘 모르고 일단 아파서 오는 동물들이 많다 보니 처치를 위해서는 여러 스탭들과 손을 맞춰서 동물들이 아프지만 움직이지 않도록 잘 잡아주고 무서울 테니 꼭 안아주면서 보정을 해주기도 한다. 수의사가 되기 전에는 이 보정이라는 과정이 중요한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저 동물을 사랑으로 치료해주면 된다고 생각하였지만 수의사라는 직업은 그 외에도 아주 많은 일을 잘해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혹여 밖에서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들으시면 마음이 편치 않으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희는 최대한 아프지 않도록 꼭 안아주고 있음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다음은 영상실의 일이다. 영상실에서는 주로 방사선(엑스레이)사진을 찍는다. 아파하는 부위를 확인하고 부분에 맞게 사진을 찍는다. 방사선 사진을 찍을 때는 피폭을 막기 위해 납복은 필수로 입게 된다. 방사선 사진을 찍으면 영상과장님이 이 사진들을 판독하여 각 동물의 담당 주치의들에게 아이의 상태를 전달해 준다. 초음파를 볼 때는 영상과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마다 장염이 있을 때 초음파에서 장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장에서 연결된 관이 초음파로 보면 어떻게 보이는지 등등 열심히 내일을 위한 공부를 한다.


입원실도 ICU(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만들 수 있는 인큐베이터와 비슷한 입원실) 및 일반병실로 나뉘게 된다

이제 저희 1년차 수의사들이 주로 활동하게 되는 입원실이다. 동물병원에 오는 아이들 중 아프지만 집에서 약을 먹고 치료를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숨을 편히 쉬기 위해 산소가 필요하거나 수액을 맞으면서 24시간 수의사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런 아이들이 주로 입원을 하게 된다. 이 아이들은 여러 가지 질병으로 관리를 받고 있다. 이 아이들을 관리하여 병을 호전시켜 낫게 하는 것이 저희들의 주요 임무이다. 보통 입원실 아이들의 케어는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그 이상 이루어진다. 동물들의 각 담당 주치의들의 오더에 맞게 주사나 내복약을 투약하고 수시로 입원실을 오가며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하게 된다. 입원실도 ICU(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만들 수 있는 인큐베이터와 비슷한 입원실) 및 일반병실로 나뉘게 된다. ICU에는 심장병이나 신장질환, 지속적으로 상태관찰이 필요한 등 중한 아이들이 입원을 하게 되어 좀 더 신경을 쓴다. 아이들의 상태체크 및 바이탈(체온, 호흡수, 심박수, 혈압 등)을 자주 체크하여 안전하게 관리가 된다. 일반병실에는 주로 다리가 부러지거나 무릎수술을 받은 아이 등 정형외과수술을 한 아이들이 입원하게 된다. 수술 후에 아이들의 관리를 하는 공간이다. 입원실에서는 아이들의 보호자 분들이 면회를 오게 된다. 면회를 오시면 제가 아이의 컨디션과 식욕 활력이 어떤지 설명 드리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드린다. 단, 흥분하면 안되는 아이들은 면회를 많이 안 오시는 게 좋다. 보호자 분이 다녀가면 아이들은 가족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 더 흥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입원실에는 항상 상주하는 수의 테크니션 선생님이 있어서 어떤 상황에도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
다음은 수술실이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몸 상태가 최상이 되어야 마취를 할 수 있다. 수술을 하기 전 마취 전 검사를 시행하여 아이들의 몸 상태가 마취를 버틸 수 있는지 확인을 한다. 마취 전 검사를 통하여 꼼꼼하게 수치들을 체크 한 뒤 수술에 들어가게 된다. 수술실에서 저희 1년차 수의사들이 하는 일은 마취 모니터링과 수술하는 선생님을 도와주는 어시스트 역할을 맡게 된다. 수술에 들어가면 저희들은 항상 긴장을 하면서 마취 모니터에 들어오는 수치와 수액 속도, 체온, 점막색깔(혈액순환의 지표)등을 꼼꼼하게 체크를 한다. 마취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수술하는 수의사선생님께서는 수술에만 신경을 못 쓰신다. 그래서 항상 수술에 들어가게 되면 긴장을 하고 체크를 하게 된다. 수술이 끝나게 되면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주고 체온체크 및 혈압체크를 수시로 하게 된다. 수술은 항상 마취에서 깰 때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모든 바이탈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따뜻하게 가온이 되어있는 ICU로 들어가서 집중관리를 받게 된다. 입원실 전담 수의테크니션 선생님과 저희가 수시로 바이탈을 체크하게 된다.



그리고 진료실, 진료실은 아픈 아이들을 맨 처음 만나는 곳이다. 진료실의 이야기는 진료를 보고 관리를 했던 아아 중 두 마리의 이야기를 적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겠다. 한 아이는 친구의 사촌누나네 아이였다. 구토와 설사로 병원에 왔고 급성 위장염으로 진단을 하고 입원을 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밥도 안 먹고 축 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배운 대로 책에서 배운 대로 처치를 해나갔다. 하루하루 아이는 좋아졌고 밥도 잘 먹고 위장염도 잘 나아서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와 친구의 사촌누나는 감사하다고 여러 가지 음료수도 챙겨주셨다.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또 다른 진료실 이야기는 한 마리의 고양이의 이야기이다. 그 고양이는 곰팡이에 옮아서 피부치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원을 하였는데 복수(복강 내 물이 차는 것)가 많이 차서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FIP(고양이감염성복막염)으로 진단이 났다. 그 아이는 보호자님이 분양 받을 때부터 저에게 진료를 보던 아이라 정말 애정이 갔다. 하지만 FIP는 아쉽게도 치료약이 없다. 치사율 100%의 무서운 질병이다. 아이가 그렇게 된 후 보호자 분이 내 앞에서 펑펑 우셨다. 자기 잘못이라며... 전 이 병은 그저 운이라고 전혀 보호자분 잘못이 없다고 달래드렸다. 저도 애정이 있던 아이라 정말 슬펐다. 금방 하늘나라로 가게 될 줄 알았지만 그 아이는 한 달이 넘은 지금 잘 버티고 있다. 정말 그 아이에게 고맙다. 보호자 분도 병원에 오게 되면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항상 생각한다. 감사 받을 주체는 수의사가 아니라 아픈걸 견뎌내고 있는 그 아이라고. 수의사는 감정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잘 나아서 가면 정말 기쁘고 날아갈 것 같지만 나빠지면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다. 내가 잘 치료를 못 하는 걸까. 무슨 약이 잘못된 걸까. 여러 생각을 하곤 한다. 이렇게 진료도 보고 병원 일도 하게 되면 하루가 금방 가게 된다. 하루가 고되고 힘들지만 아픈 아이들이 퇴원을 하고 나아서 집에 갈 수 있게 하는 것에 동참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모든 일이 끝난 뒤 저희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공부를 한다. 오늘 본 어려운 병을 가진 아이들이나 입원환자들에 대해 궁금한 점 등을 공부하게 된다. 이렇게 저희 1년차 수의사들의 하루가 지나가게 된다. 이제 조금만 더하면 2년차 수의사가 된다. 그 짐을 감당하기 위해 저희는 하루하루 노력하고 힘내고 있다. 더 좋은 수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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