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가유산 곁에
겉바속쫀 고려시대 도넛 개성 주악과 함께 잔치를 벌여보자
'우리 전통 간식 ‘개성주악’'

'약켓팅'이라는 말이 있다. 유명 약과를 구하려면 티케팅하듯 치열한 구매 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전통 음식이 요즘 세대에게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고려시대 도넛 '개성주악'의 인기도 그에 못지않다. 'k-유산속으로' 티켓팅에 성공한 네 사람과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는 우리 전통 간식 개성주악을 만들어 봤다.

사진왼쪽부터 이재희, 류연수, 이지연, 고재영 참가자




개성주악 빠진 잔치는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잔칫집에 온 듯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음식이 있다. 갈비찜, 불고기, 전 등 잔치 음식이나 떡, 한과 등 간식이 특히 그렇다. 개성주악도 그중 하나다. 개성주악은 고려시대 개성에서 즐겨 먹던 전통 음식이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우메기’라고도 부른다. 개성 사람들은 “우메기 빠진 잔치는 없다”라고 할 만큼 잔칫상에 개성주악을 자주 올렸다고 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사전 리셉션 만찬에도 개성주악이 올랐다.
추석이라는 큰 잔치를 앞두고, 네 사람의 도전자가 개성주악을 만들기 위해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한국 전통 음식 공방 ‘자윤이네꽃뜰’을 찾았다. 공방 주인인 박지현 강사가 직접 만든 전통 간식을 내어주며,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박지현 강사는 사단법인 대한민국한식포럼으로부터 ‘대한민국 한식대가’ 인증을 받은 한식 전문가이기도 하다.
네 사람에게 참가 이유를 묻자, 고재영 씨가 “대한민국 국민이 국가유산과 전통 음식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대표로 답한다. 특히 고재영 씨의 직업은 파티시에로 평소 디저트류에 관심이 많다. 마치 운명이 이끌듯 오늘 체험일이 휴가 기간과 딱 겹쳐 아내 이지연 씨도 체험을 함께할 수 있었다.
류연수 씨는 MZ세대 대표로 개성주악을 만들러 왔다. 과거 국가유산청이 주최하는 ‘궁중문화축전’에 스태프로 참여해 개성주악을 소개하고 먹어본 뒤로 계속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전통문화에 관심이 커 아르바이트도 전통찻집에서 하고 있다는 류연수 씨. “오늘 바르고 온 화장품도 약과 에디션”이라며 틴트를 꺼내 보여주자 신기하다는 듯 참가자들의 시선이 모인다. 약과 문양을 넣은 화장품이라니! 젊은 세대에게 전통 디저트가 정말 인기인 모양이다.

올망졸망 겉바속쫀 개성주악 만들기



체험이 시작되고 박지현 강사가 준비한 재료를 꺼낸다. 볼 안에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체로 친 뒤 물과 막걸리를 넣고 본격적으로 반죽을 시작한다. 과거에는 찹쌀가루만 넣거나 멥쌀가루를 섞었지만, 지금은 주악의 모양을 잡기 위해 밀가루를 섞기도 한다. 1979년 발행한 『전통향토음식조사연구보고서』에서는 개성주악 만드는 법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찹쌀가루에 멥쌀가루를 조금 섞고 탁주와 설탕으로 말랑하게 반죽한다. 설탕이나 조청을 끓이다가 꿀을 섞어 집청꿀을 만들어 놓는다. 반죽을 직경 5㎝쯤 되게 둥글납작하게 빚어서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지져내어 집청꿀에 쟁인다. 햅쌀이 나왔을 때 많이 만드는 간식으로 2~3일간은 쉬 굳지 않는다. 지지는 떡 위에 대추를 잘라 박는 수도 있다.” 보고서에도 나와 있듯 개성주악은 ‘떡’의 한 종류다. 떡 반죽을 기름에 튀기고 꿀을 발라 겉은 달콤하고 바삭하면서 속은 쫀득한 ‘겉바속쫀’의 식감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매력적인 식감과 맛이 시대를 넘어 MZ세대에게까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개성주악의 모양을 떠올리며, 참가자들이 반죽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모양을 낸다. 엄지손가락으로 반죽 가운데를 누르고, 반대편 손으로 둥글려 모양을 잡는 것이다. 만든 후에는 빨대를 이용해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준다. 그래야 속까지 골고루 익힐 수 있다. 네 사람이 모두 어렵지 않다는 듯 빠르게 작업을 해 낸다. 박지현 강사가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다들 배우고 오신 거 맞죠?”라며 웃는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고재영 씨에게는 “초콜릿 상자에 포장할 거라면, 반죽을 10g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라고 노하우도 전수한다.
이제 반죽을 튀길 차례다. 90~100℃의 낮은 온도일 때 넣어 익히다가 반죽이 떠오르면 기름 온도를 높이는 것이 노하우다. 반죽이 떠오르길 기다리는 동안 참가자들은 서로 관심사를 나눈다. 사회 교사인 이재희 씨에게 연수 씨가 “학교 다닐 때 지리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라고 말하자 재희 씨가 “훌륭한 학생이었다”라며 웃는다. 서로 알고 있는 전통 음식 맛집과 명소를 공유하고 “꼭 가보라”하며 추천하기도 한다.
기름에 넣은 반죽이 하나둘 떠오르자 참가자들 입이 귀에 걸린다. 이제 제법 먹음직스러운 색이 나고, 상상했던 주악의 모습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기름 위에서 수영하는 반죽들을 바라보며, 연수 씨는 “올망졸망 귀엽다”라며 웃는다. 다 튀겨진 개성주악을 집청으로 코팅하고 판 위에 올리자 입안에 침이 고인다. “레몬을 위에 올리면 상큼하고 더 맛있을 것 같다”, “감태 올린 걸 봤는데 잘 어울릴 것 같다”라며 취향대로 올리고 싶은 재료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03. 완성된 개성주악을 예쁘게 담는 모습 04. 장식 재료를 올리기 전 조청을 바른 개성주악
05. 금귤 정과, 호박씨 가루, 홍옥정 등의 장식을 올리고 포장지로 감싸 상자에 담아 보자기 포장으로 개성주악 만들기를 완료했다.

개성주악 위에 전통 음식을 향한 애정을 올리다
한 김 식힌 개성주악에 이제는 장식을 올릴 차례다. 금귤을 반으로 잘라 졸인 금귤정과와 얇게 썬 홍옥정과, 호박씨, 호박씨 가루, 그리고 스프링클을 활용해 각자 장식을 해 본다. 재영 씨는 금귤 정과 위에 호박씨 가루를 묻혀 올리고, 재희 씨는 호박씨와 홍옥정과를 활용해 사과 모양의 귀여운 주악을 완성한다. 완성한 개성주악은 다시 하나하나 포장지로 감싸고 상자에 담아 보자기 포장을 한다. 연두색, 보라색, 분홍색, 색색의 보자기로 포장까지 해 두니 잔칫날에 더욱더 어울리는 듯하다.

06, 07. 금귤 정과, 호박씨 가루, 홍옥정 등의 장식을 오리고 포장지로 감싸 상자에 담아 보자기 포장으로 개성주악 만들기를 완료했다.



체험을 마치고 지연 씨가 “우리 전통 간식을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손님들에게 늘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제공하려 하는데, 새로움이 가미된다면 더욱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초대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재희 씨는 “<국가유산사랑>을 통해 평소 많은 것을 배워요. 수업할 때도 도움이 되고요. 이번에는 제가 우리 전통 음식인 개성주악을 알리는 주체가 되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고 뿌듯해한다. 막내인 연수 씨도 당차게 소감을 이야기한다.
“직접 제 손으로 개성주악을 만들어 보니 애정도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한식에 조금 더 다가간 것 같고요. 전통 음식에 관심을 품을수록 신기하게도 눈앞에 계속 새로운 길이 펼쳐지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전통문화에 관심을 두고,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가려 합니다. 오늘은 체험이 끝나면, 곧바로 친구들을 만나러 갈 거예요. 제가 만든 거라고 자랑도 하고, 개성주악의 매력이 뭔지도 알려주려고요!”
아름답고 좋은 것은 시대를 관통하고, 또 세대를 넘나든다. 맛있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개성주악과 우리 전통 음식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잠깐의 열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되길 바란다. 오늘 함께한 네 사람도 그 역할을 기꺼이 해 주리라 믿는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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