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익산미륵사지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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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미륵사는 7세기 백제 무왕 때 건립된 사찰로서 세 개의 탑(서 석탑, 중앙 목탑, 동 석탑)과 세 개의 금당이 나란히 배치된 특징을 갖고 있다. 현재는 건물들이 사라지고 기단 유구 정도만 남아있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규모가 큰 고대 사찰유적 중 하나로서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포함되었다.
이번에 수리를 마친 미륵사지 석탑은 사지 내 서쪽에 위치한 석탑으로써 한국에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석탑이다. 이 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화되는 모습이 충실히 반영되었으며, 1층 내부에는 十자형의 통로 공간이 조성되는 등 한국 고대건축의 실존사례로서 역사적,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가치를 갖고 있다.


수리 후 미륵사지 석탑 동북측

미륵사지 석탑의 수리 배경과 과정

수리 전 미륵사지 석탑은 반파되어 6층 일부까지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창건 당시 석탑은 7층 또는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층수, 비례, 상륜부 양식 등은 규명되지 않았으며, 17세기 전후 시기에 붕괴 된 것으로 추정된다. 1915년 일본인들은 흐트러진 석탑과 주변을 정비하고 무너진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워 보강하였다. 당시의 작업은 불안정한 석탑의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응급수리의 성격이었다. 미륵사지 석탑은 1998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석탑의 붕괴면에 보강된 콘크리트의 노후와 구조적 불안정성 때문에 1999년 해체수리가 결정되었다. 당시의 수리방침은 석탑의 구조 및 보존 상태 등에 대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거쳐 수리방법을 정하고 신석재의 사용은 최소화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석탑의 특수한 양식, 풍화훼손 정도, 수리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리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였다. 이에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1년부터 본격적인 석탑의 해체에 착수하여 2010년까지 해체 및 발굴 조사를 마치고 2013~2017년 6층까지 석탑의 조립을 완료하였다. 미륵사지 석탑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논의를 거쳐 원래 남아있던 6층까지 수리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석탑의 해체조사 과정에서 9층으로 확신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추정에 의한 복원은 석탑의 역사성과 진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다. 또한 원부재의 물리적 성능이 신석재의 절반 이하로써 층수 추가에 의한 상부하중의 증가 시 풍화된 원부재의 재사용은 더욱 어렵게 되고 멸실된 상륜부의 고증에도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남아있던 6층까지 석탑을 수리하여 진정성을 확보하고 원래의 재료와 기법만으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현대적 기술의 보완 등을 핵심으로 다음과 같은 석탑의 수리원칙을 마련하였다. 첫째, 미륵사지 석탑은 7층 이상의 부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론에 의한 복원을 지양하고 남아있던 6층까지 수리하여 진정성을 확보한다. 둘째, 석탑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훼손된 부재는 과학적 방법으로 보강하여 재사용하고 원래의 기법과 재료는 최대한 보존·활용한다. 셋째, 전통기법만으로 원형의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는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하여 실험연구 등을 통해 검증된 현대적 기술을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보완한다. 넷째, 조사, 연구, 시공 등 모든 과정은 상세하게 기록하고 이를 자료화 및 공개하여 향후 연구에 활용되도록 한다.


(左) 수리 후 1층 십자통로 내부 (右) 6층부 조립 당시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3~2017년 6층까지 석탑의 조립을 완료하였다.

미륵사지 석탑 조사연구 성과 및 의미

미륵사지 석탑의 수리원칙과 기술적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한 학술 및 기술 연구는 크게 ‘기초조사연구’, ‘보존과학 조사연구’, ‘구조 및 재료 연구’, ‘수리기술 연구’로 분류할 수 있다. 기초조사연구는 석탑의 원형과 현황을 규명하기 위한 가장 기본단계의 연구로 석탑의 해체조사 및 3D스캐닝 기록화, 기단부 발굴조사, 출토유물 수습조사, 축조기법 연구 등이 이루어졌다. 보존과학 조사연구는 석탑과 주변의 보존환경 조사, 표면오염물 조사, 가공도 및 풍화도 조사, 파손부재 보강기술 연구 등 원래의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하기 위한 과학적 보존처리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구조 및 재료 연구는 석탑의 구조해석을 통한 붕괴원인 조사연구, 구조안정성 평가 연구, 신석재 공급지 조사연구, 무기질재료 연구 등으로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리기술 연구는 기초토층 보강 판축다짐, 공극 충전 및 보강용 무기질재료, 풍화등급별 파손부재의 구조보강, 부재접합용 장치 등 선행된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특허기술로 발전시킨 것이다. 한편 2009년, 석탑 1층 내부 중앙의 첫번째 심주석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는 백제지역 최대의 고고학적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발견된 유물(총 9,900여점) 중 금판으로 제작된 사리봉영기에는 미륵사의 창건 배경과 주체, 석탑의 건립시기(639년)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의 학술연구가 활성화되면서 백제 미륵사와 석탑의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되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고대 목조와 석조의 건축기법이 조합된 독특한 양식의 석탑이다. 그러나 1,300여년 세월의 풍파를 거치면서 반파되었고 남아있는 석재들도 대부분 훼손이 심한 상태였다. 따라서 기존의 수리방법만으로는 석탑의 원형보존과 구조적 안정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장기간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근거하여 개발된 기술들을 활용하여 수리를 마칠 수 있었다. 미륵사지 석탑은 한국의 문화재수리 역사에서 단일 문화재 대상으로는 최장기간 조사연구와 수리가 진행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석탑을 수리하는 데 20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된 만큼 수많은 역경과 성과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추정에 의한 복원을 지양하고 원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함으로써 석탑의 역사적 가치 보존 및 진정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또한 국제적인 기준의 석조문화재 수리방법론 제시 및 수리기술 고도화를 선도하게 됨으로써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일체의 행위는 대상의 종류, 국가, 시대에 관계없이 속도보다는 정성에, 추정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중점을 두는 것이 보편타당하다. 문화재는 살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에 수리나 복원의 행위는 그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성급함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요소이다. 언젠가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사라지겠지만 다시 태어난 문화재는 제자리에 남아 새로운 역사를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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